미디어오늘

[유럽언론 톺아보기] ‘프렌치 폭스뉴스’ 대안이 된 미디어바우처
[유럽언론 톺아보기] ‘프렌치 폭스뉴스’ 대안이 된 미디어바우처

거대 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과 더불어 프랑스 언론의 재정 위기는 심각해졌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위기로 인해 수많은 언론사가 거대 재벌 손아귀에 놓이게 되면서 언론 독립성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 불리는 억만장자, 뱅상 볼로레(Vincent Bolloré)가 이러한 거대 재벌 민낯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2015년 볼로레가 캬날 플뤼스 그룹을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그룹 뉴스 전문 채널인 이텔레(I-Télé) 종사자들은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볼로레가 자신의 사적 이익에 뉴스 채널을 이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약 100명의 언론인이 이텔레를 떠나야 했고, 뉴스룸은 마비되고 말았다. 이후 볼로레는 이 채널 이름을 쎄뉴스(CNews)로 변경하고, 탐사보도와 퀄리티 정보가 사라진, 동시에 극우적 색채가 강한 채널로 탈바꿈시켰다. 이른바 ‘프렌치 폭스뉴스’가 탄생한 것이다. 

현재 볼로레는 위기에 허덕이는 또 다른 미디어 그룹을 인수하려 한다. 이번에는 프랑스 최대 미디어 회사인 라가르데르 그룹이 대상이다. 그러자 프랑스에서 제대로 된 뉴스 채널을 볼 수 없게 될 날이 곧 올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미디어 경제학자 줄리아 카제(Julia Cagé)는 ‘뉴스는 공공재다’라는 저서를 통해 언론 독립성과 정보 퀄리티 보장을 위한 새로운 법을 제안했다. 

▲ 뱅상 볼로레 (Vincent Bolloré). 사진=위키피디아
▲ 뱅상 볼로레 (Vincent Bolloré). 사진=위키피디아

‘정보의 민주화를 위한 법’이라 명명한 이 법은 미디어 거버넌스를 혁신하고, 저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취재를 보장하며, 뉴스 권력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그녀의 제안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언론 종사자와 독자가 이사회 구성의 50% 이상을 차지하도록 하되, 그중 최소 3분의 2는 저널리스트로 구성한다. 언론 독립성을 가장 잘 확보할 수 있는 이들은 저널리스트이기 때문에 주주가 아니라 저널리스트에게 결정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언론사 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 저널리스트들 승인을 받아야 한다. 법 없이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매체들도 있지만 그녀는 제2, 제3의 볼로레가 등장하지 않도록 법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셋째, 뉴스는 공공재이므로 정부가 아닌 시민에 의해 언론이 후원받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카제는 그녀가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미디어 바우처 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기존의 언론 지원 제도는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언론사 소유 구조가 거대 재벌 중심으로 재편될 것을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확립돼 중소 규모 언론사들보다는 거대 언론 잇속을 챙기는 데 일조해 왔다. 그러므로 이를 개혁해 뉴스 권력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단, 조건이 있다. 언론 독립성에 필요한 몇몇 원칙(투명한 지배 구조, 정보 퀄리티를 위한 투자 등)을 준수하는 매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이 자신의 입맛에 맞다는 이유로 비정상적 언론사를 후원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제는 미디어 바우처 제도뿐 아니라 언론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동시에 제안하고 있다. 물론 회의적 반응도 많다. 프랑스에서도 언론에 대한 불신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제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지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저널리즘은 완전히 황폐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경우, 바로 우리, 즉 시민이 검증된 정보를 얻지 못하는 위험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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