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고 이건희 회장 상속세 납부와 재산 기부 계획에 연일 언론이 미화와 찬가를 내놓자 박진영 더불어민주당의 부대변인이 자신의 SNS를 통해 잇달아 언론을 비판했다. ‘광고주 앞에서 자기검열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그는 언론이 삼성의 광고 이상의 영향력에 중독된 탓이라고 했다. ‘삼성이 우리사회를 지탱하고 있다’는 논리에 중독돼 있다는 설명이다.

박진영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이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의) 삼성어천가 때문에 토할 것 같은 하루였다” “삼성어천가와 이재용 사면을 선동하는 언론사에 광고를 몰아주기라도 한 건가”라고 비판하자 조선일보가 이를 일부 문제삼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30일자 사설에서 “여당 부대변인은 이재용 부회장 사면론에 대해 ‘토할 것 같다’며 적개심을 감추지 않았다”고 썼다.

이에 박 부대변인은 30일 오후 다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모든 언론이 이건희 일가를 칭찬한다”며 “상속이 이슈가 되는 것은 재산이 많기 때문이고,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궁금증도 있을 수밖에 없는데, 어떤 언론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비판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 부대변인은 “과연 이게 정상인가”라며 “한국 최대의 광고주 앞에서 자기검열한 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더 무서운 건 언론에 의해서 이건희 일가가 이데올로기화 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악성댓글의 대부분이 삼성과 이건희 일가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인가? 김일성 일가와 불쌍한 주민들을 일체화시키는 세뇌교육!”이라고 썼다. 이건희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잃는다고 삼성이 망하지는 않으며, 이재용이 감옥에 있는 지금도 삼성은 잘 돌아가고 있다고도 했다.

박 부대변인은 언론의 삼성 찬가를 왜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을까. 박 부대변인은 29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건희 회장이 공도 있고, 과도 있는데, 전체주의 시대인 것처럼 다 똑같이 칭찬 일색이어서 평소 생각을 얘기해봤다”며 “분명 삼성의 그늘도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진영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사진=박진영 페이스북
▲박진영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사진=박진영 페이스북

 

박 부대변인은 왜 언론이 이렇게 삼성과 이재용 문제만 나오면 칭송 일색으로 돌변한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광고 이상의 삼성의 사회적 영향력 탓이겠죠”라며 “흔히 얘기해서 언론이 ‘삼성그룹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한국경제를 지탱한다’는 논리에 중독된 측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박 부대변인은 이와 관련된 잘못된 언론의 논리를 페이스북에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삼성은 이건희 일가의 것이고, 그 덕에 국민이 먹고 산다. 그러니 이재용은 죄를 지어도 풀어줘야 한다’는 3단 논법을 잘못된 논리의 사례로 들었다. 박 부대변인은 “‘종자돈 댄 사람이 점빵 주인이고, 점빵 주인없으면 마을이 굶어죽는다’는 새마을 시대의 점빵 수준 논리로 기업 기사를 쓰고 있다”며 “언론부터 글로벌 스탠더드 공부를 좀 하시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재용 사면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당에서 논평을 내는 게 더 낫지 않느냐는 질의에 박 부대변인은 통화에서 “거기까지는 생각 못해봤다. 전당대회 국면이라 여유가 없을 수 있다”면서도 “기부하는 것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으나 이재용 사면은 별개의 문제인데도 언론이 너무 똑같은 얘기만 하면서 사면과 엮는 프레임까지 짜는 데 반발심이 생겨 SNS에 글을 올렸다”고 답했다.

삼성 출신 양향자 민주당 의원이 국가대표로 뛰어야할 기업 수장이 없다는 이재용 사면 주장을 편 것을 두고 박 부대변인은 “그분이 기업과 오너십을 바라보는 시각은 존중하고, 나와 생각이 다른 것은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당의 구성원이 완벽한 진보정당이 아니고, 다양해서 공통분모를 찾아서 (같은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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