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비롯한 보수·경제지 기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네이버에서 상당한 조회 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9일 ‘2021 서울·부산시장보궐선거 미디어감시연대’ 주최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포털은 어떤 뉴스를 많이 보게 했나’란 제목의 토론회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기사를 한 달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상위 기사 조회 수에서 중앙·조선은 타 언론사를 압도했다. 

이번 분석은 3월8일~4월8일까지 네이버 뉴스서비스 채널 제휴 언론사 가운데 구독자 100만 명 이상 언론사를 대상으로 했으며, 언론사별 많이 본 뉴스 랭킹 5위 안에 든 선거 관련 보도(매일 오전 11시 기준)를 집계했다. 그 결과 총 기사 건수는 558건이었으며 이들 기사의 평균 조회 수는 10만1235회였다. 기사 추출(crawling)을 위한 관련 키워드는 ‘서울시, 나경원, 금태섭, 김어준, 박영선, 우상호, tbs, 강성현, 김선동, 배영규, 오세훈, 이승현, 안철수, 신지혜, 허경영, 정동희, 송명숙, 황철운, 박원순, 선거, 시장’이었다. 

▲네이버. 디자인=이우림.
▲네이버. 디자인=이우림.

언론노조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네이버에서 많이 본 뉴스 중 서울시장 관련 보도의 일별 조회 수는 3월8일 100만에서 선거 당일인 4월7일 600만을 넘겼고, 조회 수가 급등한 시점은 △오세훈 야권 단일후보가 선출된 3월23일 △공식 선거일이 시작된 3월25일~ 26일 △정치권과 언론사의 의혹 보도 ‘증폭’이 이루어진 4월2일~3일이었다. 언론노조는 “정치권은 세 국면(단일화 후보 결정, 공식 선거일, 사전선거일)에 의혹을 쏟아내고 언론사는 단순 인용 및 미디어(라디오 인터뷰, 페이스북, 토론회 등)를 인용하면서 선거가 다가올수록 심층·기획 기사의 노출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많이 읽힌 선거 기사의 57.9%는 SNS(20.3%), 라디오(19.2%), 타사 보도(7.5%), 토론회(6.3%), 유튜브(4.7%)등을 인용한 기사였다. 언론노조는 “전체 기사의 83.3%가 해설과 기획기사가 아닌 스트레이트 중심의 이벤트 보도 기사였다. 후보와 정당 관계자 등 정치인의 페이스북, 블로그 등 실시간 모니터를 통해 올라오는 글을 단순 인용하는 것만으로도 높은 조회 수를 보였다”고 지적하며 “네이버 알고리즘이 기사 품질 평가에서 기사 제목, 본문, 이미지, 바이라인, 기사작성 시간 등을 숫자와 벡터로 변환해 그 차이를 학습한다는 소개를 무색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선거 보도가 폭발적으로 쏟아졌던 4월7일~8일을 제외하고 3월8일~4월6일까지 집계를 기준으로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기사 20위권에는 중앙일보 8건, 조선일보 6건, 머니투데이가 4건 포함됐다. 3사가 20건 중 18건을 차지했다. 7일과 8일을 포함해도 상위 20건 중 중앙일보 7건, 조선일보 5건으로 큰 차이는 없었다. 20위권 가운데 방송사는 KBS(1건)가 유일했고, 한겨레·경향신문 등 소위 진보성향 언론사는 20위권에 한 곳도 없었다. 네이버 구독자 규모 등을 감안해도 특정 언론사 쏠림 현상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지표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언론노조는 “공교롭게도 두 언론사는 상당한 투자를 통해 통합 CMS와 독자 분석시스템, 디지털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한 곳이다. 이러한 역량은 네이버 알고리즘의 ‘약점’을 부분적으로라도 간파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할 수 있는 뉴스룸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낸다”면서 “네이버 알고리즘의 한계와 언론사 간 디지털 역량 격차는 결국 언론사의 차별성이나 가치지향보다 높은 조회 수의 ‘성과’를 강요하는 경영진의 압박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10만 건 이상 조회 수에 해당하는 서울시장 선거 관련 기사 215건을 매체별로 분류한 결과에선 조선일보가 19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서울경제·한겨레 15건, 연합뉴스 13건, 뉴스1 11건, 머니투데이·이데일리·한국일보·서울신문이 각각 10건을 기록했다. 이어 중앙일보와 데일리안 9건, 세계일보·아시아경제·한국경제·헤럴드경제가 8건 순이었다. 보수·경제지가 대다수 조회 수를 ‘싹쓸이’하고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언론노조는 “언론노동자는 알고리즘을 이용하려는 언론사, 투자도 없이 디지털 성과만을 요구하는 사주와 경영진, 조회 수와 댓글로만 파악하는 이용자에 포위된 상태”라고 우려하며 “오랫동안 언론노동운동에서 요구했던 ‘편집권 독립’, ‘편집위원회 의무 설치’는 과거와 전혀 다른 이유에서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언론노조의 편집권 독립 요구를 반영한 신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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