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28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있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물자 반입을 강행하면서 지난달 방한했던 미국방장관이 사드와 관련해 한국정부의 소극적 조치에 항의해 ‘unacceptable’(수용할 수 없다)이라고 한 발언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공사 자재와 발전기 등을 실은 트럭 등 40여 대를 기지에 들여보내려 했고 이에 대해 인근 주민과 사드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100여 명이 진입로 입구인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밀려나면서 주민 3명이 부상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문화일보는 28일 관련 기사에서 ‘국방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중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방한 때 사드 기지의 열악한 생활 여건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unacceptable)’이라며 한국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면서 ’이번 조치는 미군 측이 제기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사드기지를 더 이상 방치하다간 한·미 동맹이 크게 훼손될 것이란 극도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미국 측이 동맹에 대한 근본적 의심까지 제기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썼다.

오스틴 장관이 지난 달 방한 당시 서욱 국방장관과의 회담 및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사드 기지의 열악한 생활 여건에 대해 우리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는 과정에서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unacceptable)’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이란 보도는 조선일보가 지난달 26일 “〔단독〕 美국방 성주 사드기지 방치, 동맹으로 용납 못할 일”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사에서 “사드 기지 미군장병들의 안정적 주둔을 위한 공사가 사드 반대 단체의 저지로 수년째 진전을 보지 못하자 미국 측이 동맹에 대한 근본적 의심까지 제기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썼다.

▲ 4월28일 오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기지 입구인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 사드기지로 들어가는 장비를 실은 군용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 4월28일 오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기지 입구인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 사드기지로 들어가는 장비를 실은 군용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성주 사드 기지 공사와 관련한 두 신문의 기사는 한미군사관계에 대한 현주소의 일부를 소개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다른 대중매체는 이런 면을 전혀 보도하지 않은 것과도 크게 대비된다. 하지만 두 신문이 미국방장관의 태도가 사드가 한미동맹의 핵심축인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까지 언급했더라면 독자에 대한 서비스가 더욱 양질이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성주 사드 기지는 미국이 이 조약으로 보장받고 있는 군사적 권리가 행사되는 현장인 것이다.

성주 사드기지는 미국의 권리가 행사되는 현장

사드 성주 배치와 직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는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The Republic of Korea grants,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ccepts, the right to dispose United States land, air and sea forces in and about the territory of the Republic of Korea as determined by mutual agreement”로 되어 있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방한 때 사드 기지의 열악한 생활 여건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unacceptable)’이라고 언급한 것은 바로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 보장된 미국의 권리(right)를 미국이 수용(accept)할 수 있도록 한국이 허여(grant)할 것을 촉구한 표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정권 때부터 논란이 된 사드의 한국 배치도 사실 미국이 이 조약 4조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이었고 한국은 ‘허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사드 기지를 지금 같은 상태로 계속 방치할 것이냐.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며 장병들의 기초적 생활을 위한 물품 반입과 공사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극도의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고압적 태도가 나올 수 있는 근거가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인 것이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어떤 의도였건 간에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포함된 단어를 사용한 것은 미국의 당연한 권리가 성주 사드 기지에도 적용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대해 군사동맹관계에서 수평적인 것이 아닌 기울어진 운동장 형태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것을 지적한 셈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항의 또는 변명했는지 전해지지 않는다. 대신 소성리 사드 기지 주변에서 국방부가 발전기와 공사용 자재 등 물자 반입을 하면서 사드 반대단체와 경찰 간에 몸싸움 등 충돌이 벌어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의 불평등한 규정은, 미국과 필리핀의 군사동맹과 비교하면 그 실상이 확연히 들어난다. 미군은 필리핀 군 기지 내에 주둔하거나 영구기지는 안 되며 핵무기 반입은 안되게 하는 등 필리핀이 미군 주둔에 대해 주권국의 위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미일 군사동맹도 한국처럼 미국의 권리(right)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한미상호방위조약 4 조에서 파생된 하위법체계인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또한 미국의 우월한 지위를 인정하는 형식으로 주한미군에 대한 시설, 구역, 경비를 한국이 부담하게 만들고 있다. 소파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다. 이 4조의 첫 부분 ‘상호합의에 의하여’는 SOFA에 의한 합의를 가리킨다. 방위비분담협정은 SOFA 5조(주한미군에 대한 시설과 구역은 한국이 제공하고 주둔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는 내용)의 적용과 관련한 예외적 특별 조치를 담았다. SOFA가 주한미군의 주둔 경비를 미국이 부담하게 만들어졌는데도 SOFA 5조의 예외적 협정을 별도로 만든 것이다.

SOFA는 처음에는 한국이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미국에 제공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도록 규정하는 것으로 만들어졌지만 한미는 1991년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만들어 미국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유지비용의 절반 정도를 한국이 부담토록 해왔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을 말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 등은 한국이 주권국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군사적 자주권 문제,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어렵게 하는 문제를 초래한다. 또한 미국이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태롭게 만들 소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195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21세기에 걸 맞는 것인지, 특히 미중패권경쟁이 격화되는 시기에 국익에 보탬이 되는지, 남북한 경색국면의 해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미국의 대북 정책 수립에서도 객으로 전락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갑이 되면서 한국은 한반도에서 주역이 되지 못하고 객으로 전락해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국무부는 지난 21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측에 제안한 북핵해법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등 다양한 목소리를 통합한 체계적인 대북정책을 계속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은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북핵 해법에 대해 바이든-해리스 정부는 북한이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가하는 점증하는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대안들(options)을 평가하며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철저한 부처 간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 측은 이어 미국이 미 정부 내부와 매우 가까운 동맹들 및 동반자국가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다른 이해당사국들의 의견(inputs)을 통합한 체계적이고 상세한 (대북) 정책 과정을 계속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자유아시아방송 2021년 4월21일).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미북 대화를 속히 재개하는 것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북한 비핵화 방안으로 미북이 서로 양보와 보상을 '동시적으로' 주고 받으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미중 간의 갈등이 격화된다면, 북한이 그 갈등을 유리하게 활용하려고 할 수 있다며 미국이 북한 문제와 기후변화를 포함한 세계적인 관심 현안에 대해 중국과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미 국무부의 태도는 한국이 한반도 당사국으로 남북교류협력 등을 통한 평화통일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혀 인정치 않는 태도다. 미 국익을 최우선시하면서 한국을 동등한 유엔 회원국으로 인정치 않는 오만불손한 태도를 과시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군사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미국에 예속된 상태라서 빚어지는 현상으로 지난 수십 년간 한미군사동맹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드러내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보면 경제력이나 국방예산 규모가 세계 10 위권이다. 세계 2백 여 개 국가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 국가의 국격에 맞게 국민을 섬기는 민주주의 정부라면 한미군사동맹의 현주소에 대해 솔직히 밝혀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국방부, 외교부 등은 마치 한국이 미국과 대등한 주권국가인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언행만을 국민 앞에서 할 뿐이고 언론도 그에 호응하는 보도를 할 뿐이다. 이 부분은 과거 국가보안법에 의해 조성된 적폐의 하나라 해도 민주화가 상당히 진전된 오늘날에도 시정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심각한 권언유착처럼 보인다.

▲ 4월28일 오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기지 입구인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경찰이 연좌시위 중인 사드 반대단체 회원 및 주민 50여명을 강제 해산하고 있다. ⓒ 연합뉴스
▲ 4월28일 오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기지 입구인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경찰이 연좌시위 중인 사드 반대단체 회원 및 주민 50여명을 강제 해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와 언론, 한미동맹 실체에 대해 솔직해야

촛불정부라 하지만 한미동맹과 관련해서는 관과 민의 관계는 권위주의 정부시절의 그것과 흡사하다. 성주 사드 기지의 민관 충돌에서 반복되는 것처럼 대통령, 국방과 안보, 외교 장관 등 공직자의 솔직하지 못한 태도, 경찰의 물리력 행사는 과거와 동일하다. 언론의 책임도 크다. 세계 여러 나라에 특파원이 가 있어 자주권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언론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보수, 진보 언론 가릴 것 없이 무감각하고 무책임하다.

언론은 한미군사관계의 현주소에 대해 사실관계에 입각해 보도를 해야 하지만 한미군사동맹의 실태에 대한 핵심적 사실에 대해 침묵하면서 한반도 평화통일 노력에 등을 돌린 듯한 국제적으로 수치스러운 일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의 슈퍼 갑 위상에 대해 필리핀, 일본과 미국의 군사관계 등과 비교하면 그 실체가 분명해지는데 이런 일이 정부나 주요 대중매체가 외면하고 있는 것은 너무 불행하고 심각한 일이다. 정부와 언론의 이런 태도는 결국 미국이라는 군사적 실체는 뒤켠에서 이익만 챙기는데 소성리 주민들과 경찰의 충돌이라는 참혹한 사태가 반복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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