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 영상을 촬영하는 VJ(video journalist)가 ‘위장도급’에 해당될 수 있다는 지적이 방송사 내부에서 나왔다. 형식상 용역업체 직원이지만, 이들이 직접 MBC의 업무 지시를 받는 데다 업체도 인력파견회사와 다를 바 없어 직접고용 대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MBC 보도국 관계자는 “영상취재 인력 중 하나인 VJ가 위장도급으로 노동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몇 년 전부터 계속 나왔다”며 “당사자뿐 아니라 동료 카메라·취재기자 등도 이를 알고 있고 문제의식도 가지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고 전했다. 

VJ는 MBC 보도에 쓰일 영상을 촬영한다. 뉴스 리포트 ‘영상취재’ 바이라인에 이름을 올리는 취재진이다. 복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이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매일 오전 9시 MBC 사옥 8층에 출근해 보통 현장 1~2곳을 취재한 후 오후 6시 퇴근한다. 일과는 뉴스영상콘텐츠국 데스크의 지시에 따른다. 데스크가 취재기자들 기사 발제 내용을 보고 필요한 촬영물을 VJ에게 분배하는 식이다. 

MBC와 업무 위탁 계약을 맺은 업체의 직원이 MBC의 직접 지시를 받고 있다면 위법 논란이 발생한다. 정상적인 도급업체라면 독립적인 조직, 설비, 도구 등을 갖추고 현장대리인이 업무 지시를 해야 하는데, 이 업체는 사실상 역할이 인력파견업체와 유사했다. 이와 관련 MBC에서 일했던 전직 VJ A씨는 “MBC 장비를 썼고, 다른 촬영기자와 뒤섞여 똑같은 데스크로부터 같은 방식으로 업무 지시를 받았다”며 “도급업체 관리자에게 업무 감독을 받는 구조가 결코 아니”라고 밝혔다. 

이 경우 VJ들은 직접 지시를 받는 ‘파견노동자’로 간주된다. 그런데 MBC와 O업체는 파견 근로 계약을 맺지 않았다. 이른바 ‘불법파견’이다. 

▲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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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과 업무 차이도 거의 없었다. MBC ‘일반직’인 촬영기자와 ‘전문직’인 영상PD, VJ는 같은 업무를 맡아 뒤섞여 일했다. 영상PD와 VJ는 ‘6mm’라 불리는 중·소형 카메라를, 촬영기자는 뉴스제작용 전문 장비인 ENG카메라를 주로 쓰는 점만 다르다. 전문직은 일반직보다 처우가 상대적으로 낮은 정규직군이다.

이 때문에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A씨는 “2015년 기준 저 연차 VJ는 세금을 제하면 한 달 170만원 안되게 벌었다. 영상PD와 수십만원 차이가 났던 걸로 기억한다”며 “VJ는 정규직에게 나오는 식대, 취재비 법인카드 사용, 상여금 등을 못 받았다. 차별이 싫어서 퇴사한 VJ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복잡한 고용구조는 2012년 공정방송 파업을 거치며 심화됐다. MBC 노조가 파업을 멈춘 뒤인 2012년 8월, 김재철 당시 MBC사장은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영상취재부문 조직을 해체했다. 영상취재부, 시사영상부 등에 모여있던 촬영 기자들을 사회부, 경제부 등 10여개 개별 취재부서로 구분해 발령냈다. 

이후 2017년까지 정규직 촬영기자 채용도 중단됐다. 인력이 모자라면 ‘영상PD’라는 이름의 1~2년 단위 계약직만 고용했다. 이 과정에서 2년 넘게 일한 기간제 영상PD가 무기계약직이 되며 비중이 증가했고,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큰 VJ도 꾸준히 늘었다. 2008년 2명에 불과했던 VJ는 현재 10명 안팎이다. 

위장도급 형태는 MBC 특징이다. SBS나 YTN 등의 VJ들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한다. 방송사에 종속돼 직원처럼 일하는 VJ도 있다는 점에서 ‘무늬만 프리랜서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KBS 경우 제한된 경우에만 VJ 인력을 활용한다. 한 KBS 기자는 “보도 부문에서 VJ를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한편 MBC 관계자는 이 같은 사안에 대해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제기가 되지 않았다. 따로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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