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버지의 성을 우선 따르게 하는 원칙 ‘부성 우선주의 원칙’을 폐기하기로 했다. 혈연·결혼으로 맺은 관계가 아닌 비혼·1인가구·위탁가정 등 다양한 형태도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고 각종 사회적 지원을 확대하는 법개정을 추진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7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4차 건강가정 기본 계획’이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28일자 신문별로 이 소식을 전하는 톤에서 차이를 보였다. 

배우 윤여정씨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지난 26일 과거 남편인 가수 조영남씨를 인터뷰해 “나처럼 바람 피운 사람에게 최고의 한방”이라고 기사제목을 뽑은 언론에 대한 비판 만평이 나왔다. 

오늘도 조선일보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근황 보도가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이 총장직 사퇴 이후 한달 이상 공개활동을 자제한다며 최근 한 프리랜서 번역가를 만난 사실을 보도했다. 

▲ 28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 28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세계 “전통가족 틀 흔들릴 우려”
경향 “법 개정 등 갈길멀어” 

여성가족부가 밝힌 기본계획을 보면 정부는 가족 형태가 다양화하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건강가정기본법과 민법을 개정해 동거·사실혼 부부, 돌봄과 생계를 같이하는 노년 동거 부부, 아동학대 등 위탁가족과 같은 다양한 형태를 포용할 계획이다. 

자녀의 성을 결정할 때는 아버지 성을 우선하던 기존 원칙 대신 누구의 성을 쓸지 부부가 협의해 결정하고, 비혼모가 양육하던 자녀의 존재를 친부가 뒤늦게 알았을 때 아버지가 자신의 성을 강제할 수 있는 현행 민법 조항도 개정할 예정이다. 친모가 협조하지 않으면 출생신고가 불가능했던 비혼부 자녀 출생신고 차별조항도 없애기로 했다. ‘혼외자’를 민법과 출생신고서에 표기하는 기존 친자관계 법령도 손 볼 예정이다. 

세계일보는 이 소식을 1면 톱기사 제목을 ‘“혼인·혈연 아니어도 가족” 전통 가족 틀 흔들릴 우려’라고 정하고 기사 첫 문단에서 “달라진 시대 환경에 따라 개선하거나 신설해야 했던 정책도 있지만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족의 개념과 역할에 큰 변화가 불가피한 정책을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 28일자 세계일보 2면 기사
▲ 28일자 세계일보 2면 기사

 

세계일보는 2면 ‘姓 다른 친형제도 인정…“가족 해체·분화 가속화할 것”’이란 기사에서도 “사안에 따라 충분한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성급히 추진할 경우 적잖은 진통과 혼란이 우려되는 대목도 있다”며 “당장 전통적 가족 형태를 중시하는 종교·보수성향 시민단체는 ‘가족제도를 해체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고 했다. 종교·보수성향 시민단체 측 관점으로 기사를 전한 셈이다. 

세계일보는 “일각에서는 비혼 출산까지 가족으로 포함할 경우 무분별한 출생이나 부모가 자녀 성을 정하는 과정에서 형제·자매의 성이 다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2면 기사에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전통적 가정과 가족의 해체 및 분화를 가속화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입장문도 함께 전했다. 

정부 발표에 대한 비판은 이어졌다. 세계일보는 사설 ‘여가부 건강가정계획, “가족제도 해체 우려” 유념하길’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가족 개념 확대가 실현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주거나 돌봄 등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법·제도를 뒷받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발표에 대해 단지 정부를 추진 주체로 보고 종교단체 등이 반발하는 이유를 들여다보자고 지적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에 가깝다. 사유리씨의 비혼 출산 소식에 대한 여론의 반응 등을 볼 때 현재 혼인을 중심으로 한 가족제도, 즉 현행 법체계가 현실에 존재하는 여러 가족형태를 어떻게 배제해왔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세계일보의 우려처럼 형제·자매의 성이 다른 문제는 현행 가족제도 안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이다. ‘무분별한 출생’은 논란이 될만한 표현이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비혼 출산과 한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새로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혼출산과 한부모가정은 시대를 불문하고 존재한 가족형태다. 정부가 법제도를 개선하면서 이들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줄여나갈 수 있고, 사회적 편견이 존재한다면 이번 법제도 개선이 편견을 줄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런 해석은 덧붙이지 않았다. 

세계일보가 기사와 사설 전반에서 ‘부성우선주의’ 등 전통적 가족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톤을 보인 반면 조선일보는 1면과 3면 톱기사에서는 정부 발표안을 충실하게 소개했다. 3면 하단 기사에서는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한 종교계의 우려와 여성계의 환영 목소리를 함께 전했다. 

해당 기사를 보면 지난해 법무부 ‘포용적 가족문화 법제개선위’ 위원장을 맡은 윤진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은 자녀 등의 성 선택시 여성이 평등한 권리를 갖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자녀를 여럿 낳아서 (자녀들 간) 성씨가 달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위원들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부계 혈연 중심의 권위적 가족제도를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바꾸는 것이 전 세계적 성평등의 방향”이라고 했다. 

같은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한교총 입장을 전했다. 또한 “종교계 일각에선 ‘대대적인 가족 확대 분위기에서 자칫 동성혼까지 합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도 전했다. 법무법인 가족의 엄경천 대표변호사는 이 신문에 “동거의 경우 실거주 여부 확인이 쉽지 않고 어떻게 등록, 관리할지 복잡하다”며 “생물학적 부계 확인과 부양책임이란 역사가 담긴 ‘부성 우선제’ 폐지에도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또 다른 기사에서 해외 사례도 함께 보도했다. 해당 기사를 보면 독일 민법에선 부모가 결혼 후 한쪽이 성을 바꿔 같은 성을 쓰면 자녀도 이 성을 따르도록 하고 있고, 부부라 다른 성을 쓰면 아이 성은 부부가 협의해 정하고 있다. 한부모의 경우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성을 따르게 한다. 

프랑스도 누구 성을 따르게 할지 부부가 정할 수 있고, 부모 양쪽의 성을 함께 쓰게도 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아이 본인이 원하면 성을 바꿀 수도 있다. 스페인권 국가는 부모 성을 합쳐서 함께 쓰고 미안마는 후손에게 물려주는 성이 없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로페스’가 아버지 성, ‘오브라도르’가 어머니 성이라고도 이 신문은 전했다. 

조선일보의 이번 보도는 세계일보와 비교할 때 정부 발표를 충실하게 소개하고 찬반 반응과 해외의 다양한 사례까지 담아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경향신문은 정부의 이번 계획 필요성에 방점을 두고 계획이 실제 현실화하기 위해선 타 부처와 협의 법 개정 등 시일이 걸리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함께 전했다. 경향신문은 “‘건강하지 않은 가정’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건강가정기본법’ 명칭도 개선한다”며 현행 제도에 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현재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자녀 성 결정 방식을 ‘부모 협의 원칙’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경향신문은 “민법상 가족 개념을 바꾸면 관련된 많은 법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시행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또한 “부모 협의로 자녀 성을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졌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가정기본계획에는 자녀 양육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학대한 부모는 상속에서 제외하는 일명 ‘구하라법’ 도입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한부모·청소년 부모 등 다양한 가족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비양육 부모에 대한 처벌 강화내용도 담았다. 

▲ 28일자 한겨레 만평
▲ 28일자 한겨레 만평

 

조영남 인터뷰한 언론사 비판 만평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코리아(뉴스1)는 배우 윤여정씨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식에 ‘자신이 바람을 피워 윤씨와 이혼했다’고 밝힌 조영남씨를 인터뷰했다. 뉴스1은 이 둘의 사생활을 보도하며 윤씨 수상에 대한 소감을 조씨에게 물었다. 

누리꾼들은 언론 인터뷰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조씨에 대해 비판했다.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는 뜻) 해야 한다’는 류의 지적이 많았고 최근 조씨가 사기 혐의로 재판 중인 가운데 자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조씨에게 입장을 물어 해당 기사를 쓴 언론사와 기자에 대한 비판도 함께 나왔다.

이런 가운데 한겨레는 28일 만평에서 조씨를 상징하는 ‘화개장터’를 찾아 언론이 시장 상인에게 “조영남씨 전 부인께 한말씀…”이라고 묻는 모습을 담아 이번 사건을 풍자했다. 엉뚱한 취재원에게 불필요한 질문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 28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기사
▲ 28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기사

 

계속된 조선일보의 ‘윤석열 앓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슈를 가라앉지 않게 유지하고 있는 조선일보는 28일에도 그가 인플루언서를 만났다며 근황을 전했다. 그의 행보를 전한 기사였지만 첫 문단을 보면 조선일보가 그동안 반복해 전해 온 그의 정치일정표(?)를 제시했다. 

조선일보는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초 총장직에서 사퇴한 이후 한 달 이상 공개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정치권과 윤 전 총장 주변에선 국민의힘 새 지도부 구성이 끝나는 5월 말이나 6월 초쯤 그가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때부터 여야 모두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프리랜서 번역가 A씨가 윤 전 총장을 만났다며 관련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소식과 함께 A씨 입장을 간단하게 들어 함께 실었다. 조선일보는 윤 전 총장 사퇴 이후 그가 SNS 계정을 개설하고 SNS 정치에 나설 것이란 보도를 했지만 윤 전 총장은 아직 SNS를 개설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 보도에서도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A씨 만남에 대해) 소셜미디어 기반 다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윤 전 총장 측은 ‘그럴 계획이 없다’고 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윤 전 총장은 퇴임 후 주로 서울 서초동 집에 머물며 전문가들이 보내온 책이나 정책 보고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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