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MBC의 MZ세대 공략기, 14F의 ‘존중하며 버티기’
MBC의 MZ세대 공략기, 14F의 ‘존중하며 버티기’
[인터뷰] 손재일 MBC D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제작2부장
“독자들은 느리지만 깊이 있는 콘텐츠 원해” “레거시 미디어 강점 ‘아카이브’ 활용해야” 

MBC 모바일 콘텐츠 채널 ‘14F’가 최근 구독자 수 111만을 넘겼다. 2018년 7월 뉴스큐레이션 코너 ‘14F 픽(14F’s Pick)’으로 문을 연 지 2년여만의 성과다. 조현용 MBC 기자가 세계적 기업과 브랜드 철학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주는 ‘소비더머니’는 별도 채널로 독립한 지 한달여 만에 15만명 가까운 구독자를 확보했다. 14F 콘텐츠들은 유튜브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카카오 1boon, 틱톡, 왓챠 등 다양한 플랫폼을 타고 소비자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에서 멀어진 이른바 ‘MZ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에게 각광받는 이 콘텐츠들은 MBC의 디지털 콘텐츠 전문 스튜디오, ‘D크리에이티브스튜디오’에서 제작되고 있다. ‘이걸로 되겠어?’라는 질문이 ‘이게 되네!’라는 감탄사로 이어지기까지 MBC의 모바일 콘텐츠 제작자들이 지켜온 원칙은 뭘까. 14F, 소비더머니 등을 담당하는 제작2부의 손재일 부장을 26일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만났다.

▲손재일 MBC D크리에이티브스튜디오 제작2부장
▲손재일 MBC D크리에이티브스튜디오 제작2부장

-14F 채널로 유통되는 콘텐츠가 굉장히 많다. 전부 몇 가지 정도 되나.
“11개 코너를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코너들은 23개 정도 된다. 그동안 여러 코너들이 많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졌다.”

-처음엔 지금의 ‘14F’s Pick’ 포맷으로 시작했다. 
“그렇다. 저는 원래 ‘엠빅뉴스’에 있다가 이쪽으로 발령이 났는데, 그때 ‘14F’s Pick’이라는 뉴스 큐레이팅 코너를 하고 있었다. 14F가 만들어진 지 초반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메인 페이지가 페이스북이었다. 당시 유튜브로 채널이 다변화할 때라 옮겨갔는데, 여러 꼭지를 만들어도 구독자들은 첫 번째 뉴스로 만든 하나의 썸네일(대표 이미지)만 보게 되니까 많은 인원들이 이거 하나 만드는 게 ‘가성비’가 나오는 걸까 고민이 됐다. 또 뉴스 콘텐츠를 선점한 많은 채널들이 있는 상황이라 새로운 킬러 콘텐츠를 키워보자는 논의가 이뤄졌고, 인풀루언서를 활용한 코너들을 만들어야겠다는 계획도 있었다. 여러 가지를 만들어보다가 반응이 ‘터진’ 게 유수진씨의 ‘아이돈케어’였다.”

-경제 콘텐츠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아이돈케어’를 기획한 건가.
“원래는 ‘무엇이든 물어봐’라는 콘텐츠를 했었다.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방식이었다. 세번째가 자산관리사 유수진씨였는데 반응이 되게 좋더라. 주요 구독자인 사회초년생 사이 화두가 경제, 재테크였다. 유수진씨가 ‘센캐(센 캐릭터)’이지 않나. 술집 같은 분위기에서 의지할 수 있는 언니·누나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컨셉이었다. 직설적인 질문과 답변을 하는 캐주얼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첫회부터 페이스북에서 50만 정도 조회수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MBC 14F 코너 콘텐츠에서 별도 채널로 독립한 '소비더머니' 갈무리
▲MBC 유튜브 14F 채널에서 별도 채널로 독립한 '소비더머니' 갈무리

-유튜브 구독자 수도 그때를 기점으로 늘기 시작했나.
“2019년도에 30만, 다음해에 90만까지 찍었고, 올해 초에 100만명을 넘겼다. 처음 10만을 만들기까지가 힘들었다. 뭘 해도 안 될 때가 있었다. 사회초년생에게 필요한 것이 뭘까 고민하다가 재테크, 멘탈케어, 법률상담 등의 코너를 시도했다.”

-지난해부턴 ‘소비더머니’가 떴다. 얼마 전부터는 채널 독립을 했던데, 독립 기준이 있나. 
“구독자들이 원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 반응이 나올지 몰랐는데 구독자들의 요구가 많았고, (진행자인) 조현용 기자도 채널 독립을 원했다. 구독자 입장에선 자기가 원하는 것만 보고 싶을 텐데 14F에는 너무 많은 콘텐츠가 있지 않나.”

-과거 인터뷰들을 보니 댓글을 다 읽는다고 했던데, 요새도 그런가.
“최대한 많이 보려고 한다. 구독자분들도 깊이가 있어서 틀린 것들을 항상 찾아낸다. 최대한 정확하게 만들려고 해도 실수가 있을 수 있는데 작은 것들도 찾아낸다. 팩트를 찾아내는 것이 일종의 놀이가 된 것 같다.”

-틀린 부분은 어떻게 바로잡나.
“바로 어떤 부분이 틀렸는지 댓글을 단다. 14F 계정으로 (댓글란 맨 위에 고정되는) 고정댓글을 빼놓고는 일일이 댓글을 달지는 않는다. 대신 지적해주신 댓글에 하트 표시를 한다. 우리가 다 보고 있다, 감사하다는 거다. 이런 것들이 구독자와 인연을 맺는 것이지 않나. 관계라는 건 좋아질 수도 있지만, 작은 실수로 금방 틀어질 수도 있다. 처음 콘텐츠가 업로드되면 한동안 댓글 반응을 확인한다. 팩트도 팩트인데 ‘뉘앙스 게임’이기도 하다. 같은 정보라도 어떻게 나열하느냐에 따라 뉘앙스가 바뀌고, 이걸 불편해하는 분들이 있다.”

-요즘에는 14F 코너들과 같은 주제나 소재를 다루는 유튜브 콘텐츠들도 많다. 14F의 경쟁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전세계적으로 유료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버가 100만명이라고 하더라.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콘텐츠에 좀 더 각을 세우려고 하고 있다. 또 ‘레거시 미디어’ 강점은 ‘아카이브’다. 우리만 갖고 있는 아카이브가 있지 않나. 경제 코너를 다루더라도 과거의 영상 자료들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정제되거나 눈에 띌 수 있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 뉴스 큐레이션 같은 경우는 ‘하루 늦은 뉴스’다. 전날 발제해서 다음날 녹화를 하고 제작해 올린다. 늦는 대신 크로스체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처음 14F 같은 유튜브가 시작되면서 지속가능한 수익성이 담보될 수 있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유튜브만으로도 수익은 낼 수 있다. 구독자와 조회수가 많으면 그럴 수 있는데, 14F처럼 레거시 미디어에서 하는 대다수 채널이 조회수로 인한 수익만으로는 힘들다고 봐야 한다. 브랜디드 콘텐츠의 경우 외부 수요나 제안과 맞출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판단을 한다. 제안을 받아도 콘텐츠로 채울 수 없는 것들은 억지로 만들지 않는다.”

▲MBC 14F 초기부터 제작되고 있는 14F's Pick 갈무리
▲MBC 14F 초기부터 제작되고 있는 14F's Pick 갈무리

-광고·협찬 등을 받는 기준이 있나.
“콘텐츠가 괜찮으면 팬층이 생기고, 팬층이 생기면 신뢰가 생기고, 그러면 브랜드 가치가 만들어진다. 외부에서 훨씬 이런 브랜드 가치를 잘 파악한다. 요새는 광고도 컨텐츠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브랜드에 태워지는 것들은 콘텐츠와 결이 같은 경우다. 광고 안에서도 정보나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구독자들도 재밌게 본다.”

-광고 여부를 구독자들이 잘 구분할 수 있나.
“광고라는 건 아주 잘 인식하신다. 유튜브에서 ‘유료광고’ 표시는 눈에 잘 들어온다. 이전에는 항상 콘텐츠 뒷부분에 ‘제작지원’이라는 걸 썼다. 표시 등에 대한 기준이 없었을 땐 방송 프로그램에 준하게 썼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관련된 규칙이 나온 뒤에는 그걸 지키고 있다.”

-소위 ‘터지는’ 콘텐츠에 비해 뉴스큐레이션은 반응이 뜨겁지는 않다. 그럼에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14F 데일리 픽은 가장 오래된 코너이고, 기반이다. 이게 없다고 하면 정말 ‘정보채널’이 되는 거다.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봐왔다. 강다솜 아나운서는 저보다 오래 14F에 있었다. 제가 있는 한은 계속 이 콘텐츠를 유지할 생각이다.”

-콘텐츠가 자리잡기까지 얼마나 기간을 두고 평가하나.
“보통 8편에서 10편까지는 만들어 본다. 기획에 1~2개월, 제작까지 3~4개월 정도다. 14F 팀에 처음 오면 ‘데일리 픽’부터 배운다. 그러다 새로운 기획을 하고 싶은 경우, 어느 정도 수명이 된 코너가 사라지면 그 자리에 새 기획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TV처럼 편성에 제약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빨리 새로운 콘텐츠를 올릴 수 있다. 초반에는 빨리 반응을 확인해왔다. 특히 사건·사고 관련 콘텐츠는 빨리 올려야 사람들이 많이 보니까. 14F도 그렇게 키웠다. 하지만 현재 구독자들은 느리지만 깊이 있는 콘텐츠를 원하는 것 같다. 서너편 만들면 어느 정도 느낌은 온다. 하지만 어떤 콘텐츠는 8편 정도 올라왔을 때 살아나기도 한다. 이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진은 자신을 ‘갈아 넣어서’ 만든다.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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