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외눈’ 발언이 생각이 다른 정치인들간 정치공방 소재로 소비되는 모양새다. 추 전 장관은 ‘외눈’이 시각장애인을 가리킨 것이 아니라며 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다수 매체에서 추 전 장관의 발언과 외눈발언을 비판하는 정치인의 목소리를 대립구도로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다. 

앞서 추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유로운 편집권을 누리지 못하고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들이 시민 외에 눈치 볼 필요가 없이 양눈으로 보도하는 뉴스공장을 타박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씨를 두둔했다. 

추 전 장관의 발언은 시각장애인 차별 발언이다. 맥락상 추 전 장관은 편향보도, 자유롭지 못한 보도를 ‘외눈’에 비유했다. 불필요한 비유다. 추 전 장관은 ‘외눈’이란 표현이 국어사전에 있고 자신이 시각장애인을 가리킬 의도가 없었다며 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보면 왜 차별인지 알 수 있다. 실제로 한쪽 눈으로만 보는 사람들은 편향적이고 사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자유롭게 떠들지 못할까? 두눈으로 보는 사람들은 편향되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만 보고 있나? 열등한 대상을 굳이 시각장애인에 대한 표현으로 비유하는지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어사전에는 열등한 존재를 장애에 비유해오던 언어습관을 반영했을 뿐 국어사전에 나왔다고 비하발언이 아니라고 보긴 어렵다. 또한 상당수의 모욕적 표현이 장애 관련 표현이란 점에서 이런 지적이 나왔을 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강윤택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 대표는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단어 자체가 비하표현이 맞느냐 안 맞느냐보다 의도와 맥락을 봐야 한다”며 ‘장님’을 예시로 설명했다. 장님에서 장은 막대기를 뜻하고 여기에 ‘님’을 붙인 말이다. 노인들이 지팡이를 짚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사회문화 속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폄하 맥락에서 사용되면서 비하용어로 변질됐다. 시각장애인들은 대체로 장님 등의 표현이 어원 자체가 나쁘다기 보단 사용하는 맥락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강 대표는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의미로 외눈박이를 사용할 경우 그거를 꼭 비하라고 볼 수 있겠느냐”며 “우리끼리 형편을 공감하며 쓰는 말은 비하가 아닌 걸 보면 단어 자체의 문제라곤 볼 수 없다. 다만 이게 정치인들 최근 논란에서 면피를 주자는 말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이번 추 전 장관의 표현은 장애인을 좋지 않은 쪽에 비유를 했기 때문에 비하라고 봤다. 그는 “정치인들의 발언은 지지자와 지지하지 않는 사람에 따라 기준도 달라지는 것 같다”며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실수했으면 잘못했구나 하고 넘어가면 좋은데 지지자냐 아니냐로 나뉘다보니 여야 할 것 없이 논의가 산으로 간다”고 지적했다. 

▲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장관 재직시절 국회 출석 모습. 사진=민중의소리
▲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장관 재직시절 국회 출석 모습. 사진=민중의소리

 

비하발언 논란이 반복되는 구조적 요인을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실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치인들이 김어준씨가 자기네편이네 아니네하며 자기들 싸우는데 약방에 감초도 아니고 장애인을 건든 것 아니냐”며 “반성도 제대로 안 하지만 비판했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니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대표 시절 “선천적 장애인은 후천적 장애인보다 의지가 약하다”고 발언했는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행위 중단과 장애인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했다. 이 실장은 “이 전 대표가 현직에서 떠나고 나서 인권위가 권고조치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비하의 목적이 있었던 것도 문제지만 시스템 자체가 이런 논란이 반복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정치인이 아닌 사람이 이런 발언을 한다고 논란이 되고 보도를 하겠냐”며 “국회 윤리위원회나 현직 의원이 아니면 당에서 윤리강령위반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질적인 제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추미애 전 장관의 ‘외눈’ 발언은 장애인 비하 발언이 맞다”며 “이번 발언으로 마음이 상했을 장애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은 비하의 의도가 없고 외눈이 국어사전에 있다며 자신의 발언을 문제 삼은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나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의 지적을 반박했다. 

언론에선 추 전 장관과 다른 의원들의 정치 공방처럼 이 소재를 다뤘다. 

지난 26일 연합뉴스 ‘추미애 "외눈 표현 장애인 비하 아냐" 반박에 與중진 "옹고집"(종합)’을 보면 “5선 중진, 율사 출신의 두 사람 간에 가시 돋친 설전이 이어진 셈”이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이 의원은 지난해 11월 ‘추-윤(추미매-윤석열) 갈등’ 당시에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쓰레기 악취 나는 싸움이 너무 지긋지긋하다’며 동반 퇴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박기녕 국민의힘 부대변인이 “비루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국민을 가르치려 들지 말고, 사과가 필요할 때 사과하는 법을 배우라”고 한 발언을 인용하며 아시아경제는 27일 보도에서 “국민의힘도 공세에 나섰다”고 표현했다. 

대부분 보도에서 해당 표현과 사용한 맥락이 비하표현인지 다루기 보다는 비판과 반박을 정치공세의 하나로 다뤘을 뿐이다. 

이 실장은 “언론이 덩달아 이런 발언이 나왔을 때 이슈로만 다루는데 그것보다는 사후에 어떻게 처리됐는지 흐지부지 되진 않았는지, 비판한 정치인들은 대안을 내놓았는지 사후 보도를 해야 한다”며 “예방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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