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도의회가 추진하는 ‘경기도형 공영방송’ 설립 운영의 근거가 되는 조례안이 도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조례가 방송 공정성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조례안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는 지난 21일 국중범 도의원(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 공영방송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의결했다. 경기도는 조례안을 근거로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고할 주파수 99.9MHz의 신규 사업자 공모에 지원할 전망이다. 앞서 경기방송은 FM 주파수 99.9MHz를 통해 23년 동안 라디오 방송을 해왔지만 지난해 3월 경기방송 이사회의 일방 폐업으로 정파된 바 있다.

▲경기도와 도의회가 추진하는 ‘경기도형 공영방송’ 설립 운영의 근거가 되는 조례안이 도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조례가 방송 공정성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왼쪽)은 26일 토론회에서 조례안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반면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국중범 의원(민주당)은 개정이 필요하면 개정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경기도의회 유튜브
▲경기도와 도의회가 추진하는 ‘경기도형 공영방송’ 설립 운영의 근거가 되는 조례안이 도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조례가 방송 공정성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왼쪽)은 26일 토론회에서 조례안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반면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국중범 의원(민주당)은 개정이 필요하면 개정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경기도의회 유튜브

국 의원이 대표 발의안 조례안은 과거 TBS가 서울시 교통본부 산하 사업소로 기능하던 시절의 운영 조례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제작·편성 및 인사권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등 ‘경기도정 홍보방송’이 될 거란 비판이 제기됐던 것.

이를 테면 지난 3월 입법예고 조례안에는 “이 조례에서 정하는 도지사의 권한은 경기도공영방송 대표에게 위임할 수 있다”(사무 위임 조항)거나 “경기도공영방송 대표는 방송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우 방송운영규정을 정할 수 있다”(운영규정 조항) 등이 명시됐지만 이번 상임위 통과 조례안에는 ‘경기도공영방송 대표’ 관련 내용이 사라졌다.

조례안이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된다는 점에서 언론시민사회와 현업인들의 지난 1년 논의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와 도의회는 26일 오후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형 공영방송 설립 추진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지만 “상임위 의결 뒤 토론회를 여는 것이 무슨 의미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이 토론회에서 “경기방송이 정파하고 폐업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그 기간 경기시민단체가 모여 경기도형 공영방송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충분히 했다”며 “긴 기간 동안 도의회 결과물이 고작 이 조례라는 것에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조례를 만든 주체가 누구인지 어떤 논의를 통해 만들어진 것인지 불투명하다”며 “현재 확인할 수 없는 방송사업자들이 공모에 나서겠다고 하고, 경기도공영방송 대표는 이미 내정됐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조례안 17조도 도마 위에 올렸다. “도지사는 경기도 공영방송이 재단법인으로 전환되기 전이라도 방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방송 사무의 일부를 관련 방송기관에 위탁해 운영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경기도가 방송 사업을 ‘방송기관’에 위탁할 경우 급작스런 정파로 일자리를 잃은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 조합원 등 경기방송 구성원들이 방송위탁사업자에게 계약직이나 기간제 등으로 고용돼 재단법인 전환 전까지 ‘불안정 고용’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 경기도와 도의회는 26일 오후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형 공영방송 설립 추진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지만 “상임위 의결 뒤 토론회를 여는 것이 무슨 의미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경기도와 도의회는 26일 오후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형 공영방송 설립 추진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지만 “상임위 의결 뒤 토론회를 여는 것이 무슨 의미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또 조례안 14조를 보면, 특별회계 설치를 통해 재원을 충당토록 했는데 이는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언제든 축소될 수 있다. 김 실장은 “과거 TBS가 그랬다. TBS 구성원들은 수익을 내더라도 그것이 서울시 세입으로 잡히기 때문에 수익 창출 동기 부여가 떨어졌다. 지자체와 지방의회 이벤트에 치중하는 ‘사고 안 치는 방송’에만 골몰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조례안은 “도지사는 방송기능의 효율성·전문성, 방송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기도 공영방송을 재단법인으로 전환해 운영할 수 있다”며 재단법인 전환 가능성을 열었지만 언론계에서는 TBS 재단법인화 경험에 비춰보면 최소 1년6개월이 소요되기에 당장 재단 설립을 준비해도 시간이 모자라다고 진단한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국중범 의원은 “조례안에 최소한의 것을 담으려 했다”며 “조문 하나하나가 오해를 부를 수 있어 공영방송 토대 설립에 목적을 뒀다. 개정이 필요하다면 개정을 위한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국 의원은 이 자리에서 경기미디어재단(가칭)을 설립하고 내년 하반기 방송 송출이 목표라고 했다. 국 의원은 “TBS 관련 조례와 타 시·도 지역방송 조례를 참고했다. 참고에 그친 것이 아니라 정부, 시군, 교육청 등과 함께 할 수 있는 교육 부문 등을 강화했다”며 “(방송 독립성 관련해서는) 조례는 상위법인 방송법을 벗어날 수 없다. 경기미디어재단 설립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질 때 더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경기도와 도의회는 26일 오후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형 공영방송 설립 추진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사진=김도연 기자
▲ 경기도와 도의회는 26일 오후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형 공영방송 설립 추진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사진=김도연 기자

민진영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방송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경기방송 구성원 고용 문제와 관련 “경기도가 방통위의 99.9MHz 신규 사업자 공모에 선정되면 방송 송출이 되기 전까지의 공백 기간 동안 구성원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경기도가 이에 대한 예산을 편성하고 도의회가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방청석에서 토론을 듣던 박옥분 도의원(민주당)도 “(경기도 공영방송이) 기존 방송과 얼마나 차별성이 있는지, 얼마나 시민 목소리를 대변할 것인지 고민이 있다”며 “자칫 관변화되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 아래부터 올라가는 의사 결정이 체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 역시 탑다운 방식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박 의원은 “미디어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이런 매머드식 방송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1인방송 플랫폼 시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기존 방송을 답습하는 방식에 경쟁력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도민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불투명했다”며 “재단법인 전환 등 운영 체계가 불투명하고, 중앙의 지역방송인 TBS와 차별성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방송 미래 환경에 대한 대응 전략 미비 △방송의 재정 자립 확보 방안 미비 △방송의 독립성 제도화 미비 등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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