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방송사의 시청자위원회와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원회에서 코로나19 백신 관련 보도가 전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불신을 부추기거나 사안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집중 분석과 검증 보도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는데 위원들은 보다 적극적인 관련 보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SBS가 지난 14일 홈페이지에 올린 2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민정 SBS 시청자위원(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은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됐던 “‘부작용? 백신 맞느니 사표’…일부 의료진 거부” 리포트에 대해 질의했다. 해당 보도는 우선 접종 대상이지만 접종을 거부하는 간호사를 인터뷰하며 백신접종 거부 움직임을 리포트로 다룬 다음 의학전문기자가 스튜디오에 출연해 부작용에 대한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다고 설명하는 구성이다.

김민정 위원은 “스튜디오에 출연한 기자가 ‘백신에 대한 불신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지만, 보도의 제목, 앵커의 리드, 스튜디오 출연 이전의 2분여 정도의 리포팅 내용, ‘의무접종 반대 및 코로나 백신 불신 의료 관계자 1417명 서명’ 등의 자막 등을 통해 전달된 전체 보도의 톤 앤 매너 그리고 핵심 내용은 ‘의료진 사이에서 백신에 대한 불신이 있고 의무접종에 반대한다’는 것으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 2월18일 SBS 8뉴스 리포트 갈무리
▲ 2월18일 SBS 8뉴스 리포트 갈무리

그러면서 그는 “시청자로서 알고 싶은 것은 백신을 거부하는 의료진이 내세우는 정확한 근거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라며 “소위 음모론자들의 근거 없는 우려인지 아니면 그래도 ‘의료진’이 거부하는 것이니 무언가 정부나 백신제조업체들이 감추는 문제가 있는 건지 해당 리포트는 이 점은 파고 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승희 SBS 뉴스혁신부장은 ‘균형’을 잡으려 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뒤 “리포트의 제목과 앵커 멘트 그리고 앵커와 출연기자의 대화라는 형식 자체가 리포트에 주목도가 좀 더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저희가 이런 보도를 할 때 수용자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고 조절해야 될 부분인 것 같다”고 답변했다. 

YTN 3월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위원들은 “‘중증 반응 없다’더니…백신 접종 나흘 뒤 사망” “백신 이상 반응 5백여 건…오늘 사망 3명” 등 ‘접종 후 사망’을 강조하는 보도에 대해 지적했다.

이수현 YTN 시청자위원(소비자시민모임 정책실장)은 “예전처럼 이상 사례 내용을 속보 처리한다든지 중계하듯 하는 보도들이 지금은 많이 개선돼 보였지만 여전히 제목에서 ‘사망’을 강조하는 것이 보였다”며 “여전히 중계하듯 제목을 뽑지 않았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최용문 YTN 시청자위원(법무법인 예율 변호사) 역시 “백신과 사망이라는 키워드가 제목에 그대로 들어가 있고 제목만 봐서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명시도 없어서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오해될 소지가 있는데 제목이라도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아직도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 3월3일 YTN 보도 갈무리
▲ 3월3일 YTN 보도 갈무리

3월 연합뉴스TV 시청자위원회에서는 정의식 연합뉴스TV 시청자위원(한국다문화연대 이사)이 “(백신 이상 사례로) 뇌혈전증을 보도 할 경우, 접종 수와 뇌혈전증 비율을 표시하면 아주 미미하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외의 합병증을 보도하는 경우 역시, 독감 등의 예방 주사와 ‘%’를 비교해 보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3월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원회 회의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오보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우태희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원(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연합뉴스는 국가 기간 뉴스통신사여서 통계나 이런 부분을 조심해서 보도해야 하는데 오자 같은 것들이 있었던 것 같다”며 독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이 ‘113명’인데 ‘11명’으로 잘못 썼다 정정했지만 이미 다른 언론사가 받아썼던 사례와 오스트리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일부 사용 중단’을 ‘사용 중단’으로 썼다 고친 사례를 언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보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강성국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원(‘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은 “속보를 푸시로 내보내다 보니 보편적인 이상반응인데 백신에 대한 두려움을 조성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연합뉴스는 다른 통신사보다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푸시는 지금 많이 완화된 것 같다”고 했다. 강성국 위원은 연합뉴스의 백신 관련 팩트체크에 대해 “타사의 백신 관련 팩트체크보다 뛰어났던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JTBC 3월 시청자위원회 회의의 경우 다른 방송사보다 호평이 많았다. 김문태 JTBC 시청자위원(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장)은 “국내 언론 보도 행태를 보면 부작용 사례를 부각시켜서 오히려 공포심을 키우고, 접종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고 지적한 뒤 “타 언론 대비 모니터링 해보니 안전성이나 가짜뉴스에 대한 검증은 더 많이 하신 것 같다”고 밝혔다. 

이기욱 JTBC 시청자위원(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 연구원) 역시 팩트체크 보도, 전문가 대담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JTBC에서는 특히 백신의 문제는 한 걸음이 아니라 두 걸음, 세 걸음 조금 더 나아가서 조금 더 밀착보도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MBN 3월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는 탁종열 위원(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이 “3월 19일 백신 혈전 궁금증을 풀어보는 코너는 시의적절했다. 전문가의 의견을 들으면서, 백신 접종이 생명을 살리기 위한 유력한 방안이라고 전달해 긍정적”이라며 “단지 아쉬운 점은 일회적인 보도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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