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시장들의 성폭력으로 인해 치러진 4·7 보궐선거운동 기간 ‘박원순’과 ‘성평등 이슈’를 여야처럼 선거 공학적 관점으로 접근해 보도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MBC 내부에서 나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최성혁) 민주언론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는 지난 13일 보고서에서 “이번 보궐선거가 전임 시장의 성폭력으로 인해 치러진 건 엄연한 사실”이라고 짚은 뒤 자사 보도를 되돌아봤다.

▲지난달 17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지난달 17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지난달 17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심경을 밝혔다. 피해자 A씨는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 제가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다. 2차 가해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고 토로한 뒤 “사실인정과 멀어지도록 만들었던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과 사건 왜곡, 2차 가해를 묵인하는 상황들은 처음부터 잘못된 일이었다”고 짚었다.

A씨는 이어 기자회견을 진행한 배경에 대해 “피해자에게 있어 말하기는 의미 있는 치유의 시작이라고 한다. 저는 자유의지를 가진 인격체로 그리고 피해자로서 제 존엄의 회복을 위해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당일 MBC ‘뉴스데스크’는 “박원순 피해자 ‘고인 추모 움직임 속 설 자리 없어’”라는 리포트에서 기자회견 내용을 다뤘고, “여권은 이변 없이 박영선… 임대료 지원 공약 발표”의 리포트에서 피해자가 그동안 자신을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른 캠프 인사들인 고민정, 진선미 의원 등에 대한 사과를 박 후보에게 요구한 것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A씨의 기자회견 당일 보도에 대해 민실위는 “당일 우리는 관련 내용을 두 꼭지로 나눠 보도했다. 인권사회팀에서는 민주당이 여전히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과 사건 왜곡, 2차 가해를 묵인하고 있다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책임지는 자세를 요구하는 내용을 다뤘고, 정치팀에서는 여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박영선 후보의 출사표 내용 뒤에 피해자의 사과 요구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는 내용을 리프토 중간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민실위는 이어 “민실위원들은 해당 기자회견 내용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민주당과 박영선 후보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피해자의 호소에 공감한다. 사과의 내용에 구체성이 떨어지고 2차 가해에 대해 민주당이 그동안 미온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씨의 기자회견 다음 날인 지난달 18일 고민정과 진선미 의원 등이 선거 캠프 보직에서 사퇴했다. 당일 MBC ‘뉴스데스크’는 “후보 등록 박영선… ‘박원순’ 사과하고 오세훈 ‘조준’”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이들이 선거 캠프 보직에서 사퇴한 사실을 기사 중간에 넣어 보도했다.

▲지난달 18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지난달 18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민실위는 “그러나 2차 가해자들의 사퇴가 피해자 사과 요구 하루 만에 이뤄진 게 아니라 왜 뒤늦은 사퇴인지는 지적하지 않았다. 또한 피해자가 용서에 앞서 제대로 된 사과와 민주당 차원의 징계를 요구한 것에 대해 사과의 진정성을 가늠할 잣대인 이행 여부에 대해서도 이후 보도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이어 “이번 선거에서 여야가 위력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이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는 상황에서 ‘성평등 이슈’를 의제로 설정하는 데 우리 보도도 매우 소극적이었다. 실제 우리 보도에서 이후 여야 후보들에게 권력형 성범죄 재발을 막고 성평등을 실현할 비전을 제시했는지 따져보고 살펴보는 보도는 없었다”고 진단했다.

민실위는 “권력형 성범죄의 재발을 막고 피해자의 일상으로 안전한 복귀를 위해 관련 후속보도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래야 우리를 향해 박원순과 성폭력 이슈에 대해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하는 내외부의 시선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민실위 “공수처장 관용차 특혜 의혹 MBC만 없었다” 비판

지난 1일 TV조선 ‘뉴스9’은 “[단독] ‘피의자’ 이성윤, 공수처장 관용차로 ‘휴일 에스코트조사’ 받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보도의 골자는 이성윤 서울 중앙지검장이 지난 3월 김진욱 공수처장을 만나면서 김 처장의 관용차를 이용해 공수처에 출입했다는 내용이다.

▲TV조선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TV조선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다음날인 지난 2일 다른 방송사들은 이 소식을 별도의 리포트로 다뤘다. “이성윤 ‘관용차 제공’ 특혜 논란… 공수처 직접 수사하나?”(KBS ‘뉴스9’) “피의자에 공수처장 차 제공… 공정성 시비 자초”(SBS ‘8뉴스’) “이성윤 조사에 ‘관용차 제공’ 논란… 김진욱 고발당해” (JTBC ‘뉴스룸’) 등.

반면 MBC는 이 소식을 별도의 리포트로 다루지 않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일 “검찰에 노골적인 ‘패싱’당했는데… 공수처는 속수무책?”이라는 제목의 리포트 마지막에 공수처 해명을 보도 끝에 덧붙이는 수준으로 다뤘다. MBC ‘뉴스데스크’는 “한편, 공수처는 지난달 김진욱 공수처장이 이성윤 지검장을 조사했을 당시, 공수처장 관용차에 이 지검장을 태워 청사에 출입시킨 데 대해선, ‘보안을 위한 조치였지만, 공정성 논란이 없도록 유의하겠다’고 해명했다”고만 보도했다.

민실위는 “해당 사안은 공수처와 검찰의 갈등을 넘어 권력기관을 개혁하겠다는 공수처의 중립과 공정성에서 바라봤어야 하는 사안이었다”고 지적했다. 민실위에 따르면 MBC 데스크는 “오전부터 이성윤 황제 출입 논란을 별도 꼭지로 다룰지 고민하다 금요일 뉴스 큐시트가 이미 채워줘 보도 끝에 덧붙이는 걸로 마무리했다. 판단 실수”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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