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공식 출간 예정인 책 ‘윤석열의 운명’에 대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의 혹평을 보도했던 중앙일보 기사가 돌연 삭제돼 의문을 낳고 있다.

‘윤석열의 운명’ 저자는 서울신문 기자 출신 오풍연 ‘오풍연닷컴’ 대표다. 그는 서울신문 사장에 세 번 도전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중앙일보는 지난 21일 오전 “윤석열측, 세번째 책에 ‘대단히 곤혹, 저자와 일면식도 없다’”는 제목으로 ‘윤석열의 운명’에 대한 익명의 윤 전 총장 측 반응을 담았다. 기사 제목에는 ‘단독’이 달렸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윤 전 총장 측 인사는 “현실적으로 언론 출판의 자유가 있어 본인의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출판을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게다가 이 책의 저자는 직접 대화를 통한 인터뷰나 취재가 아닌 점을 스스로 밝히고 있어 허위성을 잡아내기도 어렵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 인사가 ‘강한 불쾌감’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또 기사를 보면 윤 전 총장 측은 “윤 전 총장이 책 출간 사실도 몰랐을 뿐더러 오 대표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최근 윤 전 총장이 “요즘 나를 파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취지로 우려를 표한다는 전언을 전하기도 했다.

▲ 5월 공식 출간 예정인 책 윤석열의 운명. 저자는 서울신문 기자 출신 오풍연 ‘오풍연닷컴’ 대표다.
▲ 5월 공식 출간 예정인 책 윤석열의 운명. 저자는 서울신문 기자 출신 오풍연 ‘오풍연닷컴’ 대표다.
▲ 5월 공식 출간 예정인 책 ‘윤석열의 운명’에 대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의 혹평을 보도했던 중앙일보 기사가 돌연 삭제돼 의문을 낳고 있다.
▲ 5월 공식 출간 예정인 책 ‘윤석열의 운명’에 대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의 혹평을 보도했던 중앙일보 기사가 돌연 삭제돼 의문을 낳고 있다.

오 대표는 지난 14일 한 칼럼에 “나는 윤석열과 동갑이다. 우리 나이로 62살. 내가 출입기자와 법무부 정책위원 등으로 검찰과 12년 가까이 인연을 맺었지만 윤석열을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다”면서 “다만 윤석열도 나의 존재감은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오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도 이 책이 출간되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윤 전 총장과는) 이심전심”이라고 했다. 윤석열의 운명 서두에는 “(윤 전 총장과) 직·간접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다는 점은 밝힌다”고 썼다.

중앙일보 단독 기사는 21일 삭제됐는데 이날 오후 같은 기자가 “충암고 동기, 법대 동기 이어 동갑 언론인도 ‘윤석열 책’ 냈다”는 제목의 기사를 다시 썼다. 당초 오 대표 책에 매우 비판적이었던 기사 내용은 “5월엔 서울신문 법조대기자 출신의 오풍연 ‘오풍연닷컴’ 대표가 쓴 ‘윤석열의 운명’이 출간될 예정”으로 단순 책 소개 기사로 바뀌었다. ‘매운 맛’에서 ‘순한 맛’으로 기사 논조가 크게 달라졌다.

미디어오늘은 23일 오후 중앙일보 편집국장과 기자에게 기사 삭제 연유를 묻고자 연락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오 대표는 중앙일보에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는 23일 통화에서 “저자에게 확인하는 절차도 없었다”며 “중앙일보는 나를 쓰레기 취급했다. 그래도 언론계 선배 아닌가. 내가 이번에 중앙일보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했다.

- 중앙일보 기사 중 무엇이 오보인가?

 

“그건 중앙일보에 물어보라. 내가 저자인데, 중앙일보는 저자에게 확인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고 기사화했다.”

 

- 윤석열과 아는 사이인가?

 

“지금 기자들 관심사가 ‘나와 윤석열이 아는 사이인가’, ‘윤석열이 책 내는 걸 알았느냐’다. 책 서두 첫 단락에 ‘직·간접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다는 점은 밝힌다’고 썼다. 언론 인터뷰 때는 ‘이심전심이다’라고 했다. 기자들에게 똑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 왜 그렇게만 이야기하나?

 

“당사자가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 윤석열이다. 내가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나도 기자 출신이고 당신들도 기자 아니냐. 그러면 해석을 하라’는 뜻이다. 중앙일보는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고 엉터리 기사를 썼다. 결정적으로 잘못한 게 있으니까 기사를 통째로 들어낸 것 아니겠나. 그 기사를 보고 가족들이 내가 걱정된다며 전화를 많이 했다. 말하자면 인격살인을 했는데 거기에 최소한의 사과는 해야 하지 않나. 일언반구도 없이 정정기사를 내보냈다. 그건 도리가 아니다.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한 거다.”

 

- 한 칼럼에서 “윤석열을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다”고 썼다. 이에 비춰보면 “일면식도 없다”는 중앙일보 보도는 잘못된 게 아니지 않나?

 

“중앙일보가 왜 기사를 내렸는지 취재해보라. 거기에 보면 엄청난 내용이 있다. 내가 이야기할 수는 없다. 삭제 과정은 알지만 당사자(윤석열)가 있기 때문에 내가 말할 순 없다.”

 

- 윤석열을 만난 적은?

 

“만난 적은 없지만 소통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책 서문에도 밝힌 내용이다. 기자가 행간을 읽어야지. 나한테 숟가락으로 밥까지 떠달라고 하면 안 된다. 나는 기자 생활 30년 동안 법조만 12년을 했다. 기자를 9년 했고, 법무부 정책위원을 3년 했다. 검찰에서 나를 모르겠나? 다 알지. 상식이다. 기자가 기사 쓰기 전 한 번쯤 의심을 해야지. 중앙일보 기사는 인격살인한 셈이다.”

 

- 사과 안 하면 법적 대응할 건가?

 

“그건 안 한다. 나도 기자인데. 텍스트로 사과만 하면 끝날 문제다. (질문: 중앙일보가 삭제하고 나서 오 대표에게 입장 밝힌 것은?) 아무것도 없다. 윤석열에게 사과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한테 하는 게 맞다.”

 

▲ 오풍연 오풍연닷컴 대표. 사진=오풍연닷컴
▲ 오풍연 오풍연닷컴 대표. 사진=오풍연닷컴

- 책 반응은?

 

“책이 어제 나왔는데 오늘 3000부가 다 나갔다. 반응이 아주 뜨겁다. 나는 매일 새벽 1시 일어난다. 아침을 먹고 오풍연칼럼을 쓴다. 2018년 5월16일부터 오늘까지 쓴 게 2484개다. 그 가운데 윤석열 것만 골라보니 200개가 된다. 그중 지난해 4월1일부터 올해 4월1일까지 쓴 것만 갖고 책을 냈다. 일부러 1년치만 낸 거다. 그걸 보면 윤석열이가 왜 정치를 할 수밖에 없었고 현재 대선주자 1위에 올라섰는지 알 수 있다. 내가 매일 썼기 때문에. 다른 책들과 비교가 안 된다. 다른 책들은 급조했고 나는 1년 동안 준비했다. 중앙일보는 나를 쓰레기 취급했는데 그건 있을 수 없다. 그래도 언론계 선배 아닌가. 내가 기자 생활 만 30년 한 사람이고 법조 기자단,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사에, 내 체면이 있는데 내 칼럼을 허접하게 쓰겠나. 내가 이렇게 당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당하겠나. 그래서 내가 이번에 중앙일보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한 거다.”

 

- 내년 대선 전망 어떻게 하나?

 

“오풍연이 보는 견해로 말하자면 2021년 4월 현재, 내년 대선 상수는 윤석열 한 사람 밖에 없다. 윤석열이가 본선에 가장 가까이 가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도 아니고, 정세균도 아니고, 이낙연도 아니다. 전망 예측이 책에 다 나와 있다. 그런 것도 안 보고 헛소리하는 사람들이 많다.”

 

- 윤석열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인가?

 

“전혀 아니다. 나는 공개적으로 SNS에 이야기한다. 나는 서울신문 사장 3번 도전했다. 서울신문 사장할 의향은 있다. 내 고향 보령시장 생각도 있다. 결론은 둘 다 안 될 것이다. 서울신문의 경우 내가 정부·여당에 쓴소리를 하는데, 나한테 그 자리를 주겠나? 보령시장은 내가 고향을 위해서 한 게 아무것도 없다. 가능성은 없지만 두 가지에는 생각이 있다. 다른 어떤 제안이 들어와도 나는 안 간다. 지금도 변함 없다.”

 

오 대표는 23일 늦은 밤 오풍연닷컴에 “중앙일보 편집국 간부로부터 정식 사과를 받았다. 중앙일보와의 싸움은 끝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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