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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저널리즘] ‘강남형’이 아닌 ‘우리 지역형’ 교육방송이 필요하다
[우리동네 저널리즘] ‘강남형’이 아닌 ‘우리 지역형’ 교육방송이 필요하다

수원에 사는 중3 학부모 A씨는 엄마모임에서 오싹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입시제도가 바뀌면서 수학이 ‘만능열쇠’가 됐고, 고등학교 수학을 고등학교가서 하면 늦기에 중학교 때부터 대치동 수학학원으로 애들 돌려야 한다는… 누구누구는 중2때부터 이미 고등학교 수학 상·하 심화과정을 두번째 듣고있다는…

고민 끝에 A씨는 자녀를 대치동 수학학원에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고교수학 상·하 심화과정 주말특강. 다니던 동네학원을 끊을 수는 없기에 주말 대치동 학원비에 자동차 기름값도 부담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믿었다. 다 자녀를 위한 일인데… 주말이면 외제차로 가득차 밀리는 대치동 한복판에 자녀를 내려놓고 학원 끝날 때까지 빵집에서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대기하다 픽업하는 ‘라이딩’ 인생이 고달프지만 어쩔 수 없다고 믿었다. 대치동 애들과 같이 공부하는게 너무 힘들다며 아이는 툴툴 대지만 어쩔 수 없다고 믿었다. 다 너를 위한 일인데…

그런데, 어느날 A씨는 우연히 대치동에서도 정직하기로 소문난 진학컨설턴트를 만났다. 나이 지긋한 그분은 A씨의 말을 듣자마자 깜짝 놀라서 이런 말을 했다. “왜 굳이???” 고교 수학 상·하는 수능실력과 관련없는 내신대비용으로 수원 일반고를 갈거면 굳이 심화과정까지 할 필요도 없고 학원 대신 인강으로도 충분한데 왜 굳이 대치동에서도 의대를 목표로 하는 최상위권 애들이 택하는 내신심화과정을 듣고 있느냐는 말이었다. 그는 이런 비유를 했다. “이건 마치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려고 자동차 구조학을 공부하고 있는 꼴입니다”

‘카더라’식 정보에 홀려 시간낭비, 돈낭비, 아이까지 힘들게 한 꼴이다. 그런데 이게 실화다. 지역에서 학교수업을 꼼꼼히 들으며 부족한 부분은 인강으로 공부해도 충분한 아이들이 시간들여 돈들여 대치동을 오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의대를 꿈꾸는 아이들 중엔 그냥 살고있는 지역 일반고로 진학해 지역인재로 의대가기 충분한데 굳이 명문 자사고로 진학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내신이 나빠 지역인재도 의대도 멀어지는 경우가 있다. 왜일까? 교육정책은 늘 문제였지만, 기본적으로 입시와 관련된 뉴스나 정보들이 주로 강남에 사는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의 마케팅과 기자들의 비전문성, 그리고 무조건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정파성이 결합해 우리 아이들을 불필요한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장기간 재택 수업 끝에 등교가 시작되면서 그동안 조용했던 학원가 및 주변 상점도 활기를 찾고 있다. 사진은 3월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 연합뉴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장기간 재택 수업 끝에 등교가 시작되면서 그동안 조용했던 학원가 및 주변 상점도 활기를 찾고 있다. 사진은 3월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 연합뉴스

자사고 진학은 일반고에서 내신 따기 힘든 강남에서 설득력있는 선택일 뿐 다른 지역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데도 뉴스는 여전히 자사고와 특목고다. 학교내신이 중요해졌다는 말은 강남 사는 애들은 강남학교에 맞춰, 수원사는 애들은 수원학교 내신에 맞춰 우리 동네 스타일로 공부하라는 건데 경기도에 살아도 강남스타일, 심지어 충청권이나 영호남권에서도 강남스타일이다.

지역의 어느 교육감께서는 ‘정보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하시는데 정보가 부족한게 아니라 넘쳐나는 정보를 우리 지역에 맞게 해석하는 작업이 부족해서 그런거다. 이러면 어떨까. 지역방송국이 나서는거다. 그 지역에 맞는 진로진학 정보를, 예를 들어 수원에서 대학가기 (혹은 진로진학, 대학이 꼭 정답은 아니기에) 시리즈를 안양에서, 여주에서 동두천에서 돌아가며 만드는 거다. 달라진 교육정책과 지역실정을 꿰뚫고있는 공교육 진학 선생님과 공신력 있는 사교육 선생님, 그리고 대학을 안가고 취업하고픈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줄만한 특성화 선생님들까지 둘러앉아 지역 맞춤형 진로진학 정보를 주고 그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말이다. 경기도처럼 평준화와 비평준지역, 도시와 농촌이 복합된 지역의 경우는 31개 시군을 일주일에 한번씩만 돌아도 8개월이다. 아마 대주주에게 수익을 안겨줘야하는 민영방송은 못 만들것이다. 돈이 안되니까. 그러나 지역의 공영방송이라면 그런 공론장을 만들어 볼만 하다.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고 하는데, 지역의 방송국은 무엇으로 우리 지역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질높은 진로진학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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