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신문 부수 조작 사태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참여하는 정부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미디어바우처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언론의 신문 유료부수가 조작되고 정부 보조금이나 정부기관 광고비가 부당하게 집행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로 보인다”고 말하면서 “정부가 연간 집행하는 정부 광고 규모는 매년 1조893억여 원에 달한다. 그 중 23%에 해당하는 2452억여 원이 인쇄 매체에 지급하는 광고다. 예산 항목 상 협찬 및 숨은 예산을 감안하면 정부가 언론사에 지급하는 비용은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ABC협회의 부수공사 지표를 (정부광고 및 정부보조금 집행에) 사용하는데 이토록 중요한 공사결과가 ABC협회 및 주요 신문사에 의해 조작되어 왔다는 사실이 최근 내부 고발자 및 문화체육관광부 사무검사에 의해 밝혀졌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새 신문이 폐기물처리장에서 계란판 제조용으로 팔리거나 동남아로 수출되고 있다. 대구의 한 처리장만 해도 매달 1000톤의 새 신문이 처리되고 있다고 한다. 계산해보면 한 달에 약 800만부의 신문이 독자에게 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 뒤 “부수 공사결과를 조작해 정부 광고를 유리하게 수주한 행위는 부당한 고객 유인으로 대표적인 불공정거래행위”라고 강조하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드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21일 국회 대정부질문.
▲21일 국회 대정부질문.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왼쪽)과 김승원 민주당 의원. 

이에 대해 홍남기 국무총리 권한대행은 “신문의 유가지수가 공정하게 파악돼 제시되지 않는 것은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공정위와 이야기해보니 (조사는)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명백하게 지금 단계에서 위법성을 갖고 있는지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이에 김승원 의원이 “독자에게 배포되지 않고 폐기된 신문을 배포된 신문처럼 오인하게 하는 것은 불공정거래”라고 강조하며 공정위가 이 사안을 챙겨야 한다고 주문했고, 이에 홍남기 권한대행은 “저는 (이 사안이) 부당한 고객 유인에 해당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판단은 공정위에서 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정거래법에서 따르면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2%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김 의원은 “1년에 해외로 수출되는 신문이 지난해 1만8000톤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반드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남기 권한대행은 “신문부수와 관련해 정확한 통계가 제공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면서 “ABC협회 집계를 좀 더 공정하게 할 방법이 있다면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ABC협회 사무검사를 마쳤고 상당수의 문제점이 지적되어서 ABC협회에 개선 권고안을 6월까지 요청했다”고 밝혔으며 “문체부가 중심이 되어 협회·전문가·유관기관과 함께 50개 정도로 표본지국을 늘려 재조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황 장관은 “ABC협회와 신문지국에서 (재조사에) 협조도 안 하는 상황이지만 지속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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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회 대정부질문. 황희 문체부 장관(왼쪽)과 김승원 민주당 의원. 

김승원 의원은 “2008년에도 ABC 부수공사 조작 문제가 있었다. 당시 유인촌 장관도 이 문제를 인정했지만 당시 문체부가 ABC협회를 제대로 제재하지 않아 13년이 지난 오늘날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황 장관은 “(ABC협회 지표는) 언론사의 유료부수와 성실률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의 잣대이기 때문에 매우 엄중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6월까지 권고사항 이행과 함께 재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김 의원은 보조금법에 따라 언론사가 부수 조작으로 보조금을 부당수령 한 경우 정부가 이를 환수할 수 있다며 “범죄행위가 확인되면 범죄자에 대한 고발 및 환수조치를 하겠느냐” 물었고 이에 황 장관은 “보조금법 관련 규정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ABC협회 부수가 공정한 지표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고 소중한 국민 혈세가 부당하게 낭비되고 있다”면서 “현재 유료부수를 기준으로 정부광고를 지급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고 비판하며 유료부수 지표의 새로운 대안으로 미디어바우처를 제안했다. 

김 의원은 미디어바우처를 가리켜 “국민들에게 미디어 후원에 쓸 수 있는 소액의 바우처를 지급하는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시범사업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디어바우처 및 언론생태계 발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정부광고비를 국민에게 나눠 드리면 국민들이 그 돈을 좋은 언론에, 기사에 나눠 바우처로 지급하는 것”이라면서 “미디어바우처를 도입하면 언론은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황희 장관은 “국민들이 직접 (좋은 언론을) 선택하고 (미디어의) 공공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매우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책이) 왜곡의 소지가 있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한 언론사에 (바우처가) 집중되지 않게 금액 제한 비율을 정하고 (바우처 제도) 참여 언론사는 언론 윤리강령 준수를 부과하고 위반 시에는 바우처 환수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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