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벌써 7년이다. 정치권과 언론은 여전히 ‘진상규명’을 외친다.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지난 1월 고(故) 임경빈 군 구조 지연 의혹 등에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7주기인 지난 16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국회에 의뢰했다. 특검은 세월호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조사와 수사가 거듭된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가 인정해야 할 사실관계는 무엇이 있을까. 지난 19일 오전 김성수(49) 뉴스타파 기자를 서울 중구 뉴스타파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7년 동안 세월호에 천착했다.

▲ 김성수 뉴스타파 기자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김성수 뉴스타파 기자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세월호 침몰원인은 99% 이상 규명됐다고 말한 바 있다. ‘내인설’을 과학적으로 보도해왔는데?

“세월호 침몰원인은 2018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내인설 보고서를 통해 과학적으로 설명됐음에도 사회적으로 공인받지 못한 상태로 지금까지 왔다고 본다. 당시 선조위 종합보고서는 ‘내인설’과 (외력설을 배제하지 않은) ‘열린안’으로 형식상 2개 입장을 각각 위원 3명이 서명한 채 채택됐다. 그러나 보고서가 나온 후 개인적으로 20여명의 해양조선공학이나 일반 과학자들을 찾아다니며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받아본 결과, 절대 다수가 내인설이 합리적·과학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내인설 보고서는 합리적 근거를 통해 명확한 인과관계로 설명하고 있는 반면, 열린안 보고서는 사고 발생 시나리오조차 제시하지 못한 보고서라는 것이다. 두 보고서 내용은 90% 이상 동일하다. 열린안이 제기하는 일부 이론에 대해선 보론 내지 각주로 처리해 한 권으로 통합할 수 있던 보고서였다. 그런데도 두 권으로 나오는 형태가 됐다. 굉장히 아쉬운 대목이다.”

- 다수 언론은 두 결론에 세월호 선체조사위가 3대3으로 나뉘었다고 보도했는데?

“그 때문에 일반 국민은 ‘침몰원인에 대한 결론이 안 났구나’라고만 생각하게 된 것이다. 두 보고서 세부 내용을 심도 있게 분석해 평가한 언론이 사실상 전무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열린안에 서명했던 장범선 위원도 사고 당시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에 따른 급선회를 인정했다. 장 위원은 최종 언론 브리핑 현장에서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에 따른) 전타 상태에서 외력이 없어도 급선회와 횡경사가 그대로 일어나서 배는 넘어지게 돼 있는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도저히 (초당) 3.3도라는 그런 급선회까지는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 외력이 추가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외력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할 데이터가 있긴 하지만, 외력이 없었어도 배는 넘어졌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결국 장 위원 관점도 넓은 범위의 내인설로 볼 수 있다.”

- 2014년 10월 검찰은 세월호 최종 수사를 발표했다. 증축에 의한 균형 상실, 과적 및 고정결박(고박) 불량, 평형수 미달, 조타수의 조타 미숙으로 인한 급변침 등을 세월호 침몰원인이라고 결론 냈다. 이 역시 일종의 내인설인데?

“나도 당시 검찰 수사는 이해되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그랬다. 조타수가 운항하다가 오른쪽으로 35도나 꺾는 상황은 평생 있을까 말까한 일이라는 것이다. 북극해에서 갑자기 빙하를 마주쳤을 때 외에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거였다. 또 검찰이 수사한 복원성 데이터로 다시 계산해봐도 세월호의 그 AIS 항적 궤도는 나오지 않았다.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취재해야 할 언론이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없었다. 검찰 수사 기록을 모두 확인해 검증에 나섰고 세월호 2주기 뉴스타파 리포트를 통해 검찰이 누락한 화물 중량 268톤을 확인하기도 했다. 즉, 검찰 복원성 계산 자체가 잘못됐던 것이었다.”

- 반면 선조위는 상당히 과학적이고 신뢰도 높은 조사와 분석을 수행했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2017년 3월 출범한) 선조위의 핵심 성과는 세월호 화물칸에 실려 있던 차량의 블랙박스 동영상을 복원한 것과 조타 장치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사실을 확인한 것, 두 가지다. 블랙박스 동영상을 확보해 최초 보도하기도 했지만 그 영상을 보면 세월호가 언제, 어느 정도 속도로, 얼마의 각도로 기울었는지 확인 가능하다. 그 영상을 본 선박 운항 전문가들은 ‘외부 충격 없이 화물 이동을 동반한 급격한 횡경사로 순식간에 쓰러졌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인양 후 드러난 세월호 표면 검사에서 외부 충격이 없음이 드러났고,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확인을 통해서는 무엇이 타(舵·배의 방향을 조종하는 장치)를 돌렸는지 확인할 수 있다.”

- 김 기자는 2018년 5월 세월호 조타 장치 일부인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사실’을 보도했다. 선조위 조사 내용, 세월호 도면과 자료를 취재·분석하고 전문가 자문 등을 거친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다만 선체 일부 결함만으로 그렇게 큰 배가 쓰러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다수가 제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2019년 미국에서 발생한 골든레이호(현대글로비스 소속 자동차 운반선) 전도 사고를 보면, 쓰러져 있는 모습이 세월호와 매우 유사하다. 세월호 10배인 7만톤급 선박이다. 방향을 틀다가 넘어진 것인데 중간 조사결과에 따르면, 원양에서 내항에 들어오는 과정에 평형수를 1000톤 이상을 뺐다. 그로 인해 선박 복원성이 매우 불량해졌다. 세월호보다 10배 큰 선박도 복원성이 나쁘면 조금만 타를 꺾어도 넘어진다. 문제는 무엇이 타를 꺾도록 했는가였고, 그것이 조타 장치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에 따른 것이었다는 게 선조위 내인설 보고서였다.”

▲ 2017년 3월26일 오전 8시께 반잠수선 위로 완전히 인양된 세월호 선체 갑판 부분과 선체 아랫부분. 사진=미디어오늘
▲ 2017년 3월26일 오전 8시께 반잠수선 위로 완전히 인양된 세월호 선체 갑판 부분과 선체 아랫부분. 사진=미디어오늘

- 그렇다면 조타 장치 내 일부 부품 결함으로 인한 단순 사고라고 말해도 되나?

“결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세월호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만으로 쓰러진 것이 아니다.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착되면 조타실에서 통제되지 않는 타의 급선회 현상이 발생하고, 배는 한 쪽 방향으로 돌게 된다. 이때 배의 복원성이 안정적이라면, 엔진만 끄면 빙빙 돌기만 하다가 조금 뒤 멈춰설 뿐이다. 하지만 세월호는 복원성이 극도로 좋지 않은 배였기 때문에 급격히 쓰러져 버렸다. 무리한 출항, 선체 무게중심도 알지 못한 채 평형수를 빼고 다녔던 관행, 과적, 고박 불량 등 모든 악재가 응축된 사고다.”

- 세월호 침몰원인 조사 초점이 ‘복원성’에 있다고 강조해왔던 것과도 연관된 이야기인가?

“그렇다. 복원성 수치는 모든 선박 전복 사고 조사의 핵심이다. 안타깝게도 세월호는 복원성 값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배다. 당시 실렸던 화물량 등은 사후 확인되거나 가늠이 되지만 평형수는 얼마나 뺀 상태였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또 일본에서 들여와 국내에서 증개축한 이후 경사시험(선체 중량과 무게중심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시험)을 실시할 때, 감독관인 한국선급 선박검사원이 평형수와 청수, 유류 등 액체류 탑재물 중량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 선박검사원은 기소돼 징역형(징역 1년, 집유 2년)을 받았다. 이 때문에 세월호는 정확한 무게중심을 영원히 알 수 없는 배가 됐다. 무게중심이 정확하지 않으면 복원성 계산도 안 된다. 선조위 조사에서 GM(복원성 수치) 값이 0.3~0.6 사이로만 제시됐던 이유다. 열린안 보고서는 GM 값을 최대치로 잡아 ‘비교적 안정적인 배’였다고 말했지만 내인설 보고서와 나의 취재 결과는 0.3에 근접하는 낮은 수치였다고 봤다.”

-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에 따른 유사한 사고 사례도 있나?

“과거 보도에서도 설명한 적 있지만, 2014년 8월 미시시피강을 운항하던 벌크선 플래그 갱고스호 충돌 사고, 일본 해양심판원 재결서에서 확인한 과거 4건의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 급변침 사고 등 여러 사건이 보고돼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훨씬 더 자주 발생하는 사고다. 일반적으로 선원들은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에 따른 급선회가 발생하더라도 이로 인해 선체나 화물에 손상이 발생하지 않으면 선사나 당국에 보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 하지만 최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으로 인한 세월호 급변 가능성이 낮다고 발표했는데?

“비상식적 판단이다. 솔레노이드 밸브는 선박의 방향타를 움직이는데 만약 조타 핸들을 우현 5도로 돌리면 전류와 자석, 유압 흐름 등으로 방향타가 돌아가게 되고 우현 5도까지 모두 돌아가면 전류가 끊기면서 솔레노이드 내부 철심이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원리다. 그런데 선체조사위가 세월호 선체 내부 조타 장치를 분리해 확인한 결과 솔레노이드 철심이 한쪽으로 밀려 굳어 있었다.(편집자 주 : 전문가들은 이 상태라면 ‘조타 불능’이 됐든지 ‘방향타가 우현 극전타가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고착은 반드시 운항 도중에 발생했을 수밖에 없다. 사참위 주장대로면, 이 고착이 언제 발생한 것인지 설명되지 않는다. 사고 당시가 아닌 시점에 이 고착이 발생했다면 그때 세월호는 조타가 안 돼서 난리가 났을 것이다.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 세월호 침몰원인을 두고 고의침몰설 등 음모론도 적지 않다.

“2014년 참사 직후 부실했던 검찰 수사에 대한 언론 검증이 없었다. 그 공백을 김어준씨와 김지영 감독의 항적조작과 앵커침몰설, 네티즌 자로와 김관묵 교수의 잠수함 침몰설 등 비합리적 침몰 가설들이 치고 들어와 대중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했다. 음모론 범람은 세월호 참사 전 과정을 일원론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공고하게 만들었다. 침몰원인과 구조실패 이유가 상호 연관돼 있다고 보고 검찰과 정부가 모종의 기획과 음모를 꾸몄다는 관점이다. 하지만 언론은 이런 가설들에 대한 검증에 손을 놨다. 그 결과 유가족과 시민들도 신뢰할 수 있는 가설로 받아들이게 됐다. 적어도 선체가 인양돼 충돌 흔적이 없고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등이 확인됐을 때 이런 가설들은 공공 영역에서 기각돼야 했다. 그 역할을 언론이 맡아야 했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선조위는 조사 과정에서 모든 회의를 공개했지만 이를 취재하는 기자를 현장에서 본 기억은 많지 않다. 기자들은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현장만 가득 메웠다.”

▲ 밀려들어간 채 고착돼 버린 2번 조타펌프의 솔레노이드 밸브 철심. 사진=뉴스타파 제공
▲ 밀려들어간 채 고착돼 버린 2번 조타펌프의 솔레노이드 밸브 철심. 사진=뉴스타파 제공

언론이 비합리적 가설 검증과 선조위 활동 취재를 포기한 것도 문제였지만, 그는 진상 조사 과정 중 부실 취재로 오보를 남발한 것도 큰 틀에서 세월호 음모론을 키운 이유였다고 지적했다. 그에게 기억에 남는, 잘못된 세월호 보도가 있는지 물었다.

김 기자는 ①세월호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 123정이 구조하러 온 어선에 “퇴거시켜”라고 했다는 보도 ②2017년 인양 후 그해 11월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유골수습 결과를 악의적으로 은폐했다는 보도 ③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이 모형 선박을 이용한 자유 항주 실험을 해놓고도 이를 4년간 은폐했다는 기사 등이었다.

김 기자는 ①보도에 대해 해경 123정 부정장 외침은 “어선들은 통제해, 어선들은 퇴거시키라고”가 아니라 “어선들에 편승(옮겨 타다는 뜻)해. 어선들, 어선들에 편승시키라고”였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즉, “고무단정에 많이 태울 수 없으니 일단 구조한 인원을 옆에 있는 어선들에 옮겨 태우고 다른 승객을 구조하라는 취지의 지시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 보도는 여전히 SNS에서 해경이 승객 구조를 고의로 방해했다는 근거로 인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②보도에 대해선 당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이 직접 해수부 부단장에게 “뼈 확인 소식을 언론에 실시간으로 알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강조했다. ③보도의 경우 검찰이 2014년 해수부 산하 기관에 세월호 관련 데이터를 요청하며 실험을 의뢰했고 해당 기관이 보고서까지 제출했으나 그 사이 세월호 기관장의 진술 번복으로 세월호 데이터가 변경돼 검찰이 새 데이터로 기관에 실험을 다시 요구했지만, 이 경우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결국 실험 보고서가 법원에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의적 은폐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잘못된 보도들로 인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사실상 모든 국가기관이 진실을 은폐하는 데 급급하고 있고, 이게 바로 모종의 기획이나 음모가 있었다는 증거”라는 식의 왜곡된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사참위는 참사 당일 해수부 상황실에 서로 다른 세월호 항적 2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취재 결과 오후 4시 이전 두라에이스호 항적을 세월호 항적으로 오판한 결과였다. 사참위가 항적 조작에 집착하고 있는 건 한심한 일이다. 선체조사위의 두 가지 보고서 모두 항적 조작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선조위는 현재 사참위와 비교하면 해양 선박 전문가들이 훨씬 많이 합류한 전문가 중심 조사기관이었다. 지금 사참위는 시민단체 출신 조사관들이 주류다. 김어준·김지영의 영화 ‘그날 바다’도 AIS 항적에 조작 의혹을 제기하지만, 이미 근거 없는 의혹임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이를 트집 잡는 것은 세월호를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몰고 가자는 말 밖에 안 된다. 국가조사 기관이 이에 편승하면 안 된다. 세월호를 ‘재난 혹은 참사’로 보는지, 아니면 ‘기획된 사건’으로 보는지에 따라 판단이 엇갈린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현재 사참위는 후자에 가깝다. DVR(CCTV 영상 저장장치) 바꿔치기, 임경빈 군 구조 방기, 두 개의 항적 의혹 등 무리한 의혹 제기가 이어진 이유다. 국가가 재난이나 참사가 발생했을 때 검경 수사와 별도로 조사기구를 꾸리는 의미가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모든 재난과 참사 원인들 속에는 사법 처리할 수 있는 영역과 사법 처리는 불가하지만 사회구조 시스템에 의해 발생한 문제들이 뒤섞여 있다. 무능, 나태, 관행화한 악습, 미비한 제도 등은 법적 처벌이 불가하지만 분명 참사 원인으로 존재한다. 국가조사기구는 바로 이 지점에 집중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보고서로 제출해야 한다. 물론 해경 지휘부 구조 세력에 대한 검찰 수사와 법 적용이 소극적인 점 등을 문제 삼을 수 있지만 이는 사법부가 담당할 몫이다. 조사기구는 법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챙겨 안전사회 건설의 초석을 놔야 한다.”

- 다수 국민은 세월호를 바라보며 어떤 것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구분하기 어려워한다. 한쪽에서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언론 검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인 것 같은데?

“세월호 선체가 인양되면서 선체 표면에 충돌 흔적이 없다는 게 확인됐다. 세월호 속 차량의 블랙박스가 일부 복원됐으며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도 확인됐다. 이후 잠수함 충돌, 앵커 침몰설, AIS 항적 조작 등은 당연히 음모론으로 치부될 줄 알았다. 그러나 언론은 선조위가 둘로 쪼개져 결론을 못 냈다고 보도할 뿐 선조위 조사 결과를 전혀 분석하지 않았다. 침몰원인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다. 시민사회 진영에서도 이때 결론을 받아들고 안전사회운동으로 나갔어야 했는데 기회를 놓친 것이다.”

- 세월호 참사 7년이 지났다. 사회적 관심이 7년 전과 같지 않다. 언론인 입장에서 전문 지식 없이 세월호 사건을 취재한다는 게 부담이지 않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다루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양대 공영방송과 중앙일간지 등의 과학 전문기자들은 다 어디 갔나? 세월호가 그렇게 중요한 사건이라고 떠들면서 엄연히 ‘과학의 영역’인 침몰원인 관련 취재에 왜 과학기자들을 투입하지 않나? 적어도 선조위 종합보고서를 광범위한 과학자 그룹에 읽도록 하고 평가 의견을 받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언론은 전문가 그룹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직업군이다. 그게 취재 행위다. 지금 세월호 보도는 언론의 책임 방기에 가깝다. 선조위 사무실은 서울 중구 명동에 있었는데, 전문기자들이 아니라 중구 라인 사건 기자들이 취재했다. 얼마 있다가 인사발령이 나면 출입처를 바꿔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세월호를 어떻게 취재할까. 한국언론 참사 관련 취재시스템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이다. 세월호가 우리 사회를 뒤바꾼 사건이라면 그에 걸맞은 취재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맞는다. 이제 기자들은 세월호 기사를 쓰고 싶어도 받아쓰기만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언론의 검증 공백을 치고 들어온 것이 음모론이었다. 고의침몰설 등을 주장했던 김어준씨는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다. 그의 음모론은 진상규명에 많은 혼선을 초래했다. 성찰 능력이 있다면 늦게라도 본인이 바로잡아야 한다.”

▲ 김성수 뉴스타파 기자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김성수 뉴스타파 기자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세월호 참사 당시 기자들은 ‘기레기’라고 비판받았다. 촛불 민심으로 정권이 바뀌고 보도가 달라지지 않았나?

“기자들도 세월호 참사에 트라우마가 있다. 기레기라고 욕먹은 언론들은 정권교체 후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당시 잘못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클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만회 방식이 매우 잘못됐다. 유가족 또는 사참위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보도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DVR 조작, 임경빈 구조 방기 의혹을 보도했던 MBC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편집자 주 : 검찰 특별수사단은 지난 1월 사참위가 수사 의뢰한 8건 가운데 특조위 조사 방해 혐의 1건에 대해서만 9명을 기소했다. 고 임경빈 군 구조 방기 등 6건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했다.) 두 보도는 사실상 사참위 발표에 대한 해설 기사였을 뿐 사참위가 말하지 않은 사실관계들에 대한 확인은 전혀 하지 않았다. 사참위는 국가 조사기구로서 검증 대상이다. 그들이 제대로 조사하고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사참위 조사를 검증하지 않고 받아쓰는 것이 유가족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저널리즘 차원에서도 잘못됐다. 2014년 당시 팽목항에서 만난 유가족들은 나에게 ‘유가족 편이 돼 달라는 게 아니라 기자가 직접 보고 직접 듣고 직접 확인한 걸 써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 향후 남은 과제가 있다면?

“사참위가 어떤 종합보고서를 내는지 중요하다. 또다시 조사기구를 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세월호를 기획된 사건이 아닌 사회적 재난 참사로서 인정하고 의미 있는 보고서를 내주길 기대한다. 박주민 의원을 포함한 정치권은 세월호 진상규명이 어디까지 왔는지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하다. 선조위 종합보고서를 읽어본 국회의원이 있을까? 청와대와 여권도 현재 드러난 사실관계를 수용하고 직시해야 한다. 세월호 1기 특조위와 달리 선조위와 사참위 독립성은 보장돼 왔고 검찰도 수사를 다시 했다. 이를 통해 확정된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이를 통해 유가족들과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참사 초기부터 유가족 옆을 지킨 시민단체들도 사실을 마주하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쉽지 않지만 해야 하는 일이다.”

▲ 뉴스타파는 2014년 6월 “세월호 레이더 영상 공개… 급변침 이유는 잠수함 또는 스텔스 군함?”이라는 제목으로 외력설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사실 아님을 취재를 통해 확인하고 스스로 내용을 바로잡았다. 사진=뉴스타파
▲ 뉴스타파는 2014년 6월 “세월호 레이더 영상 공개… 급변침 이유는 잠수함 또는 스텔스 군함?”이라는 제목으로 외력설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사실 아님을 취재를 통해 확인하고 스스로 내용을 바로잡았다. 사진=뉴스타파

뉴스타파는 2014년 6월 “세월호 레이더 영상 공개… 급변침 이유는 잠수함 또는 스텔스 군함?”이라는 제목으로 외력설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현재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다음과 같이 서술돼 있다. “본 기사는 보도 이후 진행된 세월호 인양과 선체 조사 내용, 그리고 뉴스타파의 후속 취재 내용 등을 종합한 결과 당초의 근거가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침몰 원인 규명에 본 기사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해당 기사를 내리기로 했습니다. 이 점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김 기자는 “뉴스타파는 스스로 잠수함 의혹 관련 보도 내용을 내렸다. 사실이 아닌 의혹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자구 조치였다”며 “다른 매체도 사실이 아닌 의혹 보도에 이렇게 조치했으면 한다”고 했다. 우리에겐 사실이 아닌 것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