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급 기자의 1년차 기자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포항MBC에서 후속조치 과정의 ‘2차가해’ 논란까지 불거졌다. 2차가해성 발언으로 지탄받은 양찬승 포항MBC 사장은 공개 사과 입장을 밝혔다.  

포항MBC 성희롱 피해자를 대변하고 있는 포항여성회와 포항MBC 민주노동조합은 20일 서울 마포구 MBC 사옥을 방문해 본사 간부들과 면담을 가졌다. 애초 면담을 요구했던 박성제 MBC 사장 대신 박장호 기획조정본부장과 안형준 메가MBC 추진단 국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 3월 사건이 발생한 이래 피해자는 가해자의 기자직 박탈과 타부서 발령 조치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는 지난달 포항MBC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 조사를 통해서도 의결된 사항이다. 포항여성회도 지난달 18일 전문가 의견서를 통해 이 사건이 ‘위계 관계에서 발생한 명백한 직장내 성희롱 사건이자 노동자에 대한 명백한 인권침해’라 규정하면서 피해자의 요구와 동등한 수준의 가해자 인사·징계조치를 권고했다.

▲4월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사옥 앞에서 포항MBC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및 양찬승 사장 2차가해에 대한 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4월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사옥 앞에서 포항MBC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및 양찬승 사장 2차가해에 대한 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그러나 포항MBC는 지난달 31일 가해자에게 감봉 6개월 징계를 의결하는 데 그쳤다. 취재기자가 부족해 가해자를 타부서로 보내면 울진·영덕을 취재할 인원이 없다는 이유 등이었다. 양찬승 포항MBC 사장의 경우 피해자와 면담하는 과정에서 “이 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다”거나 “(부서이동은) 분리효과 없이 보복성”이라는 발언을 해 2차가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이에 포항여성회와 노조는 본사 차원의 적극적인 책임자 처벌과 후속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장성훈 포항MBC 민주노조 위원장은 노조 차원에서 여러차례 추가적인 인사조치를 촉구했으나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면담에 참여한 금박은주 포항여성회 회장은 “직장내성희롱 사건도 문제지만 이후 신임 양찬승 사장에 의해 심각한 2차 피해가 발생한 만큼 MBC 본사 차원에서 포항MBC 사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이 사건을 접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내성희롱 사건에 의한 사업주 책임과 의무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는 충격”이라며 “MBC 내부 인사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를 들은 박장호 MBC 기획조정본부장은 “처음부터 엄중하게 사안을 판단하고 있었고 오늘 포항MBC 양찬승 사장이 출석해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월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사옥 앞에서 포항MBC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및 양찬승 사장 2차가해에 대한 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포항여성회
▲4월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사옥 앞에서 포항MBC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및 양찬승 사장 2차가해에 대한 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포항여성회

양 사장은 20일 경위를 밝히고 조사에 응했다. 조사에 앞서 양 사장은 포항MBC 사내 게시판에 “저의 발언이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걸 추후에 알게 되었다. 피해자에게 심리적 압박이나 좌절감을 느끼게 한 것은 모두 저의 잘못”이라며 “작은 발언이라도 피해자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피해자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 부분 크게 뉘우치고 반성한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서 양 사장은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가해자를 현 부서에서 배제하고 다른 부서로 인사 조처했다. 인사 조처와는 별도로 사장을 포함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가해자에게는 인사 조치와는 별도로 성인지감수성 향상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며 “성희롱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가 당연히 있어야 하겠지만, 제가 먼저 피해자에게 사과하려 한다. 피해자로부터 사과의 형식과 시기, 내용 등을 알려주기를 기다렸으나, 너무 오래 시간을 끄는 것은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렇게 피해자와 포항문화방송 구성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포항여성회와 노조는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70개 여성·인권단체들의 입장을 모아 MBC 본사가 △양찬승 포항MBC 사장 처벌 △MBC 전 계열사 사장단에 대한 사업주 의무 및 2차가해 방지를 위한 특별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전 계열사 대상 성폭력 피해 전수조사 및 성평등 매뉴얼 수립 등을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사 수정 : 20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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