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질문이었을까. KBS의 새로운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 Q’(이하 ‘Q’) 첫 방송을 보고 떠오른 질문이다. 18일 첫발을 뗀 Q는 기자단의 생리,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권력화된 출입처 제도를 정면으로 다뤘다. 의미 있는 시도에도 남는 아쉬움은, 그 시도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Q로부터 찾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이날 Q는 한승연 KBS 기자의 리포트로 기자단의 현실과 문제점을 다룬 뒤 출연한 패널들이 토론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리포트는 소수 매체가 참여하는 기자단이 검찰·법원을 비롯한 정부부처·기관의 출입기자 등록 및 백브리핑 참석 등을 제한하는 문제, 높은 기자단 가입 문턱을 악용한 일부 기자단 소속 매체의 갑질 등을 전했다. 특히 기자단의 자의적인 출입기자 징계 문제를 설명하면서 비슷한 수준의 ‘엠바고(보도유예)’ 파기를 이유로 MBC 기자는 ‘6개월 출입정지’를 당한 반면, KBS 기자는 ‘기자단 간식 돌리기’에 그친 사례를 전했다. 

기자단 관행을 야기한 출입처 제도와 관련해선 KBS의 ‘출입처 폐지’ 실험을 다뤘다. KBS도 기자단 문제의 이해관계자라는 언급을 피하지는 않았다. 이밖에 ‘개방형 브리핑제’를 도입한 국무총리실이 결국 일부 언론을 대상으로 ‘백브리핑’을 시행하고, ‘새로운 공보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엠바고’ ‘(기자단) 재가입’ 등에 대한 권한을 기자단에게 넘긴 일도 리포트에 담겼다. 지난해 종영한 KBS 비평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J’)가 쟁점이 되는 이슈를 다루면서 기자단 체제에서 생산되는 보도를 평가했다면, Q는 기자단의 개념과 관행 자체에 집중했다. 

▲4월18일 KBS '질문하는 기자들 Q' 갈무리
▲4월18일 KBS '질문하는 기자들 Q' 갈무리

그러나 근원적 문제에 집중한다는 취지는 핵심을 비껴간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기자단 이슈는 Q 리포트에 나온 것처럼 ‘검찰기자단 폐지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기점으로 촉발됐다. 법조, 그중에서도 검찰을 출입하는 기자들이 출입처의 정치적 유불리에 맞춰 여론을 조성해오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터져 나왔다. ‘언론 권력’에 대한 불신이 출입처 문화, 기자단으로까지 확장된 셈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 보도에선 KBS도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됐다. 이날 패널로 출연한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우리 삶의 개선이 보도나 취재를 통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이어져왔다면 기자단의 운영에 대한 불신과 (언론이) 권력이라는 비판, 폐쇄적이라는 비판이 크지 않았을” 수 있다고 꼬집은 데서 질문이 시작됐어야 한다. 

Q의 전개 방식과 시청자 사이의 괴리감은 KBS의 출입처 폐지 시도를 다룬 대목에서도 이어졌다. ‘출입처 폐지’는 지난 2019년 11월 엄경철 당시 통합뉴스룸국장의 취임 일성이었다. 그러나 ‘각 취재부서에 출입처 없는 기획취재팀을 만든다’는 목표는 이뤄지지 못했다. Q는 “내부 반대를 극복할 만한 대안적 취재 구조를 정착시키지 못했다”는 엄 전 국장의 답변을 공개했다. 뒤이어 “내부 구성원과 충분한 공감대를 이루기 전에 외부 매체를 통해 구상을 밝힌 점, 기자들이 느끼기에 출입처에 나가지 않고도 밀도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기반 형성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이는 철저히 ‘KBS 기자’로서의 관점이다. 더 나은 미디어환경을 위한 KBS의 변화라기보다는, 기자들의 근무 환경·방식으로서의 출입처 제도에 집중한 대목이다. KBS가 출입처 폐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 구성원들의 평가로 이어진 사유 등은 생략됐다. 지금의 통합뉴스룸국장을 비롯한 취재·보도 부서가 가진 고민도 설명하지 않았다. 만약 기자들이 출입처 폐지의 한계를 명확하게 경험했다면 차라리 출입처 유지가 불가피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 또한 방법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남은 건 ‘출입처 폐지는 실패했다’는 결론뿐이었다. 

▲4월18일 KBS '질문하는 기자들 Q' 갈무리
▲4월18일 KBS '질문하는 기자들 Q' 갈무리

패널 토론의 한계도 명확히 드러났다. 이날 토론엔 리포트를 작성한 한승연 KBS 기자, 채영길 교수,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출연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전국의 기자들이 가장 많이 가입한 직능단체다. 기자단에 소속된 기자 대부분이 기자협회 회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협회장이 기자단을 부정하거나 비판에 동조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패널 3명 중 2명이 기자단과 거리를 두기 어려운 인물로 구성된 것이다. 리포트에서는 문제를 지적하고, 학계 인사가 쓴 소리를 하면, 기자단 관점에서의 입장 부연이 이어지는 흐름이었다. 

그 결과는 이렇다. 방송을 마치며 김 협회장은 “올바른 뉴스가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가 우선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이 바로 정부 부처와 기관들이다. 그것이 한 축의 정보 공개 투명성이라면 그것을 전달하는 매개가 되는 기자들 역시 공정하게 투명하게 전달을 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한 기자 역시 “정보공개청구 제도 현실화”를 촉구했다. “언론의 자유라는 키워드보다 모두를 위한 언론 그리고 평등한 언론이 키워드가 되어야 한다”는 채 교수의 당부는 파편화된 조언으로 남았다. 

애초 Q는 “미디어의 본질”을 묻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앞서 KBS 보도자료를 통해 “기사에 대한 비평을 넘어, 미디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고자 한다”면서 “당장 큰 변화는 어렵더라도 미디어가 스스로 변하고 품격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여느 사안보다도 치열하게 탐색했어야 할 ‘기자단을 유지해야 하나, 폐지해야 하나’라는 질문, 그에 대한 답변은 어느샌가 사라졌다. 

▲KBS 미디어 비평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 Q' 로고
▲KBS 미디어 비평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 Q' 로고

한편으로는 이날 방송이 “미디어 수용자와 미디어 관계자들의 공감을 얻겠다”는 강박의 결과가 아닐지 우려가 남는다. 과거 J가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 비판에 치우쳤다는 문제의식이, 자칫하면 찬반 양론을 전하는 비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중립성이나 공정성을 기계적으로 취하면서 진짜 해야 할 이야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의 만족을 위한 회색지대가 아닌, 언론계의 실질적 변화를 위한 Q를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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