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안철수 국회의원 초년시절 얘기다. 안철수 의원발 ‘16년 복지예산이 실질 감소’라는 뉴스가 전면을 장식한 적이 있다. 나는 뉴스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예산으로 밥 먹고 살면서도 이런 사실을 놓쳤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러나 기사를 보고 안심했다.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내년 복지예산 증가율은 3.1%에 그쳤다고 한다. 증가율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인해본 결과 안철수 의원이 받은 자료는 ‘보건복지부’ 예산이다. 반면 ‘보건복지 분야’ 지출은 전년보다 6.2% 증가했다.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아니라면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 금액 변화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보건복지 분야 지출이 더 중요하다. 2016년도는 고용노동부의 고용 관련 복지 사업, 국토교통부의 주거복지 사업이 많이 증가했다. 결국 보건복지 분야 지출 증가율 6.2%는 ‘복지 후퇴’를 언급하기에는 좀 성급한 수치다. 우리가 알고 싶은 보건복지 분야 재정정보는 보건복지부 예산 통계만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다. 언론에 나온 통계를 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이다. 과연 이 통계가 내가 알고 싶은 정보를 잘 반영하는지 항상 의심해야 한다. 

▲ 2015년 당시 기사
▲ 2015년 당시 기사

 

지난 12일 다수 언론에 한국 GDP 대비 재산과세 부담률이 OECD 평균 1.7배라는 기사가 나왔다. 한국 자산가들은 다른 나라보다 세금 부담이 1.7배나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통계적 착시일 뿐이다. 

이날 많은 언론에 조세부담률 기사가 실린 이유는 조세재정연구원이 관련 자료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일반정부 재정통계’분석에 따르면, GDP 대비 조세 부담을 뜻하는 조세부담률은 한국이 20.1%, OECD 평균은 24.9%다. 즉, 한국은 OECD 평균보다 세금을 적게 낸다. 그런데 세목별 조세부담률은 차이가 크다. 소득세는 GDP 대비 한국은 5.4%, OECD 평균은 8.3%다. 한국의 소득세 부담은 훨씬 적다. 반면 재산과세는 한국은 3.3%, OECD 평균은 1.9%다. 여기서 한국 재산과세 부담률이 1.7배라는 제목이 나왔다. 

▲ 4월12일 조세부담률 관련 기사
▲ 4월12일 조세부담률 관련 기사

 

재산세제 부담이 1.7배로 큰 이유는 통계적 착시에 기인한다. 한국은 상장주식 양도 시 발생한 소득에 소득세를 매기지 않는 대신 거래세를 부과한다. 주식을 팔아서 소득이 생기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따라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유독 한국은 대주주가 아니라면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대신 주식을 팔 때 거래세를 부과한다. 손해를 보든 이익을 보든 거래행위 자체에 세금을 부과하기에 이는 소득세가 아니라 재산과세로 분류된다. 결국 한국의 독특한 세법 체계에 따라 소득세 부담 통계 수치는 적고 재산과세 부담은 크게 나오게 된다. 

물론 증권거래세를 제외하고도 부동산 관련 세금만(취득세, 재산세, 종부세) 비교해도 OECD 국가 평균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도 한국 자산가가 OECD 평균보다 세금을 많이 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GDP 대비 부동산 자산가치가 다른나라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 전강수(2020), 김병권 '부동산투기 공화국 해체와 새로운 토지공개념' 재인용
▲ 전강수(2020), 김병권 '부동산투기 공화국 해체와 새로운 토지공개념' 재인용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에 따르면 한국 GDP 대비 토지자산 배율은 4.6배로 비교 대상 16개국 가운데 압도적 1위라고 한다. 즉, 한국은 GDP 대비 토지가격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기 때문에 재산 관련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하다. 부동산 가액은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나, 부동산 관련 세금은 OECD 평균보다 조금 높은 편이다. 또한, 한국은 주택을 자주 사고팔기 때문에 주택 거래세가 더 많이 나오는 측면도 있다. 한국 주택매매거래 회전율(주택거래량/주택재고)은 5.5%인데 일본은 0.6%라고 한다.

통계는 그 의미를 잘 들여다보지 않으면 오히려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 오죽하면 세상에는 세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그런 의미에서 언론의 통계를 볼 때 속지 않을 수 있는 팁을 하나 제시하고자 한다. 통계 수치를 보다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으면 그 이유를 판단해보자. 이것이 정책적 이유에 따른 효과인지, 또는 경제사회적 결과에 따른 효과인지,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회계적 분류에 따른 문제인지 판단해보자. 조세부담률 기사에 적용하자면 한국 GDP 대비 재산과세가 높은 이유는 ‘부자에게 세금을’이라는 정책적 목표에 따라 재산에 높은 세율을 부과했기 때문이 아니다. 첫째, 주식양도차익 대신 증권거래세가 부과되는 회계적 분류에 따른 효과가 크다. 둘째, GDP 대비 부동산 가격이 높다는 경제사회적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통계수치를 다룰 때, 자극적인 제목도 중요하지만 사실을 잘 반영하는 제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내가 너무 순진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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