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MZ] 누가 라디오 들으면서 돈 내냐고요?
[미디어 MZ] 누가 라디오 들으면서 돈 내냐고요?
[릴레이 인터뷰 (03)]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라디오 안 들어도 ‘대화’ 콘텐츠에 주목, ‘성우 팬덤’ 강력한 일본 시장 가능성”

‘MZ세대’는 어떤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을까요? ‘MZ세대’는 1980년부터 2004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부터 2004년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를 합쳐 일컫는 말입니다. M과 Z사이에 속한 미디어오늘의 두 기자가, MZ세대를 자주 이용하는 콘텐츠와 플랫폼을 제작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 편집자 주

“누가 라디오 들으면서 돈 내냐” 
“젊은 애들이 라디오를 듣겠냐”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가 투자자를 모을 때 자주 들었던 말이다. 이 편견이 ‘스푼라디오’를 통해 깨지고 있다. ‘스푼라디오’는 누구나 실시간 음성 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접속하면 라이브 방송이 진행 중인 방들이 눈에 들어온다. 소통방은 물론 음악, ASMR에 찬송가 부르기 방까지 다양하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 사이 이용자가 70%가 넘는다. 월 30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접속하는 데다, 2019년 12월 4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활발한 해외 진출을 하는 등 규모도 커지고 있다. 최혁재 대표를 만나 ‘스푼라디오’의 전략에 대해 들었다.

▲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 왜 젊은 세대가 오디오 콘텐츠에 빠진 걸까.
“어릴 때부터 라디오를 안 듣고 자란 세대다. 라디오라는 매체 자체를 접해보지 않은 분들도 있다. 하지만 음성 서비스를 선호하지 않는 건 아니다. 누구나 대화를 통해 소통하기에 음성 서비스 자체에 가능성이 있었다. 여기에 그들이 원하는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참여하고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형식으로 제공하니 새로운 미디어 채널로 여겨지게 됐다.”

- 음성 서비스면 광고 단가가 낮아서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수익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후원, 스티커 등 기능이 있다. 이 역시 MZ 세대에겐 익숙한 문화다. 이보다 높은 세대에게는 TV나 라디오를 보면서 돈을 낸 경험이 거의 없다. 사업 초반에 30~40대 업계 관계자분들이 ‘누가 라디오를 들으면서 돈을 내냐?’고 많이들 하셨다. 우리는 ‘돈을 낸다’고 봤다. 지금 ‘스푼라디오’의 DJ인 ‘스푸너’는 월1회 이상 방송하시는 분이 25만 명 정도 되고, 월 억대로 버시는 분들도 있다.”
 
- ‘스푼라디오’에는 어떤 유형의 콘텐츠가 인기 있나.
“소통 위주의 방송이 가장 많다. 기존 라디오 방송처럼 단방향으로 콘텐츠를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주로 청취자들의 채팅을 읽으면서 진행하고 방송 중에 청취자를 초대할 수도 있다. 이런 방송 외에도 책 낭독, ASMR, 찬송가나 불경 읽기 전문 방송 등 다양하다.”

▲ 스푼라디오 서비스 갈무리
▲ 스푼라디오 서비스 갈무리

- 콘텐츠 주 이용 시간은 언제인가.
“기존 라디오와 동일하다. 국가별로 밤 10시가 피크타임이다. FM라디오 메인 코너를 밤 10시에 했던 것처럼, 우리도 밤 10시에 유명한 분들이 방송을 많이 하신다. 집에 와서 쉬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이다. 낮에는 트래픽이 잘 안 나온다.”

- 플랫폼을 잘 만들어도 창작자와 이용자가 모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진다. 크리에이터 유입과 활성화를 위해 어떤 전략이 있었나.
“크리에이터분들이 수익을 내는 데 주목했다. 비디오가 아닌 오디오를 통해 자신의 입담과 스토리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질이 높아지고, 청취자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 같다. 앞으로 구독 서비스, 유튜브와 같은 멤버십을 통해 돈을 내는 구독자들에게 별도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의 시스템을 마련해 추가로 수익을 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 다른 음성서비스들과 비교할 때 ‘스푼라디오’의 차별성은 무엇일까.
“소규모 위주의 커뮤니티가 형성된 게 장점이다. 몇만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레거시 미디어와 달리 수십, 수백명 규모의 방이 많다. 규모가 작은 커뮤니티에서 생활이나 일상에 대해 소통을 하고 있다.”

- 예전에는 음성판 웹툰이라 할 수 있는 음성 드라마 서비스가 있었다.
“음성 드라마 서비스는 유료결제가 많지 않아 종료했다. 이런 콘텐츠를 소비하는 분들은 소통과 공감이 목적인 우리 서비스 이용자들과는 결이 달랐다. 우리는 힘들고 지칠 때, 지루하고 따분할 때 들어와서 즐겁게 웃고, 수다 떨다가 나가는 서비스다. 우리는 DJ와 청취자가 주인인 반면 오디오 드라마, 오디오 북은 단방향이라는 차이도 있다.”

-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들었다. 
“사용자 행동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목소리가 있다. ‘보이스 프린팅’으로 지문처럼 목소리를 파악해 유사한 음색을 가진 분들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 스푼라디오 북미 서비스 화면
▲ 스푼라디오 북미 서비스 화면

- ‘스푼라디오’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을 시작으로 일본, 중동, 북미 시장까지 진출했다.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이유는.
“국내 시장 규모가 작다. 지상파 3사 라디오 광고매출이 연 1700억 정도다. 우리가 지상파 방송사만큼 성장한다 해도 500억~700억 원 정도가 한계치가 될 거라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이라 여러 국가로 확장을 해서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어 초반부터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성과가 미미한 국가도 있고 유의미한 국가도 있다.”

- 일본 시장 진출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진출할 때 다 안 될 거라고 했다. 투자자분들도 물음표를 보냈다. 갈라파고스 같은, 난이도가 가장 높은 시장이라고 했다. 그런데 일본은 한국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일본에서 우리 서비스가 오디오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다. 일본 현지 업체에서 파트너십 제안을 할 때 한국 서비스라는 걸 뒤늦게 알고 놀라워 하더라.”

- 일본 시장의 특징은 무엇인가.
“일본은 신분 노출에 더 조심스럽다.  일종의 부캐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상의 가상 캐릭터로 활동하는 비중이 높다. 카테고리가 세분화 돼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특정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한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든가, 특정 영화, 연예인 등 소규모로 세분화된 방송들이 많다. 일본은 성우 관련 기획사들이 따로 있을 정도로 성우 팬덤이 있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일본의 라디오 방송사 TBS에서 ‘진격의 거인’ 성우 분이 출연하는 토크쇼 파트너십을 제안해 TBS와 ‘스푼라디오’를 통해 공동으로 송출한 사례도 있다.”

-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어떤 점들을 검토하고 분석하나.
“우선 시장성이 있는지를 본다. 시장의 타깃 고객이 몇 명인지, 성과를 냈을 때 예상되는 수익은 어느 정도인지, 투자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국가인지 등을 살핀다. 국가별로 시행착오를 기록해서 매뉴얼을 마련해 런칭할 때 필요한 절차와 어느 시기에 어느 정도 마케팅비를 쓸지 등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그리고 현지인 채용을 중시한다. 일본에선 야후 재팬 출신을 채용했고, 미국에서도 디즈니 등에서 일했던 분을 채용했다.”

- 현지인을 채용하는 이유는.
“디테일적인 요소는 현지인분들만 할 수 있다. ‘라인’과 같은 성공사례를 보면 철저하게 현지 분들이 기획했다. 구글 앱스토어에서 단순 기계적인 번역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이질감이 들지 않나.”

- 다른 시장은 어떤가.
“중동 시장은 계속 공부하고 있다. 쿠웨이트,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이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세계에서 1인당 ‘인앱’ 결제액이 가장 큰 국가다. 동남아 시장은 서비스 지표는 좋았는데 구매력이 비교적 떨어졌다.”

▲ 스푼라디오 오리지널 콘텐츠 갈무리
▲ 스푼라디오 오리지널 콘텐츠 갈무리

-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도 하고 있다.
“MZ세대 위주의 타깃이 우리 서비스의 초기 모습이라면, 앞으로는 청취자 그룹을 위, 아래 세대로 확대하려 한다. 25~34세대는 더욱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원한다. 유명인 기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기존 스푼 콘텐츠 중에서 발굴하는 등 두가지 포인트로 추진하고 있다. 황광희씨가 목요일 오후 10시마다 진행하는 ‘분노의 칭찬봇’을 최근 런칭했다.”

- 최근 일었던 클럽하우스 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시장에 관심도를 키웠다는 점에서 기회 요인이라고 본다. 우리 비즈니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콘텐츠 성향과 유저층이 다르다. ‘클럽하우스’는 잠재적으로 연령대를 낮추려고 할 수 있고, 우리는 높일 수 있어서 계속 리서치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수익구조를 만들지도 눈여겨 보고 있다. 누가 선택받을지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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