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은행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아이를 낳은 후지타 사유리씨를 KBS 2TV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에 출연시키지 말라는 시청자청원에 KBS가 “사유리씨 가정 역시 다양하게 존재하는 가족 형태 중 하나일 뿐”이라고 답했다.

KBS 시청자권익센터는 지난 3월 게시된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씨 출연에 절대 반대한다”는 청원글에 지난 15일 답했다. 답변은 강봉규 KBS 예능제작센터 6책임프로듀서(CP)가 맡았다.

강봉규 CP는 “우리나라 한 부모 가구 비율은 7.3%로 급증하고 있으며 한 부모 가구에 대한 관심과 함께 기존 기혼 가구에만 지원되던 가족 정책도 다양한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유리씨 가정 역시 이처럼 다양하게 존재하는 가족 형태 중 하나일 뿐”이라며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의 축복과 응원을 받고 있다. 최근 다양해지는 가족 형태의 하나로 사유리씨 가족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답했다.

이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 방송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CP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어떤 가족을 미화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가족 성장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프로그램”이라며 “슈퍼맨이 된 사유리씨의 육아 일상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한다. 시청자 여러분이 함께 그녀의 선택을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사유리씨와 아들 젠의 모습. 사진=KBS 제공
▲사유리씨와 아들 젠의 모습. 사진=KBS 제공

사유리씨가 비혼 상태에서 임신을 결심한 계기도 전했다. 강 CP는 “부모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사유리씨는 산부인과에서 ‘난소 나이가 48세라 자연 임신이 어렵고, 지금 당장 시험관 시술을 하더라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라며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 결혼하는 게 어려웠다’라고 비혼 상태에서 임신을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는 것이다. 이어 “그녀는 출산 사실을 알리기로 한 것에 대해 ‘거짓말하는 엄마가 아닌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라고 했다”며 “사유리씨는 이제 막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길로 들어섰다. 아들 젠에 대해 알아가며 본인도 함께 성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사유리씨에 대한 ‘슈돌’ 출연이 논란이 되자 시민사회도 “사유리 출연 금지 요청은 ‘이혼녀’ 방송 출연을 반대했던 1980년대로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인트리 등은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KBS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유리님의 가족과, KBS의 사유리님의 가족 방송출연 결정에 무한 지지를 보내며, 우리 사회 다양한 구성원이 어느 누구의 배제나 낙인 없이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건강가정지원법을 보편적인 가족법으로 개정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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