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2030세대 초선의원 5명의 반성 입장문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 꾸짖어달라며 고개를 숙이면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지 나흘만에 비대위원장은 상처주는 말은 삼가라며 내부 반성과 비판의 목소리에 거리를 뒀다. 과연 이것이 반성과 쇄신하겠다는 자세인지 의문이다.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등 2030 초선 청년의원 5명이 지난 9일 이번 선거의 패인을 민주당의 착각과 오판, 오만과 독선에 있다는 점과 함께 조국 사태로 분열을 야기한 점도 반성한다고 밝힌 이후 열성 민주당 지지자와 조국 지지자 등으로부터 비난과 조롱에 시달렸다. 커뮤니티 클리앙에서의 댓글 비판 뿐 아니라 오영환 의원의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는 32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이 초선 오적, 다음 국회에선 보지말자, 누굴 가르치려 드느냐, 조선일보를 향한 반성문 등의 조롱섞인 야유와 비판이 담긴 내용이었다.

이에 이들 5인의 의원은 다시 11일 입장을 내어 “당내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의 책임을 더 크게 거론하며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는 당내 분열을 조장하는 구태”라며 “결코 친문과 비문을 나누어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 자신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의 책임론만을 주장하는 분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썼다. 특히 이들은 “많은 분노를 접한다”며 “조소와 비판에 아프다”라고 털어놨다.

문제는 열성 당원이나 일부 누리꾼들의 비판과 달리 당내에서도 이런 5인의 반성에 경청과 공감보다는 거리두기에 나서려 하는 것 아니냐는 데에 있다. 친문 주류 의원으로 알려진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때 보다 뜨겁다”면서도 “민주당의 성과를 모두 함께 이뤄낸 것처럼 패배에 대한 책임 역시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공동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도 위원장은 “비대위는 혁신과 변화의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주는 방식 아닌 함께 토론하고 함께 실천하고 함께 혁신하는 길을 가겠다”고 선을 그었다.

김어준 TBS 라디오 뉴스공장 진행자도 이날 큰 선거 이후 초선 의원들이 그런 의견을 내도 되지만 관건은 패인 분석에 통찰이 있느냐면서 “2년 전 조국을 소환한 것은 게으른 거라고 본다. 게으른 분석으로 선거를 이길 수가 없다.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위험한 사람이다. 자기가 아는 것 만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대위 3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갈무리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대위 3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갈무리

혹독한 자기 반성을 한 의원들의 입장문 발표가 ‘상처주는 방식’의 논의라는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반성하겠다면 잘못을 질책했을 때 아프게 받아들이고 이 과정에서 상처를 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이 조차 감수하지 않고 무슨 반성과 쇄신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지적이다. 도종환 위원장은 심지어 지난 9일 첫 비대위 회의에서 “더 꾸짖어달라. 마음이 풀리실때까지 반성하고 성찰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특히 “말 뿐인 반성과 성찰은 공허하다”며 “패배원인 신속 면밀 분석해 선거백서에 기록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비대위는 상처받지 않을 만큼만 반성하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조국 문제를 비판하는 것이 게으르다는 식의 김어준 진행자의 비판이야말로 깊은 통찰에서 나온 것인지 의문이다. 5인 중 한명인 장철민 의원은 지난 9일 저녁 미디어오늘에 보낸 입장에서 “조국 장관 문제를 대함에 있어 검찰개혁의 당위성에 사회 구조적 불평등 문제, 특히 특권적 교육격차 대물림의 문제를 우리 당이 주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국 사태로 구조적 불평등과 특권적 교육격차 대물림을 되돌아봤어야 한다는 성찰이 과연 게으른 성찰일까.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대위가 끝난 후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 도종환 위원장이 ‘서로에게 상처주는 방식이 아닌 토론하고 실천하고 혁신하는 길’이라고 한 언급이 2030 의원 5인의 비판을 지목한 것이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위원장 말씀은 원론적인 차원으로, 특정 개인이나 몇 사람에게 책임지게 하거나 당만 책임 있다는 것이 아니고, 청와대와 정부, 즉 당정청 전체, 정부 여당이 반성과 혁신 주체가 돼야 하고, 당 내부 평가도 지도부 뿐 아니라 모든 구성원까지 전체적인 평가가 돼야 한다는 의미”라며 “그래야 올바른 혁신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 위원장이 그런 말을 한 계기가 2030 청년의원 성명이 아니냐는 재차 질의에 최 수석대변인은 “한 사안 만으로 말한 게 아니고 우리 전체의 문제로 보고, 함께 반성하고 혁신하고 실천하고 집행하는 공동 운명체이자 공동 책임자로서의 책임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우리 당내에서도 우리 당 전체가 지도부 비대위, 구성원 전체가 함께 평가 반성 주체가 돼야 한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2030세대 청년의원인 오영환(오른쪽) 장경태 의원등 5인이 지난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이번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오영환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2030세대 청년의원인 오영환(오른쪽) 장경태 의원등 5인이 지난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이번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오영환 페이스북

일부 당원들이 2030 의원의 반성에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 ‘이 정도의 반성의 목소리도 못 내느냐’는 비판을 두고 최 수석대변인은 “‘180석(현재 174석)이나 줬는데 덜 개혁적’이라는 지지층 불만도 헤아릴 수 있어야 하고, ‘너무 밀어붙인다’라는 오만과 독선을 지적하는 비판도 잘 염두에 둬야 한다”며 “국민들이 사소한 실수에도 용납하지 않으니 긴장된 자세를 늦추지 말라는 것이 보선 참패의 의미”라고 답했다. 그는 “이 두 지지층 사이에서 끊임없이 개혁도 해나가야하고, 국민들과 소통속에서 함께 추진하고 공감하고 인정받는 과정까지도 다 우리 책임”이라며 “어느 하나만 강조했을 때 또다른 역풍과 편향된 대책 나올 수 있다”고 거리를 뒀다.

조국 문제에 대한 5인 청년 의원의 비판은 공감하거나 경청하느냐는 질의에 최 수석대변인은 “오늘 회의에서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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