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십 가입 고객에게 세차와 카페, 레저, 명품 할인판매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멤버십 클럽 회사가 각 서비스를 서류상 다른 회사로 쪼갠 뒤 직원들에게 임금체불하다 6개월간 무급노동을 요구해 그만두도록 했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권 보호 법제를 피해가기 위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의혹이 짙어, 노동자들은 이를 악용한 부당해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30대인 이신아(가명)씨와 조민지(가명)씨는 지난 2019년 말 한 회사에 웹디자이너로 취직했다. 회사 ‘ㅁ홀딩스’는 자사 홈페이지에 “골프를 비롯한 힐링 레저스포츠와 콘도, 투어, 스팀케어, 유전자 검사 등을 회원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회원제 비즈니스”라고 홍보했다. 하루 7시간, 주 5일 일하면 220만원을 준다는 사이트 설명을 보고서 취직을 결정했다. 직원은 16명이라고 했다. 대표이사는 근로계약서에 웹사이트 제작과 사진촬영, 사내 디자인 등을 업무로 명시했다.

입사하자 대표는 다른 얘기를 했다. 한 달 안에 수준 높은 웹사이트를 만들라고 했다. 최소 3~4명이 반년 간 매달려야 완성할 수준이라, 두 사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득했다. 대표는 인센티브를 주겠다며 ‘한 달 내에 일부 기능이라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해달라’고 했다. 이후 이들은 매일같이 야근을 반복했다. 원래 약속은 ‘주5일, 5시 퇴근’이었지만 10시 뒤 퇴근과 주말 출근이 잦아졌다. 새벽 3시 이후 퇴근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추가노동 수당은 없었다. 회사는 서류상 직원을 ‘5인 미만’으로 등록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 지급 의무와 해고제한 등을 명시하지만, 11조에서 ‘5인 미만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그 대상에서 제외한다.

▲ 가짜 5인미만 사업장 공동고발 운동을 진행해온 노동인권단체 권리찾기유니온의 홍보 이미지. 사진=컴퍼니타임스
▲ 가짜 5인미만 사업장 공동고발 운동을 진행해온 노동인권단체 권리찾기유니온의 홍보 이미지. 사진=컴퍼니타임스

회사는 임금도 첫 달을 제외하고는 매번 밀렸다. 약속한 인센티브도 주지 않았다. ‘경영상 이유’란 해명이 무색하게 사업은 나날이 확장해 갔다. 이들에 따르면 회사는 이씨와 조씨가 회사에 다닌 근 6개월 동안 세차장 2호점을 열고, 매장에 명품을 새로 사들이고, 새 건물을 계약했다.

회사는 ‘5인 미만’이라지만 이씨와 조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회사 ‘ㅁ홀딩스’는 형식상 2개의 세차장과 카페, 건설사 등을 소유한 지주회사 격인데, 실상은 고객을 모집해 여러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멤버십 클럽 서비스’ 사업이었다. ㅁ홀딩스의 사업은 주로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유료 가입자를 모집해, 고객이 낸 30~700만원 사이 금액에 따라 등급으로 나눠 각종 서비스를 지급했다. 가입자가 자가용 스팀세차를 받으면서 옆에 마련된 카페에서 기다리며 명품을 둘러보고, 필요시 제주여행 카텔을 제공받는 식이다. 고객 포인트도 서비스 분야를 구분 않고 통합 관리했다.

업무 지시도 10명 이상인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대표는 직원을 하나의 단체대화방에 모아 지시했다. 직원 질책도 모두가 있는 방에서 하고, 회의와 회식에도 전 직원이 함께 했다. 이들이 입사한 뒤 한 달이 지나자 대표는 카페와 세차장 관련 업무까지 시켰다. “업무지원팀이니 웹사이트에만 집중하지 말라”는 지시였다. 이신아씨는 카페 계산대의 포스단말기를 관리하고 카페 직원에게 관리법을 가르쳤다. 조민지씨는 세차장에서 고객 응대와 회원 모집을 했다.

▲ ‘ㅁ홀딩스’ 웹사이트 멤버십 안내 페이지. 차량 관리와 레저, 명품 할인 판매 등을 통합 서비스 일환으로 소개하고 있다.
▲ ‘ㅁ홀딩스’ 웹사이트 멤버십 안내 페이지. 차량 관리와 레저, 명품 할인 판매 등을 통합 서비스 일환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신아씨는 “원래 주어졌던 웹사이트 업무만 해도 정상적으로 끝내지 못할 일인데, 대표는 다른 업무까지 책임지고 해라니 부당하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새벽까지 일하고, 단 한 번도 지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입사 6개월 뒤인 지난해 5월 말, 사장은 이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회사가 매우 어렵다”며 “6개월 무급 휴가를 원한다. 무급이라도 저와 밤새하면서 함께 힘을 보태 달라”고 했다. 6개월 간 무급 휴가 처리하고 밤새 함께 일하라는 요구였다. 이들은 결국 권고사직 형태로 회사를 나왔다. 사장이 직후 다른 직원들에게 “사람들을 내보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무급 6개월 휴가였다”고 메시지 보낸 사실을 안 건 퇴사 이후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노위는 각하 판정을 내렸다. 각 회사가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회사 주장을 받아들여, 부당해고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노위는 두 사람 외 직원이 다른 회사 업무를 지원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ㅁ홀딩스 고용보험 취득자가 5명 미만이라는 이유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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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찾기유니온이 지난달 13일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ㅁ홀딩스 사업장 앞에서 가짜 5인미만 사업장 공동고발운동 첫 집회를 진행한 모습. 사진=권리찾기유니온

이들은 재심을 신청해 오는 12일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가 열린다. 가짜 5인미만 사업장 공동고발 운동을 진행해온 노동인권단체 권리찾기유니온의 하은성 노무사는 “이 사건은 사용자가 여러 사업장 노동자를 통합해 지시·관리하고 다른 사업장 재정으로 급여 지급에 늦는 등 인사와 회계를 통합 운영했다. 그러면서도 서류상 ‘쪼개기’ 등록한 뒤 이를 악용해 6개월의 무급노동을 강요하고, 사직서를 쓸 수밖에 없도록 한 부당해고”라고 했다.

이신아씨는 퇴사 뒤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민지씨는 쿠팡 택배와 음식 배달 등을 한다. 이들은 노동위 구제신청을 준비하다 보니 전일제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운 처지라고 했다. 한편 이아무개 ㅁ홀딩스 대표는 권리찾기유니온이 지난달 13일 인천 남동구 소재 사옥 앞에서 5인 미만 사업장 규탄 집회를 하자 현장에 없던 이씨와 조씨를 명예훼손, 업무방해, 저작권법 위반 등으로 고소했다.

이아무개 대표는 10~11일 5인 미만 사업장 위장 의혹과 관련한 재반론을 묻는 전화와 메시지에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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