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예상 보다 큰 격차로 참패가 예상되고 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모두 국민의힘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격차가 이렇게 크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불과 1년 전 이날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했던 상황에 비춰볼 때 민심이 얼마나 매섭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두 시장의 유고에 따라 치러진 선거였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불리한 구도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민주당이 당헌을 개정하면서까지 시장 후보들을 내면서 기본적으로 여성 유권자의 이탈이 불가피했다.

부동산 내로남불 분노 폭발 민심 못돌려

선거운동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터져나온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건은 부동산 폭등으로 인한 악화된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런데도 이에 사과하고, 책임을 묻고 바로잡는데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벌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25차례 부동산대책에도 노무현정부 때보다 폭등한 부동산 가격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부동산 적폐세력과 싸우겠다고만 했지, 정작 여당 의원들이나 정부 내부 인사들의 부동산 자산 증식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부동산 적폐세력이 활개치고 있다면 결국 그건 문재인 대통령 자신의 책임일 수밖에 없는데도 남 얘기하듯 한 것은 더욱 신뢰를 주지 못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오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구조사가 발표된 후 유권자와 지지자들에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오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구조사가 발표된 후 유권자와 지지자들에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도덕성과 참신함의 상징이었던 박주민 의원이 스스로 전월세 상한제를 발의해놓고 자기 임대인(신규계약자)에게는 이전 임대료보다 상한선(5%)을 넘겨받은 일은 극적인 실망감을 안겨줬다. 앞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전월세 상한제 시행 직전 전세값을 14% 올려받은 사실이 드러나 경질됐다. 지지자들조차 도덕적으로 우월해야 하는 민주당이 집권했는데도 이런 언행이 불일치한 행태와 내로남불을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려운 지점까지 갔다는 평가다. 결국 이번 선거는 그러한 임계점이 폭발한 결과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출구조사 후 “정부에 대한 분노의 표시가 폭발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이날 KBS에 출연해 “민주당이 조금 변했으면 좋겠다고 본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20~30대에 대한 민심이반

출구조사를 놓고 보면 그동안 주요 지지층이었던 20~30대는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민심이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불거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역사적 경험치가 낮다”는 발언이 도화선이 됐으나 더 근본적으로는 민주당은 20~30대 자체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지해줄 때는 당연하다고 여기다 돌아섰을 때는 무시하거나 세대간 갈등으로만 접근하는 얄팍한 접근태도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철희 전 민주당 의원은 7일 저녁 KBS 스튜디오에 나와 출구조사 결과를 본 뒤 “우리가 20~30대를 위한 정책적 대응에 기민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이 정부가 이걸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20~30대에 정책에서 소홀해 그것이 표로 나타난다”며 “소홀했다는 점에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본적 성찰 부족 결집에만 급급

국민의힘 지지자가 아닌 광범위한 민심이 이런 임계점에 있는 불리한 선거인데도 더불어민주당은 보다 근본적인 성찰 보다는 오세훈 후보는 안 된다는 기조의 선거전략을 택했다. 오세훈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꺾고 단일후보로 확정된 순간부터 오 후보 처가의 내곡동 땅 의혹에 올인하다시피했다. 오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시절에 처가의 땅이 있는 곳이 그린벨트가 풀리도록 이를 알고 있었느냐를 밝혀내기 위해 전력을 쏟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그러한 사실 여부를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거기간 내내 ‘거짓말’과 ‘내곡동 땅’, ‘생태탕’과 같은 이슈가 박영선 후보 자신을 가렸다. 박 후보는 지난 6일 마지막 기자회견문에 “진심이 거짓을 이기는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흠결이 있는 오 후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 보다 왜 박영선이 되어야 하는지가 선거기간 내내 잘 들리지 않았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완화한다는 공약은 오세훈 후보와 그렇게 큰 차별성을 주지도 못했다. 저 공약이 집값을 내리겠다는 것인지 올리겠다는 것인지 모호했다. 수직정원과 같은 일부 공약에 있어서는 현실성 문제로 오 후보에게 지속적인 공격을 받았다.

또한 용산참사와 무상급식과 같은 오세훈 시장 재직시절 실정에 대한 책임론이 유권자들에게 의미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선거 막판엔 오 후보의 내곡동 의혹도 박영선 후보 보다 의혹제기를 주도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김어준 진행자가 더 주목을 받았다. 박영선의 선거인지 김어준의 선거인지 헛갈릴 정도로 선거막판 내곡동 생태탕 의존도가 컸다. 선거결과에는 이런 현상이 내곡동 피로감으로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1년도 채 남지 않은 차기 대선과 잔여 임기에 해야 할 정책에 있어 다시 되돌아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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