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KBS, SBS에 후배들 깔렸어요. 방송국에서 자꾸 저한테 전화옵니다. (중략) 우리 대표랑 전화 한 번 하세요. 아니면 전면 공격합니다.”
“관련 공무원들 고발해놔서 인제 총공격 들어갑니다. 근데 우리 형님이 ‘소통’해주면 저는 다 취솝니다.”
“참 억울한 게 난(내 일은) 돈이 안 돼. 차비도 없고. 우리 광고 한번 내주면 안 돼요?”

수도권의 한 도시 개발 업체 직원 A씨가 최근 3개월 넘게 한 기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상대는 ‘대한환경일보 대기자’ 명함을 갖고 다니는 김아무개(64) 기자. 지난해 말 공사 현장을 취재한다며 찾아온 김 기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카카오톡, 공문, 전화로 연락해 공사 문제점을 취재했다. 대부분 환경영향평가서 내용을 따르지 않아 법을 어겼다거나 불법 폐기물이 발견됐다는 얘기였다.

김 기자는 전화 취재를 마칠 때마다 ‘소통’을 언급했다. “소통·협력하자”는 말을 수시로 했고 매번 “우리 대표와 한 번 연락해라”는 제안으로 통화를 마쳤다. 업체는 언론사와 협력할 사업이 없었다. ‘뭘 원하시냐’고 물어도 김 기자는 “나에게 묻지 말고 대표와 소통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김 기자는 각종 민원·고발을 무기처럼 내세웠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업체가 법을 위반했다며 관할 시청, 구청, 환경청, 감사원 등에 넣은 민원만 10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환경청이 불법 행위가 없다고 결론내자 지난달 김 기자는 이 공무원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는 힐난이 업체와 공공기관을 막론하고 흘러나왔다. 김 기자는 “피해는 현장이 본다”며 “총공격을 할 테지만 대표와 소통하면 (고발을) 취소한다”며 A씨를 압박했다.

▲자료사진. ⓒpixabay.
▲자료사진. ⓒpixabay.

 

지역 건설 현장에서 건전한 감시·비판보다 사익 추구를 목적으로 언론을 악용하는 소위 ‘사이비 기자’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엔 건설 현장을 감독하는 공공기관에 각종 민원을 제기해 간접적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등 수법이 교묘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거기 아니면 우리 돈 나올 데 없다’

대한환경일보는 실제 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있다. 편집인 문아무개 대표는 김 기자가 취재를 시작하기 두 달 전 먼저 업체를 찾아와 직원에게 ‘두고 보자’는 식의 말을 남기고 갔다. 공사에 필요한 ‘폐석회 처리 사업권’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이같이 대응했다.

문 대표의 측근 B씨는 업체와 만난 자리에서 “포항의 지인이 폐기물 처리 사업을 하는데 사업권을 하나 따고 싶어 한다. 이 지역에서 단속이나 약점을 잡으면 된다고 지난해부터 얘기했다”고 전했다. 업체 관계자 C씨가 ‘정상적인 취재가 아니’라고 따지자 이렇게 설명했다는 것.

C씨는 측근 B씨와 문 대표와의 통화에서 기가 막힌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문 대표가 B씨와 통화에서 “거긴 잘 되고 있습니다. 거기(이 업체) 아니면 우리가 돈 나올 데가 없습니다”라 말했다는 것이다. 취재를 무기로 한 기업 압박이 통하고 있다는 취지다.

대한환경일보는 어떤 곳일까. 이 신문 총재를 지냈던 B씨는 ‘기자증을 내주고 광고비를 받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지사를 두고 기자들이 지자체·기업 광고를 받는데 절반은 기자가 갖고 절반은 회사가 가진다. 잘하는 친구는 1년에 3000만원도 번다”는 것이다. “종이 신문을 내는 게 권위가 선다”며 신문 발간 이유도 덧붙였다. 일간지로 신고됐지만 “한 주에 한 번 발간된다”고도 밝혔다.

▲대한환경일보의 '대기자' 김아무개 기자.
▲대한환경일보의 '대기자' 김아무개 기자.
▲대한환경일보 문아무개 대표 명함.
▲대한환경일보 문아무개 대표 명함.

 

최근 보도 대부분은 공공기관 보도자료를 베낀 기사다. 전문 분야인 환경 정책 분야경우 지난달 기사 8개를 냈는데 모두 환경부 및 지자체 보도자료를 복사한 수준으로 흡사했다. 지난해 하반기 환경산업·자연생태·관광문화 등 3개 분야 보도량을 합쳐 보면 한 달에 8개 이하 수준인 44건이 집계됐다. 1건을 제외한 43건이 지자체 보도자료를 베낀 기사였다. 환경 분야 외 ‘종합뉴스’ 항목을 세어봐도 지난달 11일에 46건, 18일에 27건, 31일에 44건 등으로 기사가 보도된 날이 30일 중 3일밖에 되지 않았다. 모두 정부, 지자체 보도자료 인용 기사다.

문 대표는 이 같은 언론사만 최소 3개 운영한다. 대한환경일보, 대한건설일보, 대한경제일보 등이다. 3개 매체 편집인과 대표 모두 문 대표로 등록됐고 사무실 등록 주소지도 같다. 홈페이지상 공개된 연락처와 이메일 주소도 동일하다. 이중 대한환경일보만 현재 기사를 내고 대한건설일보는 지난해 7월 이래로, 대한경제일보는 2019년 12월 이래로 보도가 중단됐다. 인적 구성도 특이하다. 대한환경일보 본사에만 80명이 직원으로 이름을 올렸고 부회장만 10명, 부사장은 15명에 달한다. 전국 57개 본부 및 지사를 두며 등록된 기자만 200명이 넘는다.

윤리 위반에 검증 부수 없지만 한해 4000만원 정부 광고

신문법 위반 사항도 여러 개다. 3개월 이내 발행 정지를 받을 수 있는 발행인 변경 등록 의무를 위반했다. 또 일간신문으로 등록됐지만 실상 1주일 이상의 주기로 신문을 발간한다. 인터넷 화면에 ‘청소년보호책임자’를 공시하는 의무도 어겼다. 과태료 700만원 대상이다.

대한환경일보는 ABC협회 유료부수 인증을 받지 않았음에도 매해 4000만원 이상 정부 광고를 받았다. 정부광고법상 부수 검증에 참여한 신문이 광고 배분에서 우선이지만 의미 없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집행내역에 따르면 2016년엔 4700만원, 2017년엔 5800만원, 2018년 4900만원, 2019년엔 5600만원 가량이 대한환경일보에 광고비로 집행됐다.

▲2019년 12월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대한환경일보 소속 기자의 비위 행태를 다뤘다.
▲2019년 12월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대한환경일보 소속 기자의 비위 행태를 다뤘다.

 

취재 현장에선 ‘사이비 언론’ 논란이 거세져도 정부 기관 검증은 안이했다. 광고 비중이 가장 높은 기관이 지자체다. 매해 정부 광고의 80~90%가 전국 30여개 지자체에서 나왔다. 특히 대한환경일보는 2019년 12월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부정적으로 고발된 적이 있다. 임차한 창고에 폐기물 7000톤을 불법 투기해 ‘폐기물 브로커’라는 논란을 산 인물이 대한환경일보 취재부장으로 드러나 홍역을 치렀다. 방영 후인 2020년에도 대한환경일보는 총 5000여만원의 정부 광고비를 받았다.

김 기자도 취재 무마 대가로 건설업체에서 금품을 갈취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2019년 5월 경남 한 건설사업에 참여한 토목기술업체로부터 금품 300만 원을 갈취했다는 의혹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김 기자가 직함을 내세우고 환경 관련법 위반을 문제 제기할 것처럼 말하며 ‘활동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지역언론 문제에 집중해온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언론인이 사익을 취득하는데 자기 지위와 권한을 활용하는 건 윤리 위반으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사이비 기자’ 자질 검증에 대해 “이들 언론이 지자체 광고비로 운영되는 측면이 크기에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불건전한 언론사는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는 홍보비 집행 기준을 세우는 등 문턱을 높이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기자는 본인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절대 협박한 적도, 거래를 요구한 적도 없다. 해당 업체가 다양한 법령을 위반하면서 공사를 하고 있어 실제 문제 공사 현장을 사진으로 찍으며 취재 활동을 했고 관리 감독 기관에도 문제를 제기했다”며 “소극적 행정이 아닌 적극적 행정을 해야 한다는 정당한 취재”라고 반박했다. 2019년 금품 갈취 의혹에 대해선 “지인인 업체 대표에게 빌린 돈일 뿐 갈취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건설업체에 이권 사업을 요구한 적 없고, ‘두고 보자’는 말도 한 적 없다. 김 기자에게 악의적인 의도로 관련 취재를 시킨 적 없고, 환경 관계법에 따라 공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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