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지원을 받으려고 하면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많아요. 서류만 보면 ‘가지 말자’ 이렇게 반응하게 돼요.” “엘리베이터가 없는 이곳, 문래동 대부분이 그렇다. 계단에 오르내릴 수 있는 사람만이 이곳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TBS의 시민 참여 프로그램 ‘시민영상 특이점’의 방송 내용이다. TBS 하면 ‘김어준’이 떠오르지만, 사실 TBS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특히 서울시 미디어재단으로 전환한 이후 TBS TV의 ‘시민영상 특이점’과 TBS 라디오의 ‘우리동네 라디오’ 등을 통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콘텐츠에 무게를 두고 있다. 4월 새 시즌 런칭을 앞두고 ‘시민영상 특이점’의 정승, 김수인 PD와 시민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허경 시민협력팀장을 만났다.

‘시민영상 특이점’의 ‘특이점’은 ‘특별한 이야기’와 ‘새로운 관점’의 줄임말이다. 시즌1과 2는 시민들이 제작한 영상을 내보내고, 인터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4월 중 런칭할 시즌3는 시민제작자들과 ‘공동 제작’ 시스템을 도입한다. 최근 공모를 통해 25팀을 최종 선발했다. 지원자들은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시민제작자뿐 아니라 마을미디어, 대학 방송팀, 크리에이터 등과 협업할 예정이다.

▲ 시민제작자들과 회의를 하고 있는 정승 PD(왼쪽)와 김수인 PD. 사진=TBS 제공
▲ 시민제작자들과 회의를 하고 있는 정승 PD(왼쪽)와 김수인 PD. 사진=TBS 제공

정승 PD는 “그동안 시민들이 만든 콘텐츠를 틀어주는 형식으로 제작했다. 우리뿐 아니라 타 방송사의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며 “앞으로는 선발된 제작자들이 우리와 함께 기획하고 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협업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 김수인 PD는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은 청년 이슈, 다문화 이슈 등 메시지가 명확하다. 하지만 방송으로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전달력 측면에선 아쉬운 점이 있다. 우리와 소통을 통해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시민제작자가 제작을 주도하되 TBS PD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함께 고민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첫 방송에선 길거리 인터뷰를 콘텐츠로 제작해온 ‘휴먼스 오브 서울’팀과 인터뷰를 하며 그들이 만나온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볼 예정이다. 이어 첫 방송 두 번째 코너로 ‘시민제작자’들이 제출한 아이템을 바탕으로 논의를 거쳐 공동제작한 콘텐츠를 내보낼 계획이다.

▲ 이주민 문제를 다뤘던 ‘시민영상 특이점’ 갈무리
▲ 이주민 문제를 다뤘던 ‘시민영상 특이점’ 갈무리

두 PD가 눈독 들이고 있는 공동제작 아이템도 있다. 정승 PD는 “심사 때 제출된 내용 중 한 시민이 영사기를 직접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영사기를 통해 현재 자신의 삶과 과거 자신의 삶의 기록을 믹스한 영상을 찍어보고 싶다고 하셨다.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기계를 만들어내는 모습과 삶이 믹스되는 모습이 궁금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공감대가 형성되고, 삶이 묻어나는 영상을 제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수인 PD는 ‘달동네’를 담은 아이템에 눈길이 갔다고 했다. “한 제작자분 영상을 보면 아랫동네에 누가 결혼한다는데 이웃들이 다 알고 계시고, 이웃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동네 밤나무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내용이다. 이런 소소한 사연들이 공감을 일으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처럼 개인적인 이슈지만 메시지가 담기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있다. 김수인 PD는 이전에 방영된 에피소드 가운데 이혼남 편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아버지가 딸에게 처음으로 이혼 사실을 전하는 이야기다. 담담하게 전달해서 인상적이었다. 유튜브에서도 반응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치매 남편을 둔 할머니가 남편을 요양원에 둔 채 마지막 통화를 하는 에피소드도 인상적이었다. 통화 다음 날 남편 분이 돌아가셨다”고 했다.

▲ 자녀에게 이혼 사실을 전하는 ‘슬기롭게 이별하는 법’편
▲ 자녀에게 이혼 사실을 전하는 ‘슬기롭게 이별하는 법’편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 ‘의미’는 있지만 정작 콘텐츠로서 재미가 없다 보니 대중성이 떨어지는 점이 한계로 거론된다. 제작진 역시 이를 고민하며 ‘시즌3’를 구상했다. 정승 PD는 “그래서 MC가 찾아가서 콘텐츠를 제작한 제작자와 시민을 인터뷰하는 내용을 가미했다. ‘나는 자연인이다’로 유명한 이승윤씨를 MC로 섭외했다. 이승윤씨가 영상을 보고 나서, 영상을 제작한 시민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유머 포인트를 잡으면 시청자들이 반응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의 편성을 의무화한 정책이 마련되고, 정부 지원도 있지만 여전히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허경 팀장은 ‘정책’에서 이유를 찾았다. “기관 입장에서는 영상 수로 지표를 평가하고, 방송사도 편성만 하면 의무를 다하게 되니 효과를 발휘하기 힘든 구조다. 방송사는 영상을 틀었다는 것 자체에, 시민은 지원해서 참가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부여하는 게 20년 동안 유지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경 팀장은 참여하는 시민 입장에서 ‘효능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여하는 것 자체로 의미를 둘 수도 있지만, 시민이 참여해 제작한 콘텐츠가 사회 변화에 기여하면 시민 제작자들도 효능감을 느끼게 할 수 있지 않지 않을까. TBS가 이 역할을 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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