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은 농담과 유머, ‘무학의 통찰’로 포장된 음모론자-예언가형 프로보커터(Provocateur)”라는 주장이 담긴 논쟁적인 책이 나왔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박사과정 중인 김내훈씨는 ‘프로보커터’라는 신간에서 김어준씨를 가리켜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자 민주당 진영 최대의 스피커로 행세하는, 가장 성공한 프로보커터”라며 그를 조명했다. 프로보커터(Provocateur)는 ‘도발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도발로 확보한 주목을 밑천 삼아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뜻한다. 

포퓰리즘과 관련해 석사 논문을 쓴 저자는 김어준씨를 두고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에서 황우석이 사기꾼이 아니길 바랐던 대중에게 철저하게 영합했다. 딴지일보는 ‘누군가 줄기세포를 바꿔치기했다’는 식의 음모론까지 동원하며 사건의 진상을 흐리는 데 일조했다”며 “이 장면은 김어준이 대중영합적 포퓰리스트와 주류 미디어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를 자임-겸임하는 수단으로써 10년 이상 줄기차게 펼치게 되는 각종 음모론의 서막이었다”고 평했다.  

▲신간 '프로보커터'. 김내훈 지음. 서해문집.
▲신간 '프로보커터'. 김내훈 지음. 서해문집.

저자는 “자유주의 성향 네티즌의 유희 공간이자 담론장으로 성장했던 ‘딴지일보’의 쇠락은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진영의 정권 재창출과 맞물린다. 여당지 딴지일보는 손발이 묶인 채 운동 에너지를 잃어버렸지만, 2008년 이명박의 집권과 이듬해 노무현의 갑작스러운 서거는 김어준에게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해줬다”고 했다. 

저자는 “노무현의 죽음은 한국 사회에 광범한 부채의식과 향수를 안겼고,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끓게 만들었다. 김어준은 이 목소리를 모아 증폭시킬 또 하나의 진지 ‘나는 꼼수다’(2011년)를 마련했다. ‘나꼼수’는 오늘날 정치 유튜브 방송의 모체이며 ‘정치 예능’의 원조다. ‘나꼼수’는 이른바 딴지체를 육성으로 구현했다”고 평했다. 저자가 말하는 나꼼수 성공 비결은 “공정한 편파”다. “주류 미디어가 감춘 진실을 접한다는 정치 효능감은 ‘사이다’였고, 단순한 청취 행위만으로도 ‘깨어있는 시민’이 된다는 환상을 심어줬다”는 것.

저자는 “김어준의 나꼼수는 현실정치에 깊숙이 개입해왔다. 시작은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였다. 이들은 박원순을 밀면서 나경원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박원순 캠프는 선거전의 필요악인 네거티브 캠페인을 나꼼수에게 ‘아웃소싱’한 덕분에 손과 입을 더럽히지 않은 채 청사진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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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다스뵈이다'의 진행자 김어준씨. 

저자가 김씨에게 주목하는 것은 ‘정치 종족주의’다. “김어준은 그가 대선후보로 밀던 문재인을 띄우기 위해 드라마틱한 서사를 만들어나갔다. 이명박을 절대악으로 상정한 서사를 펼친 나꼼수는 처음부터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청취자로 여기지 않았다. 나꼼수의 기능은 이미 존재하는 민주당 지지자를 동원하고 결집하는 데 머물렀고, 반대 진영 설득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꼼수의 토대는 정치 종족주의(tribalism)였다.” 

저자는 “김어준과 나꼼수는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참담한 결과를 맞았다. 대선에서도 문재인 캠프는 진보 팟캐스트의 수사와 논리를 선거전략으로 차용했다. 캠프 인사들은 종편에 거의 출연하지 않았다. 문재인 석패에 당황한 김어준은 개표 조작설을 제기하며 다큐멘터리까지 제작했다”고 전하며 “김어준은 그가 납득 혹은 설명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 실체 없는 연결 고리를 만들어내곤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김어준씨를 가리켜 “이명박 정부 때부터 대안 언론인 행세를 하며 전성기를 누려왔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김어준은 상대 진영에서 일으키는 도발을 또 다른 도발로 제압하는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김어준은 자신이 이 역할에 누구보다 탁월하다는 것을 수년에 걸쳐 증명해왔다”고 적었다. 이어 “김어준은 자기주장이 일개 음모론에 불과할 수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아주 무겁게 다뤄져야 할 논의를 농담처럼 툭툭 던지면서 거증(입증)책임은 피하되, 공론장에 논쟁과 소란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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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다스뵈이다'의 한 장면.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출연했다. 

최근 김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가열된 상황에서, 앞으로 그의 앞날은 어떨까. “문재인과 민주당 정부는 김어준과 최대한 거리를 두면서도 상대 진영과 진흙탕 싸움은 그에게 아웃소싱하려고 들 것이다. 진중권-보수언론 관계와 유사하게, 영향력과 하청을 주고받는 상부상조가 유지되는 한 김어준은 여전히 쓸모가 있는 인물”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정치 이슈가 터질 때마다 김어준의 해석과 논평에 귀를 기울인다. 기본적으로 기성 언론을 불신하기에 그가 개진하는 ‘우리 편’에 유리한 정파적 해설로나마 불안감을 해소하려 드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보수언론은 그들대로 김어준의 말을 인용하며 ‘친문 논객이 이렇게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다’는 메시지를 퍼뜨리지만 이조차도 김어준에게는 도움만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저자는 이 책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프로보커터들의 프로보커터”로 명명하며 “‘모두까기’는 그의 전매특허였다. 따라서 (그를 향해) ‘우리 편이 왜?’라는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했으며 “그는 자신이 비난하는 대상이 최대한 언짢게끔 최선을 다한다. 그를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논객으로 만든 것은 지식인으로서의 어젠다가 아니라 퍼포먼스 능력”이라고 했다. 서민 단국대 교수를 두고서는 “게으른, 혹은 무능한 프로보커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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