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잘 보는 비법이 있다. 쉬운 문제는 풀어서 맞추고 어려운 문제는 찍어서 맞추면 된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의외로 도움이 되는 말이다. 괜히 어려운 문제를 풀다가 시간을 쓰는 것보단 쉬운 문제를 확실히 푸는 게 좋다. 어설프게 추측하는 것보단 연필을 굴리면, 오지선다 정답률은 20%까지는 올라간다. 물론 정말 실력이 있다면 어려운 문제도 풀어서 맞춰야 한다. 다만 어려운 문제를 단순하게 생각하고 풀면 정답률이 20% 미만이다. 출제자는 내가 어떤 부분을 헷갈리는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만우절 한국경제신문 1면과 3면을 가득 채운 기사다. “삼성전자 세 부담, TSMC의 2.5배”. 기사는 삼성전자와 인텔, 그리고 TSMC의 법인세를 비교했다. 법인세율을 비교하고자 한다면 명목 법인세율과 유효 법인세율을 비교해야 한다. 명목 법인세율은 법 조항에 명시된 세율이다. 유효 법인세율은 실제 부담하는 법인세율이다. 여기서 쉬운 문제는 명목세율이고 어려운 문제는 유효세율이다. 쉬운 문제는 반드시 맞혀야 하며, 어려운 문제는 복잡한 풀이 과정을 거쳐서 풀어야 한다. 너무 단순하게 풀면 찍느니만 못하다.

기사에서 한국 명목 법인세 최고 세율은 25%로 미국(21%), 대만(20%)보다 높다면서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정부가 법인세율을 캐나다와 독일 수준(15%)까지 낮춰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틀린 말이다. 지방에 내는 법인세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25%가 아니다. 중앙정부에 내는 법인세액의 10%를 추가로 지방소득세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앙정부+지방정부에 내는 법인세율은 27.5%다. 미국도 최고세율이 21%가 아니다. 연방정부 법인세만 21%다. 인텔이 위치한 캘리포니아는 8.8%의 주 법인세를 따로 낸다. 그래서 인텔의 법인세는 29.8%다. 한국보다 높다. 마찬가지로 독일 법인세도 15%가 아니다. 지방에 내는 법인세까지 합치면 세율은 29.9%까지 올라간다. 독일 수준에 맞추려면 법인세율을 오히려 인상해야 한다. 캐나다도 연방 법인세와 별도로 주 법인세를 부담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는 최고 12%까지 부담한다.

유효세율 비교는 어려운 문제다. 복잡한 풀이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경 기사는 유효세율을 너무 단순하게 비교했다. 최근 3년간 ‘법인세 비용’을 ‘법인세차감전순이익’으로 나눈 값을 비교했다. 그러나 유효세율을 이렇게 단순히 비교하면 안 된다. 일단 기업회계 기준상 ‘법인세 비용’은 실제 법인세를 지급한 비용이 아니다. 회계 기준상 이익과 법인세법상 소득이 다르기 때문이다. 법인세 납부를 이연하는 등으로 미래의 법인세를 깎아주거나 더해주는 일이 발생한다. 그 시간 차이는 3년 정도로 해소되지는 않는다. 이에 약 10년간(2011~2020년) 한경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삼성전자 유효세율은 27%가 아니라 24%다. 연결기준이 아니라 개별기준을 사용하면 10년간 유효세율은 20%로 뚝 떨어진다.

▲ 2일자 한국경제 1면 기사
▲ 2일자 한국경제 1면 기사

 

▲ 2일자 한국경제 3면 기사
▲ 2일자 한국경제 3면 기사

 

특히 유효세율을 다르게 정의할 수도 있다. 과표(과세표준) 대비 총부담세액을 통해 실효세율을 계산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현금주의적 개념으로 한국 정부에 실제로 납부한 법인세액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세통계연보를 통해 총부담세액 5000억원 초과 기업의 최근 10년간 과표 대비 총부담세액은 17.3%에 불과하다. 총부담세액 5000억원 초과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수개 기업에 불과하다. 한국 최우량기업 실제 세금부담액을 파악할 수 있는 직접적인 자료가 된다. 

실효세율을 외국과 비교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다. 인텔과 삼성전자 중 세 부담이 더 큰 기업을 찾는 문제를 풀라고 하면 나 같으면 차라리 찍는 것을 택할 정도로 복잡하다. 한경 기사처럼 “기본적으로 한국 법인세율이 미국보다 높고 시설투자 등 세제 지원도 턱없이 낮아 유효법인세율을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일단 삼성전자 명목 법인세율은 인텔보다 낮다. 그러나 각 국가의 세법과 환경이 달라서 비교 방법에 따라 다양한 유효세율 수치를 얻을 수 있다. 한경기사와 같은 방식으로 지난 10년간 인텔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23%가 나온다. 한경에서 언급한 2020년 유효세율 16.7%와 차이가 크다. 다만, 대만의 TSMC가 삼성전자보다 법인세를 덜 내는 사실은 맞는 말로 보인다. 정확히 2.5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기준으로 TSMC의 법인세 비용을 계산해 봐도 삼성전자보다 법인세 부담이 적은 것은 명확하다. 

그러나 이것이 기사에서 말한 것처럼 “기업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원인이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법인세보다 기업환경을 결정하는 더 중요한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대로 미국은 각 주별로 법인세율이 매우 다양하다. 캘리포니아주 법인세는 8.8%가 넘지만 바로 인접한 네바다주는 주 법인세가 0%다. 그러나 인텔과 같은 많은 첨단 기업은 비싼 캘리포니아주 법인세를 내가면서 캘리포니아주에서 버티고(?) 있다. 기업 입지선정에 법인세율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쉬운 문제는 확실히 맞춰야 한다. 그러나 쉬운 문제도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주자.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다만, 만약 아는 문제를 일부러 틀리는 거라면 이는 큰 문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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