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이슈를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하고 이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 것은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의미 없는 정보나 허위 정보가 양질의 정보보다 가시성을 갖게 되고, 독자 스스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편식하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러나 불행히도, 클릭 전쟁에 내몰린 대다수의 언론사들은 잘못된 정보를 발행하거나 파편적이고 편파적인 기사를 양산하기 바쁘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독특한 콘셉트로 살아남은 프랑스 신문이 있다. 주간지 ‘르앙(Le1)’이다. 2014년 르몽드 전 편집국장이자 유명작가인 에릭 포토리노를 비롯, 4명의 기자에 의해 창간된 르앙은 한 주에 하나의 이슈만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수많은 이슈를 짧은 시간에 표피적으로 다루고 난 후 곧바로 외면해버리는 여타 매체들과는 달리 ‘소모적이기보다는 교육적’이기를 원하며,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독자들이 찾는, 오랫동안 살아남는 뉴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또한 최대한 넓은 사고의 스펙트럼을 구성하기 위해 작가, 시인, 예술가, 각 분야의 연구자, 철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한 주제에 대해 여러 관점을 교차시켜 심화한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예기치 못한 의견과 접근 방식을 독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실의 얼굴은 하나가 아니므로 한 이슈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접해야만 독자의 비판적 성찰이 가능하다는 이유다.

광고도 주주도 없이 오직 독자의 구독료에만 기대는 ‘순수’ 독립 언론인 이 매체는 포맷 또한 독특하다. A4, 타블로이드, A1의 크기로 한번 펼칠 때마다 크기가 변하는 방식인데, 처음에는 관련 주제에 관해 문을 여는 듯한 읽기에서 점점 더 분석적인 읽기로 들어갈 수 있도록, 즉 이슈 전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르앙은 이처럼 각각의 형태에서 읽는 시간을 ‘감정의 시간’, ‘성찰의 시간’, ‘탈출의 시간’으로 명명한다.

▲ 주간지 르앙(Le1) 홈페이지(https://le1hebdo.fr/) 갈무리
▲ 주간지 르앙(Le1) 홈페이지(https://le1hebdo.fr/) 갈무리

이러한 실험적인 시도로 르앙은 다양한 독자층을 유혹하는 데 성공했다. 전통적인 신문 독자들도 많지만 35세 이하의 밀레니얼과 제트세대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르앙을 읽는 이유에 대해 한 젊은 독자는 “신선하고, 읽는 재미를 주고, 복잡한 사안을 이해하도록 돕고,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있다.

유료 구독자 3만3000여명, 연 360만 유로의 수익을 올리는 르앙은 작지만 탄탄한 언론사로 부상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에릭 포토리노는 2017년 봄, 무크지 ‘아메리카’를 런칭했다. 트럼프 시대 미국을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보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2019년에는 점차 사라져가는 유대감, 공동체 의식 회복에 기여하고 프랑스에 대한 성찰을 돕기 위해 무크지 ‘자딕(Zadig)’을 런칭했다. 꽤 볼륨이 큰 이 두 무크지 역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평균 판매부수는 각각 3만5000부 가량이다. 

정보의 민주화로 인해 언론이 더 이상 정보를 독점하지 못하게 되면서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한경쟁에 돌입한 시대.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독자의 관심을 얻으려면 언론은 무엇을 해야 할까? 에릭 포토리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언론의 역할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잘 만들어진 매체를 만났을 때, 우리는 그 매체를 접하기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질문을 갖게 된다. 언론이 기사를 발행할 때마다 질문의 논리를 통해 사람들을 움직이고 변화를 창출해야 한다. 불변의 답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복잡성을 알려주고 질문들을 공유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자유를 제공해야 한다.”

주요 이슈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다양한 관점, 핵심적인 질문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 것. 르앙의 저널리즘은 언뜻 특별해 보이지만 이제껏 요구되어왔던 언론의 역할에 맞닿아 있다. 단지 우리 언론에서 찾기 힘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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