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대표발의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규계약이었기 때문에 해당법 적용대상이 아니다’라는 내용으로 해명한 가운데 자신이 법 발의 직후 주최한 토론회에서 박 의원의 실시한 ‘꼼수’ 내용이 이미 다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세금으로 연 토론회에서 나온 법의 한계 등을 박 의원이 자신의 세입자에게 적용했다가 뒤늦게 발각된 꼴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6월9일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대표발의했다. 다음주인 6월17일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을 위한 입법토론회-세입자 주거 불안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란 토론회를 열어 부동산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했다. 박 의원은 이날 자리를 지키며 전문가들 의견을 경청했고 약 보름뒤인 7월3일 자신의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9% 올려 계약했다.

박 의원이 주최한 6월17일 토론회에서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신의 토론내용에 대해 “이론적 모형에 기초해 극단적 사례를 나열한 것이지 반드시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고민해야 할 과제를 던졌다. 

박 의원은 지난달 31일 여러 차례 자신의 사례는 기존계약의 갱신이 아니라 신규계약이기 때문에 주택임대차법 적용사례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시민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법의 취지에 박 의원 계약행위가 어긋나기 때문이고 또 중요한 사실은 박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미 이러한 문제점이 지적됐다는 점이다. 

임 교수는 “제가 생각했던 가장 엄격한 가정은 장차 임대료가 상한선보다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상한선까지밖에 올리지 못하면 임대차 계약을 처음 체결할 때 나중에 올리지 못해 손실이 예상될 부분을 미리 올려받을 수 있다는 가정”이라며 “이건 가장 극단적 경우의 부정적 영향이 얼마인지 알아보기 위해 세운 가정”이라고 전제했다. 

임 교수가 가장 극단적 경우로 한 가정을 박 의원은 실제 시행한 것이다. 박 의원은 신규계약하는 세입자에게 자신이 발의한 법의 상한선보다 높은 비율로 임대료를 올려받았다. 

임 교수는 토론문에서도 “규제주택의 미래 임대수입에 대한 기대가 낮아질 것을 우려해 임대인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임대료를 크게 높일 것이라는 전망은 시장에서 임대인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제도 도입 이후 최초 신규계약은 기존 계약을 기준으로 임대료 인상 폭 제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선 법 논의가 시작한 시점부터 이미 임대료가 상승할 것을 우려했다. 임 교수는 “(법 시행) 초기에 일시적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이를 논의하는 중에도 시장에서 반응할 수 있다”며 “급진적으로는 베를린처럼 임시적으로, 코로나도 있고 하니 임대료를 동결해놓고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런던모델에서 보듯 시급한 게 인상률에 캡을 씌워야 한다”며 “임대료가 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시사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세의 월세화’를 통한 임대료 상승 부분도 논의했다. 임 교수는 “전세의 월세화를 통해 임대료 상승을 추구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 의원 페이스북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 의원 페이스북

 

박 의원의 경우 기존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00만원이었다가 새 세입자에게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85만원으로 계약했다. 일종의 ‘전세의 월세화’다. 당시 전·월세 전환율(4%)로 보면 임대료 9%를 올린 것이고 지난해 9월 개정한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전환율(2.5%)을 적용하면 26.6%를 올린 것이다. 

임 교수는 5%를 상한으로 한 것도 가파른 상승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임 교수는 “5%가 어떻게 보면 높은 비율인데 특정 지역에서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가 많으면 5%를 다 올릴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다른 곳보다 높이 오를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이 무색하게 박 의원은 5%를 초과한 비율로 임대료를 올렸다. 

박 의원은 해당 토론회에서 “법 발의 관련해 비판을 많이 받는데 법 내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도 있고 해외 입법례 취지나 효과를 이해하지 못한 거 같기도 한데 이번 토론회가 이런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새 계약 이후인 지난해 7월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전에 아마 법 적용을 예상하고 미리 월세를 높이려고 하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사례를 지적한 발언이었다. 

미디어오늘이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인한 결과 박 의원은 이날 토론회를 위해 입법·정책개발비 133만6000원을 썼다. 이후 국회에선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쟁점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한편 박 의원은 9% 올린 당시 임대료가 ‘시세보다 싸게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여러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공개시스템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박 의원이 거래했던 지난해 7월 해당 면적 월세 보증금 1억원에 172만~195만원으로 박 의원이 받은 월 185만원이 시세 평균값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은 1일 박 의원에게 이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박 의원은 이날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 홍보디지털본부장직을 사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