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로 뛰는 언론’이라는 말이 있다. 선거철 언론의 정파적 보도를 꼬집을 때 하는 말이다. 노골적으로 한쪽 주장을 계속 싣는 바보 같은 짓은 옛날 일이다. 정치인의 공세적 발언이나 캠프 주장을 싣고, 반드시 반대편 반론을 같이 넣는다. 그리고 정치적 주장의 ‘파장이 예상된다’는 말로 경마식 보도에 집중한다.

이를 비판하면 저널리즘의 객관성 요소는 총족했다고 ‘알리바이’를 내세운다. 언론이 어느 한쪽 주장을 늘어놓고 다른 한쪽 반론을 기계적으로 넣어 ‘은근히’ 선거에 개입하는 방식이다. 쌍방 네거티브 선거 전략이 극대화되는 건 이렇듯 언론의 책임이 적지 않다.

4·7 재보궐 선거에서 LH 사태에서 비롯한 공정성 논란과 내로남불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2022년 대선 전초전이라는 점에서도 과열 양상이다. 이럴 때일수록 언론이 선거 구도를 정확히 분석하고 쟁점을 명확히 구분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인의 ‘거짓말’이 집중적으로 검증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것도 언론 역할이다. 거짓말 주장을 검증하는 것은 물론 그에 대한 반박이나 해명 역시 적극 끌어내고 이를 또다시 검증 대상에 올려 신뢰를 얻는 ‘진짜’ 선수가 돼야 한다. 거짓말 주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스피커 역할에 그치거나 사실관계를 따져야 할 것을 공방으로 치환했을 때는 정파적 보도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끈질기게 시시비비를 가린 언론 보도 때문에 사퇴했던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지사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6년 4월 일본 한 주간지가 마스조에 요이치 지사의 해외 출장비가 고액이라는 의혹을 최초 제기했을 때만 해도 사퇴를 예상하는 전망은 많지 않았다.

사퇴 결정타가 된 건 의혹을 다각적으로 검증한 언론의 후속 보도에 마스조에 지사가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해서였다. 정치자금으로 미술품을 구매한 경위와 처리, 가족과 머문 호텔 경비의 출처, 별장 이용 시 관용차 남용 문제, 해외 출장 호텔비 등을 따져 묻자 마스조에 지사는 엉뚱한 해명을 내놨다. 여론은 악화했고 그가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선거 국면 정치인의 거짓말을 캠프에 의존하지 끝까지 검증했을 때 사실 확인 규율이라는 저널리즘을 지킬 수 있고, 정파적 보도라는 의심도 피할 수 있다.

▲ 3월2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앞 도로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 3월2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앞 도로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해 비방하려는 목적의 언론 보도는 특히 우려스럽다. 지난 3월26일자 “與, 중국인 표심으로 반전?… ‘화교도 투표 가능’ 강조”라는 일간지 보도는 인종차별적 시선이 짙게 깔려 있다.

해당 보도는 박영선 후보 측을 겨냥해 “서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박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민주당 서울시장 선거 유세에 화교 3세라고 밝힌 한 중식당 대표가 “대한민국과 서울시에 납세 의무를 다하며 살아왔다”고 발언한 내용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에서는 영주자격(F-5)을 취득한 지 3년이 지난 등록외국인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서울시 등록 외국인 24만명 중 한국계 중국인이 9만명, 이들을 제외한 중국인 5만명, 대만 국적자는 7800여명이다. 서울시 등록외국인의 절반 이상이 중국 국적자인 셈”이라고 보도했다.

얼핏 보면 사실을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연설에 나온 화교의 국적 여부(대만 혹은 한국 국적)를 밝히지 않고 선거법 내용을 제한적으로 보도해 ‘친중’이라는 비난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를 의심케 한다. 특정 후보와 중국이 ‘커넥션’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공포를 조장하는 식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선거법상 외국인 중 영주권자는 투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 역시 서울시정 운영에서 동반자라는 사실이다. 지난 2005년 8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내에 오랫동안 거주해온 외국인 중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경과한 19세 이상의 외국인에게 선거권이 주어졌다.

이들은 2006년 4회 지방선거 때부터 선거권을 행사해왔다. 선관위는 당시 선거법 개정에 대해 “외국인에 대해 선거권을 우리나라가 먼저 부여함으로써 국가 간의 상호주의에 따라 재외한국인들도 참정권을 부여 받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며 “나아가 국제교류나 협력 등 외교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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