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연 배우의 과거 학교 폭력 문제나 역사 왜곡 등 논란이 제기되면서 드라마 주연이 교체되거나 드라마 자체가 폐지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주연 배우 교체 및 드라마 폐지가 결정되면, 시청권 침해 문제나 제작 스태프 임금 문제가 뒤따른다.

KBS가 지난 23일 공개한 3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한 시청자 위원은 KBS 드라마 ‘달이 뜨는 강’ 사례를 들며 드라마 재촬영 시 스태프 임금 지급에 문제가 없는지 질의했다.

박성우 KBS 시청자위원(우송대 글로벌미디어영상학과 교수)은 학교 폭력 문제가 이슈인 와중에 “KBS가 대부분의 촬영이 마무리돼 가는 시점인데도 물의를 빚은 배우를 전격 하차시키고 배역을 교체해 재촬영한다는 결정을 내려 호응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KBS는 지난 5일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 주인공으로 활동하는 배우 지수의 학원폭력 논란에 배역을 교체하고 재촬영키로 한 바 있다. KBS는 달이 뜨는 강 외에도 새 예능 ‘컴백홈’ 진행자를 맡기로 한 연예인에게 학교 폭력 의혹이 제기되자 즉각 교체를 결정했다.

박 위원은 KBS 조치가 적절했다고 평가한 후 “드라마의 경우 제작 방영 중이거나 사전 제작이 끝난 상황에서 출연자와 관련한 논란이 나올 때 여러 종류 피해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항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작 시스템상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KBS '달이 뜨는 강'.
▲KBS '달이 뜨는 강'.

또 다른 시청자위원인 권순택 위원(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은 드라마 재촬영이 진행되거나 중단될 때 발생하는 스태프 임금 문제를 언급했다. 권 위원은 “달이 뜨는 강이 배우가 교체되고 재촬영이 진행되면서 몇몇 배우들 중심으로 무보수로 찍겠다고 나선 사례들이 이어졌다”며 “개인적으로 훈훈한 모습이지만 이런 분위기가 자칫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실제 주연이 아닌 조연이나 아니면 단역 배우, 드라마 스태프들이 무언의 압력을 받을 수 있고 실제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며 “드라마를 재촬영하는 데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저임금 노동자 임금에 대해서는 KBS가 신경 써서 제대로 지급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시청자위원들 지적에 이건준 KBS 드라마센터장은 “달이 뜨는 강 주연 배우 지수의 학교 폭력이 나오고 바로 다음 날 저희는 지수 학교폭력이 사실일 경우 프로그램 편성을 취소하는, 중단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여러 방안을 검토했다”며 “하지만 95% 이상 사전 제작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과 편성을 중단하게 되면, 외주 제작사가 거의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 배우 출연료, 스태프 인건비 등에 대한 대규모 미지급 사태를 야기해 또 다른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게 된다”며 “또 이미 6회까지 방송했기 때문에 중단 시 시청자 시청권이 침해되는 것까지 감안해야 했다”고 밝혔다. 

@pixabay.
@pixabay.

이 센터장은 “결방 없이 방송된 7회, 8회 또 이번 주 방송하는 9회 방송분은 수도권 시청률 9%까지 기록하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선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 센터장은 조연이나 단역 배우, 드라마 스태프 등이 ‘노개런티’ 압박을 받고 있다는 지적과 우려에 “저도 잘 알고 있다”며 “제작사와 충분히 협의해 그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게끔 충분히 조치하고 있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재발방지시스템에 대해 “학교 폭력 문제는 검증이 쉽지 않고 배우들 인권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관련 법령 등을 바탕으로 배우들 인권 침해가 없는 선에서 배우들의 혹시 있을 과거 비행들을 검증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작사협회라든지 배우 매니지먼트사들과 연계해 방법을 마련해 보도록 하겠다. 심층 인터뷰라든가 방송사와 제작사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계약서 조항을 추가한다든가, 그런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미 많은 제작사가 드라마 촬영 전 학교 폭력 관련한 서약서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