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기술발전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거나,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재화 또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거나, 새로운 영업방식을 도입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 생산비 절감이나 새로운 소비수요의 창출을 혁신이라 부른다. 소비수요의 창출 문제는 별도로 하고 생산비 절감은 곧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나, 노동비 절감을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플랫폼의 진정한 혁신은 남는 자원을 사용한다는 것보다 주문형(on demand) 호출노동 또는 참여자들의 자발적 노동을 통해 노동비를 대폭 절감한데서 찾을 수 있다. 즉, 노동력 관리와 노동 착취도의 증가가 혁신의 실제 내용이다.

플랫폼 기업이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점이기도 한데, 가령 타다는 생산수단으로 플랫폼을 소유하고 사실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돈을 벌어들였다. 타다는 여객법상 11~15인승 승합차의 경우에는 운전사 알선과 파견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을 악용했는데, 11인승 승합차를 승객에게 제공하며 운전사를 알선한 것처럼 했다. 그러나 검찰은 타다의 기사가 단순 알선이 아니라 운전기사를 구체적으로 통제하며 여객운송사업을 했기에 사실상 ‘콜택시’라고 보고 불법운송이라며 기소했다. 만약 타다가 기사를 기존 택시회사들과 같이 고용해야만 한다면 타다는 일반 택시회사와 다를 게 없었다.

아마존 기업 가치와 노동

혁신기업이라고 하는 유통공룡 아마존도 같다. 드론 배송, 공중부양 물류창고, AI를 통한 예측배송 등 마치 혁신기술을 이용해 스마트하게 배송하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아마존 배송의 실상은 장시간 노동과 불안정 노동 등 전통적인 착취적 노동에 기반해 있다.

아마존은 지난 1월25일 시카고 창고 직원들에게 새로운 창고에서 새벽 1시20분부터 11시50분까지 교대 근무를 제안했다. 이른바 ‘메가사이클’로 불리는 이러한 교대근무 방식은 아마존이 물류창고에 비교적 최근 도입한 시스템으로 알려졌다. 또한 배송은 하청업체 소속 계약직 배송 운전자들로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배송 경로를 약간이라도 이탈하지 못하도록 감시받고 있고 14시간 교대근무가 일상화해 있다. 배송차량이 경로를 벗어나 3분 이상 정차하면 배송업체에 알람이 가도록 통제했다. 또 운전자들은 배송 시간 때문에 1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운전해야 했고, 화장실도 못가 운전하면서 페트병으로 해결해야 했다.

# 14-hour days and no bathroom breaks: Amazon's overworked delivery drivers(the Guardian, 2021년 3월11일자)

아마존 노동자들은 과로사, 산재사망, 자살도 빈번하고 있어 올해 3월에 라스베가스 아마존 건물에서 아마존 노동자가 자살했고, 지난해 9월에는 펜실베니아와 인디애나의 아마존 창고에서 노동자가 각각 사고로 사망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노동자들의 감염사태와 이로 인한 사망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5월까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공식 사망자만 6명이고 아마존 노동자들은 최소 1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마존은 공식적으로 지난해 3월1일부터 9월19일까지 2만명 미만의 미국 아마존과 홀푸드 직원들이 COVID-19에 감염됐다고 추정했지만, 실제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조사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검사를 받지 않았고, 수십만 명에 달하는 계약직 배달 기사들도 제외됐다.

아마존 노동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목숨을 걸고 일했지만, 아마존은 놀라운 수익을 노동자들과도 거의 공유하지 않았다. 2020년에 아마존은 2019년에 비해 무려 84%나 증가한 97억 달러(11조원)의 추가 수익을 올렸다. 이 회사의 주가는 82% 상승했고,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재산이 679억 달러(약 80조원) 늘었는데, 이는 아마존이 지난해 3월부터 100만 명의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총 위험수당의 38배에 달한다.

▲ 출처=https://www.brookings.edu/blog/the-avenue/2021/03/16/the-amazon-union-battle-in-bessemer-is-about-dignity-racial-justice-and-the-future-of-the-american-worker/
▲ 출처=https://www.brookings.edu/blog/the-avenue/2021/03/16/the-amazon-union-battle-in-bessemer-is-about-dignity-racial-justice-and-the-future-of-the-american-worker/

아마존 기업 가치의 상승은 노동자의 착취와 비인간화적인 노동통제, 기업의 복지와 조세 회피, 극심한 부의 불평등에서 인종차별주의와 성차별에 이르기까지 현대 자본주의 기업에 내재된 많은 파괴적인 힘들을 대표한다. 노동자는 물론이고 심지어 소비자 및 커뮤니티에 대한 감시 강화, 독점적 사업 관행, 공공 보건과 지구 생태에 대한 무시를 보여주고 있다.

쿠팡의 물류 혁신과 불안정 노동

아마존 모델을 따라 했다는 쿠팡도 다를리 없다. 새벽배송과 로켓배송으로 이름난 쿠팡도 노동자들의 착취도를 강화하고 유통산업의 독점을 통해 독점 이윤을 누리는 것을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자본시장에서는 이런 쿠팡의 미래가치 즉 노동자 착취도의 증가와 독점이윤의 수취를 통한 이윤증가에 기대를 걸고 미국 증시 상장 직후 100조원에 가까이 시가총액이 치솟기도 했다.

2020년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자료를 보면,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1만2500명의 노동자 중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정규직과 무기계약직)는 1948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5.5%에 불과하다. 그나마 본사에서 내려온 직원은 몇 명 없기 때문에 대부분이 무기계약직일 것이라 추정된다. 또한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조사 대상이 된 부천 물류센터의 경우 계약직의 약 2.5배가 일용직이었다는 점으로 다시 추산해 보면, 전체 노동자는 약 4만명 정도로, 이 중 65% 정도가 일용직, 25%가 계약직, 10% 무기계약직으로 구성돼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쿠팡의 노동력 관리는 UPH(시간 당 처리물량)라는 관리시스템으로, 노동자의 처리물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단기직으로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은 재계약을 위해서라도 쿠팡이 요구하는 UPH에 맞춰 쉴 새 없이 일해야 한다. 이처럼 쿠팡의 물류 혁신은 기술 혁신이 아니라 일용직과 계약직이 전체의 약 95%를 차지하는 불안정 노동을 통해 노동 강도와 착취도를 높이는 혁신이다.

게다가 작업 실적을 재계약 여부와 연계해 작업속도를 극대화하고 야간노동으로 생활조건까지도 파괴하는 열악한 스웻샵(sweat shop) 형태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5월27일부터 올해 1월11일까지 약 8개월만에 3명의 쿠팡 노동자와 2명의 쿠팡 외주업체 노동자가 물류센터에서 일하다가 혹은 새벽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직후 심장마비 혹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올 3월에는 쿠팡에서 심야·새벽 배송을 담당하던 노동자가 고시원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 쿠팡 물류센터 고용구조와 노동실태의 문제점(장귀연, 2021년 2월25일)

▲ 지난 2월16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주차장에 주차된 쿠팡 배송 차량. ⓒ 연합뉴스
▲ 지난 2월16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주차장에 주차된 쿠팡 배송 차량. ⓒ 연합뉴스

쿠팡의 매출액은 2018년 4조3550억원에서 2020년 13조2500억원으로 2년 사이에 무려 3배 폭증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쿠팡(주)과 쿠팡풀필먼트(유)의 산재 신청 현황을 보면, 2018년 351건(341명 승인), 2019년 536건(515명 승인), 2020년 1,021건(982명 승인)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당일배송 혹은 로켓배송 등으로 명명되고 있는 쿠팡의 물류 및 배송 작업시스템 및 노동조건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노동자 제대로 보호해야

이런 열악한 노동환경은 쿠팡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다. 올 3월에도 쿠팡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7일 후 로젠택배 노동자가 배송차량 안에서 의식불명상태로 발견됐지만 사망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에 따르면, 이 노동자는 오전 7시5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10시간씩 주 6일 근무를 했지만, 월수입은 200만원이 채 안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 플랫폼 노동자는 179만 명으로 추산한다. 이중 절반 이상이 배달이나 대리운전 등 운송 관련 일을 대부분 부업이 아니라 주업으로 한다. 정부와 여당은 이런 플랫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현실을 개선한다며 ‘플랫폼종사자보호법’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법을 통해 노동 3권은 보장하지 못하더라도 공정한 계약, 산재보험, 공제조합 등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입법 취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종사자보호법의 문제는 플랫폼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안의 이름도 ‘종사자보호법’인 것처럼,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 또는 특수고용 형태인데 이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플렉스 파트너와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들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인 ‘근로자(employee)’가 아니라 ‘독립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이며, 이를 한국의 고용노동부가 판정해 줬다고 밝혔다.

▲ 3월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쿠팡 본사 앞에서 배달 기사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쿠팡의 음식 배달 플랫폼인 쿠팡이츠의 배달비 수수료 인하를 규탄하는 차량 전광판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 3월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쿠팡 본사 앞에서 배달 기사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쿠팡의 음식 배달 플랫폼인 쿠팡이츠의 배달비 수수료 인하를 규탄하는 차량 전광판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우버 운전사와 같은 ‘긱 경제(Gig economy)’ 노동자들을 임시직이 아닌 정직원으로 처우하도록 하는 ‘AB5’법이 시행됐다. 그러자 우버 등은 다시 이 법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실시된 ‘법제안 22’ 투표에서 수천억 원의 홍보비를 쏟아 붇고 주민들에게 우버 택시 요금이 올라간다고 협박한 끝에 58% 찬성을 이끌어내면서 AB5법을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

‘법제안 22’는 차량 공유 운전자를 독립 계약자로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손해배상이나 건강보험 보조 등의 혜택을 좀 더 많이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플랫폼종사자보호법’은 우버가 추진한 ‘법제안 22’와 똑 같다. 이 법은 플랫폼노동자가 아니라 우버나 쿠팡과 같은 플랫폼 업체들이 환영할만한 법이다.

반면, 올해 2월19일 영국 대법원에서는 상반된 판결이 내려졌다. 영국 대법원은 우버 기사가 독립계약자가 아니라 사업자에게 종속된 ‘노동자’로 봤다. 우버가 계약 조건을 일방적으로 책정하고, 기사의 승차 거부에 대해 불이익 처분을 시행하고 있으며, 고객이 부여하는 별점으로 기사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 등 우버 기사가 사용자에게 종속돼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 플랫폼 노동 보호,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라(이승렬, 월간노동리뷰 2021년 3월호)

최저임금법이 정한 최저임금이 많은 사람에게 최고임금이 되고, 비정규직보호법이 거꾸로 불안정한 비정규직을 양산했던 과거의 사례에 반추해보면, 플랫폼종사자보호법은 플랫폼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새로운 특수고용, 새로운 자영업자를 양산할 거란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다. 플랫폼 종사자가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의 인정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