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알고리즘’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를 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눈 다음 온라인 호텔 예매 서비스를 이용하게 했는데요. A집단이 접속한 서비스에는 예매 과정에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B집단이 접속한 서비스에는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인공지능 추천 시스템을 이용하여 조금 전 입력하신 고객정보와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비교하여 유사한 고객(성별, 연령 등)이 가장 많이 선택한 호텔을 상위에 배치하였다”는 설명을 제시했습니다.

알고리즘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접하지 않은 집단은 알고리즘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비중이 높지 않았다고 합니다. 반면 ‘무엇을’ ‘어떻게’ 추천하는지 알려준 경우는 비판적으로 보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콘텐츠 배열의 ‘이면’에 대해 알게 됐기에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황용석 교수는 “검색 알고리즘이 그 원리를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이용자의 합리적인 정보 소비에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습니다.

▲ ⓒ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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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 ‘스트레이트’ 보도로 포털의 뉴스 알고리즘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보도 내용에는 논쟁적인 면이 있습니다. 다만 반향이 크다는 것은 그동안 포털이 알고리즘에 대해 충분히 소통해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포털 입장에선 이미 알고리즘에 대한 원리와 원칙을 설명하고 있기에 억울한 면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설명이 어디있는지 기자들도 찾기 힘듭니다. 모바일의 경우 알고리즘 뉴스 추천이 이뤄지는 네이버 ‘MY뉴스’와 다음 ‘뉴스탭’에서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이 보이지 않습니다. PC의 경우는 이어지는 링크가 있습니디만, 화면을 가장 아래로 내린 후 이용 약관 옆에 위치한 작은 글씨를 일일이 읽어보지 않는 이상 찾기 힘듭니다. 설령 읽는다 해도 ‘서비스 안내’(네이버) ‘서비스 원칙’(다음)이라고 돼 있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다음의 경우 ‘서비스 원칙’ 화면에서 카카오의 뉴스추천 알고리즘인 ‘루빅스’ 설명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데요. 나름  설명이 잘 돼 있긴 합니다만 2015년 10월5일에 게시된 루빅스 설명 페이지 조회수가 1169회였습니다. 얼마나 눈에 안 띄는 곳에 있으면 하루 평균 접속자가 1명에도 미치지 못할까요?

▲ 포털 다음 알고리즘 설명 페이지 링크.
▲ 포털 다음 알고리즘 설명 페이지 링크.

내용도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네이버는 뉴스배열 원칙에 대해 ‘최신성’ ‘충실성’ ‘독창성’ 등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음 역시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겠습니다’ 등 비슷한 내용을 언급하고 있는데요. 지나치게 추상적인 기준입니다. 구체적인 설명 화면으로 넘어가면 원리에 대한 기술적 설명이 이어지다 보니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러니 면피성 설명에 그친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처럼 양대 포털 모두 뉴스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을 찾기 어려울뿐더러, 힘들게 찾더라도 ‘원칙’은 추상적이고, ‘원리’는 이해하기에 복잡합니다.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에서 2018년 발효된 새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논의 과정에서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을 요구할 권리’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알고리즘의 영향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업자가 이를 충실히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죠. 카카오는 알고리즘 윤리헌장을 통해 ‘알고리즘의 설명 의무’를 적시하기도 했습니다.

좀 더 실효성 있는 방안이 있다고 봅니다. 뉴스면에 눈에 띄게 ‘안내 페이지’ 배너를 띄우고, 이용자가 정말 궁금해 할 만한 내용을 Q&A 형식으로 제작할 수 있을 겁니다. 이용자의 질문을 받고 답을 주거나, 언론이 제기해온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답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알고리즘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용자를 위한 설명도 필요할 것이고요. 

알고리즘 논란에 네이버는 3년 만에 알고리즘 검토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을 검증하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실행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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