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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렌고쿠 쿄쥬로는 카미카제를 닮았다 
‘귀멸의 칼날’ 렌고쿠 쿄쥬로는 카미카제를 닮았다 
[리뷰] 귀살대, 희생, 태양, 그리고 다이쇼시대 일본 제국주의 

*무자비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귀멸의 칼날’(귀칼)을 넷플릭스 정주행하고 ‘무한열차’ 극장판까지 본 뒤의 감상은, “정말 재밌다”였다. 혈귀가 된 동생 네즈코와 동생을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귀살대로 나선 탄지로, 둘의 동행은 ‘강철의 연금술사’를 떠올리게 했고, ‘호흡’을 쓰는 귀살대 모습은 ‘차크라’를 쓰는 나루토를 떠올리게 했으며, 이노스케·젠이츠·렌고쿠 등 풍부한 캐릭터와 ‘주’vs‘상현 혈귀’ 설정 등에선 밀짚모자 해적단과 ‘해군3대장vs사황’ 등 짜임새 있는 캐릭터를 구현한 원피스를 떠올리게 했다. 

‘귀칼’에 대한 일본 사회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해하려면 세계관을 봐야 한다. 귀칼은 다이쇼시대(1912년부터 1926년까지)를 배경으로 하는데, 2차 대전에서 패전국이 되는 쇼와시대, 그리고 메이지 시대의 사이로서 다이쇼 시대는 일본의 전성기라 할 수 있다. 주인공 탄지로의 귀걸이에 그려져 있는 욱일기 문양은 당시 일본제국주의를 상징하는데, 욱일기 귀걸이를 찬 운명의 아이는 결국 수백 년간 쓰러트릴 수 없었던 키부츠지 무잔과 혈귀를 멸족시킨다.

다이쇼시대 일본제국을 상징하는 탄지로는 메이지시대에도 결별하지 못했던, 혈귀로 상징되는 과거의 낡은 잔재 혹은 인류를 위협하는 적과 결별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중심인물이다. 이러한 서사에서 귀살대는 그야말로 영웅적 집단인데, 이들의 모습은 수년 전 역시 일본에서 인기를 모았던 ‘진격의 거인’에 등장하는 ‘조사병단’을 떠올리게 한다. 조사병단의 역할은 ‘인류의 권역을 확장’하고 ‘세계의 위협으로부터 맞서 싸우는 것’이었다.

귀칼을 보며 불편한 지점은 욱일기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서사에 담긴 메시지다. ‘무한열차’극장편에서 귀칼 최고의 인기 캐릭터로 떠오른 ‘염주’ 렌고쿠 쿄쥬로는 강인한 정신력과 막강한 힘에도 불구하고 상현3 혈귀 아카자와 싸우다 목숨을 잃는다. 그는 목숨을 잃는 순간까지도 상현3을 절멸시키기 위해 혈귀의 유일한 약점인 ‘태양’을 기다리며 아카자의 팔을 놓지 않는다. 혈귀를 이길 수 없어, 함께 죽는 길을 택한 것이다. 2차대전, 일본제국의 영웅이었던 ‘카미카제’(자폭 전술 특공대)가 떠오르는 장면이다.

▲귀멸의 칼날에 등장하는 '염주' 렌고쿠 쿄쥬로.
▲귀멸의 칼날에 등장하는 '염주' 렌고쿠 쿄쥬로.

우리의 렌고쿠는 왜 죽어야 하나. 혈귀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의 선택에는 망설임이 없다. 그리고 그의 죽음 앞에서 탄지로는 오열한다. 그런데 탄지로는 이 장면에서 과하게 자신의 ‘무능력’을 탓한다. 자신이 힘이 없어 렌고쿠가 죽었다며 자책한다. 그리하여 귀살대 멤버들의 결론은 렌고쿠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힘을 키워 혈귀를 절멸시키는 것으로 귀결된다. 20세기 세계대전 시대, ‘총력전’을 위해 상영했던 흔한 스토리라인이다.

혈귀들의 유일한 약점이 태양이라는 점도 상징적이다. 아무리 강한 혈귀여도, 태양은 혈귀를 태워버릴 수 있다. 태양이 무엇인가. 일장기에는 태양을 상징하는 붉은 원이 그려져 있다. 결국 다이쇼시대 일본제국은 그 자체로 혈귀를 무찌르는 인류의 구원자라는 은유(메타포)로 이어진다. 그리고 점점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 사회는 이러한 은유에 열광한다. 이들에게 美 함대로 돌진하던 카미카제와 귀살대는 본질적으로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렌고쿠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동시에 찜찜함이 남았던 이유다.

2019년 국내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날씨의 아이’의 주인공 ‘히나’ 역시 카미카제와 같은 역할을 강요받았다. 히나가 희생해야 비가 멈추고, 도쿄 사람들을 재앙에서 구원 할 수 있다. 그것은 히나의 ‘운명’이었다. 하지만 히나를 사랑하고, 포기할 수 없었던 호다카는 히나를 운명으로부터 구해낸다. 그 결과 도쿄의 상당수가 물에 잠겼고, 재앙은 피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히나를 만난 호다카는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우리는 분명, 괜찮을 거야!” 귀칼을 제대로 즐기려면, 히나의 선택과 함께 탄지로의 귀걸이와 렌고쿠의 죽음에 담긴 맥락(컨텍스트)을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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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021-05-06 22:41:06
렌고쿠는 귀살대의 강요로 죽은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위해 희생한 캐릭터였고 귀살대 자체가 목숨걸고 들어가는 자발성이 필요한 조직임. 카미카제는 (물론 초반에는 자발적이었다 카더라는 말도 있지만 다수는 비자발적으로) 권력 상층부의 결정에 의해 자신의 신념과는 무관하게 죽음을 강요받은 이들이었다는 차이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뻘글. 카미카제를 만든 일본 제국주의는 잘못이고 거기에 희생된 '사람'은 일본인이든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모두 피해자임. 일본 제국주의에 희생된 정치와 무관한 일반인들의 피해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면 피해자 코스프레라며 비난하는 것도 반일하는 사람들 동일한 맥락 아닌가? 친일이나 반일이나 자기 머리로 생각하기보다는 프레임 씌워서 싸우는 꼴 보면 웃긴데 이 기사도 그런류로 보임.

지나가다 2021-05-05 08:24:33
희생에 의미가 있다면 그건 카미카제가 아니죠. 기사의 논지대로면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도 카미카제 한건가요? 일본식 죽음의 미학이 짙게 깔려있는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이런 감상은 다분히 정치적 편견에 사로잡혀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chanchan 2021-05-05 03:07:51
반일을 해도 너무 엉성하면 한심하다. 대학 초년생 때 글쓰기를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이꼴이 된다. 내일신문에는 좋은 기사가 많은데 이런 글이 가끔 올라오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