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존립 기반은 거짓으로 부풀려진 유료부수에 의해 파괴되었습니다. 국민들이 자신들의 부수를 속여 광고주와 정부로부터 부당한 광고비와 보조금을 받은 언론을 어떻게 신뢰하겠습니까?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언론자유를 위해 거짓 언론을 고발합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의원들이 신문 유료부수 조작 논란과 관련해 조선일보와 ABC협회, 그리고 이성준 ABC협회장과 공모해 부수공사를 조작한 조선일보 성명불상자 1인을 보조금법 위반 및 형법상 사기·업무방해·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한다. 김승원·민형배·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고발인으로 나섰다. 

이들은 17일 오전 9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료부수는 해당 신문의 영향력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민간·정부기관의 광고비 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지표다. 신문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유료부수 조작에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면 이것은 광고주와 정부 그리고 국민들을 속인 것으로 형법 347조 사기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2004년 미국의 ‘댈러스모닝뉴스’는 독자 수 약 4만 명을 속여 발표한 사실을 인정하며 광고주들에게 276억 원을 환불했다. 전체부수의 1.5%~5%를 속인 결과였다”며 “유료 부수를 두 배 부풀린 조선일보는 얼마를 배상해야 할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조선일보는 조작된 부수공사 결과로 보조금을 부정수령해 명백한 보조금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어제(16일)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ABC협회에 대한 사무검사 결과와 향후 대책을 발표했다. ABC협회에 대한 개혁과제들을 권고하고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대대적인 지국 유료부수 실증조사를 하겠다고 한다”고 전한 뒤 “ABC협회와 조선일보는 명백히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 정부 공동조사단에 공정위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수본을 향해 “신속한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증거인멸이 이뤄지고 있을 수도 있다.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빠른 수사와 기소, 그리고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고발이 새로운 신문산업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 모든 문제가 조선일보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116만부라는 대한민국 최고 부수를 자랑하는 1등 신문 조선일보이기에 그리고 조작이 이루어진 대표신문이기에 조선일보를 피고발인으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조선일보가 부당하게 수령한 보조금과 정부광고비는 반드시 부당이득으로 다시 받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선일보와 ABC협회를 고발하겠다며 발언하는 모습. ⓒ김승원 의원실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선일보와 ABC협회를 고발하겠다며 발언하는 모습. ⓒ김승원 의원실

 

“조선일보, 작년에만 정부광고비 30억원 부당수령” 

이들은 고발장에서 “ABC협회의 부수공사 결과는 정부광고 단가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료부수 60만부 이상 A군은 광고단가를 최대 23만 원 책정(1면1단1cm기준)하고 5~20만 부 이하 신문사는 B군으로 광고단가가 최대 15만 원 책정되는데 문화체육관광부 사무검사 결과로 밝혀진 조선일보의 성실률(49.79%)을 적용한다면 조선일보는 중앙지 B군에 속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ABC협회 조사 담당자들이 조사를 나오기 전 미리 조사대상 지국들에게 통보하는 형태로 부수공사 조작이 이루어졌다”며 “피고발인들은 사전조작으로 부수 공사 조작을 미처 완성하지 못하면 보정자료를 통한 사후조작으로 이를 보완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사원들이 자료 조작을 거부할 경우 명시적으로 압박을 당하거나 심지어 공사업무에서 배제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용학 전 ABC협회 사무국장은 중앙일보 인터뷰 등을 통해 이 같은 조작이 이성준 회장의 지시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조선일보는 2020년 76억1600만 원의 정부 광고를 수주했지만 부수공사를 조작하지 않았다면 조선일보에게 적용되는 단가는 최대 23만 원이 아닌 최대 15만 원이었을 것”이라며 “조작으로 인해 조선일보가 한 해에만 약 30억 원 규모의 재산상 이익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ABC협회.
▲ABC협회.

이어 “조선일보에 광고를 의뢰한 기업 및 일반인들은 피고발인 조선일보가 매년 100만 부 이상의 유료부수를 기록하는 것을 감안해 일정 수준 이상의 광고효과를 기대하고 조선일보와의 광고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조선일보의 실제 유료부수가 외부에 발표된 부수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면, 광고주들이 애초에 기대한 광고효과가 발생하지 않아 이들의 광고 및 홍보업무가 중대하게 방해받았고, 그만큼의 손해를 야기했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이성준 회장과 조선일보 성명불상자가 공모해 조작한 부수 공사로 인해, 정부 기관 등의 광고효과 또한 기대했던 것의 절반 또는 그 이하에 지나지 않게 되어 정부 기관 등의 공무집행이 중대하게 방해되고 훼손됐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ABC협회와 조선일보의 행위를 두고 “언론의 대외적 영향력을 왜곡해 국민의 알 권리와 정치적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하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서 이를 묵과할 수 없어 고발하게 되었으니,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최대한 엄중히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내부고발자인 박용학 전 ABC협회 사무국장도 이성준 회장과 ABC 공사원들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소한다. 박 전 사무국장은 지난해 11월 “일간신문 공사결과와 관련한 부정행위를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하는 등 내부고발을 주도한 뒤 대기발령을 받았고, 지난 1월 해고됐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