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접종 후 너무 힘드네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는 “인플루엔자 접종 후 부작용 정도가 아니라 죽다 살아난 2년전, 인플루엔자 걸렸을 때랑 비슷하다”고 했다. 한 누리꾼은 시민 참여 팩트체크 플랫폼 ‘팩트체크넷’에 이 게시글을 공유하고 “이렇게 부작용이 심한데 정부는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있는 건가요?”라며 팩트체크를 요청했다. 

이 외에도 누리꾼들은 팩트체크넷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후 사망, 인과관계가 있나요?” “유럽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기피한다?” “진짜 부작용으로 백신의 효과가 없는 것이 맞는지요?” 등의 팩트체크를 요청했다.

미디어오늘은 시민 팩트체커들과 함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국내외 최신사례를 종합해 팩트체크를 진행했다.

▲ 팩트체크넷에 올라온 시민 요청.
▲ 팩트체크넷에 올라온 시민 요청.

1) 아스트라제네카가 심각한 부작용 초래? - ‘거짓’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두통, 발열 등 이상반응이 나타날 때마다 언론이 보도하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모두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백신 개발 및 임상실험 단계서부터 예상된 ‘이상 반응’이 있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는지 알아보려면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살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승인 과정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언급하며 “일반적으로 매우 흔하게(10% 이상) 나타난 이상 사례는 주사부위 통증, 압통, 멍, 온감, 발적, 피로, 두통, 근육통, 권태, 열감이었으며, 증상은 대부분 경증에서 중간 정도 수준으로 백신 접종 후 며칠 내에 소실됐다”고 했다.

▲ 백신별 이상반응. 자료=질병관리청.
▲ 백신별 이상반응. 자료=질병관리청.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아스트라제네카 임상실험 결과를 공개하고 관련 ‘이상 반응’이 10% 이상이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이상 반응은 경증에서 중등도였으며 일반적으로 예방 접종 후 며칠 내에 해소됐다”고 했다. 

[영국 MHRA 코로나 백신 주간 옐로카드 보고 요약]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coronavirus-covid-19-vaccine-adverse-reactions/coronavirus-vaccine-summary-of-yellow-card-reporting#conclusion-1

화이자와 모더나 등 다른 코로나19 백신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은 화이자에도 경미한 이상 반응 사례를 기술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모더나 ‘이상 반응’ 사례로 팔 부위의 통증, 홍반, 부종과 다른 신체 부위의 피로, 두통, 근육통, 오한, 발열, 구역질 등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 모더나 백신의 이상반응 사례. 자료=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사이트
▲ 모더나 백신의 이상반응 사례. 자료=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사이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 페이지]
https://www.cdc.gov/coronavirus/2019-ncov/vaccines/safety/safety-of-vaccines.html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모더나’ 백신 정보]
https://www.cdc.gov/coronavirus/2019-ncov/vaccines/different-vaccines/Moderna.html

즉, 두통과 고열 등 사례가 언론에 적극 보도되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지만 이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아닌 ‘예상된 범주의 이상 반응’이다.

2) 백신 접종과 사망사고 인과관계가 있다? - ‘거짓’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사망사고가 벌어지면서 백신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8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백신 사망 의심 신고 11건 중 8건을 조사한 결과 인과성이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조사반은 사망자 8명은 모두 요양병원 입원환자로 기저질환자였고, 이들의 사인은 뇌출혈과 심부전, 심근경색, 패혈증, 급성간염 등이라고 밝혔다.

주요 국가의 보건 당국도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지난 4일(현지시간)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주간 옐로우 카드 보고서’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의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백신과 시기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치명적인 사고들이 보고되고 있지만, 이는 백신 접종과 보고된 사망자 사이의 연관성을 나타내지 않는다. (당국이) 보고된 내용을 조사한다고 해서 백신이 사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코로나 백신 주간 옐로카드 보고 요약]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coronavirus-covid-19-vaccine-adverse-reactions/coronavirus-vaccine-summary-of-yellow-card-reporting#conclusion-1

▲ 2월 26일 안산시립노인전문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월 26일 안산시립노인전문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WHO는 노르웨이에서 33명이 화이자 백신 접종 후 6일 이내 사망한 사례 조사 결과를 전하며 이 연령대의 일반적인 사망률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사망자 전원은 심각한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이었다. 앞서 2월16일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코로나 백신과 안전성’ 기사는 “일부 사람들은 백신 접종이 사망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지만, 코로나 백신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사망 사건은 없다”고 밝혔다.

[WHO 노인 사망사고 조사 결과]
https://www.who.int/news/item/22-01-2021-gacvs-review-deaths-pfizer-biontech-covid-19-vaccine-bnt162b2

[네이처 기사]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0290-x

물론 국내외에서 ‘아나필락시스’(급성 중증 알레르기 반응) 쇼크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불안이 확산되는 측면이 있다. 

이와 관련 ‘아나필락시스’로 인한 쇼크 사고가 통계적으로 얼마나 발생하는지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등 연구진이 지난 2월26일 대한의학회(JKMS)에 투고한 영문 논문 ‘백신 부작용과 잠재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건강 상태 발생의 기준점 추정’을 통해 자연 발생 가능한 정도의 주요 증상 수치를 예측했다.

논문은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인구 10만 명당 월평균 4.72건(연평균 56.67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9일 0시 기준 38만3346명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고,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1건으로 자연 발생할 수 있는 예상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다.

▲ 정재훈 교수  ‘백신 부작용과 잠재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건강 상태 발생의 기준점 추정’ 논문 속 백신 이상 반응의 자연발생량 추정치 요약.
▲ 정재훈 교수 ‘백신 부작용과 잠재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건강 상태 발생의 기준점 추정’ 논문 속 백신 이상 반응의 자연발생량 추정치 요약.

[정재훈 교수팀 논문]
https://jkms.org/pdf/10.3346/jkms.2021.36.e67

이런 가운데 화이자와 모더나 접종 이후 사망이 급증하고 있다는 국내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다른 코로나19 백신이 위험하다는 주장이 국내에도 퍼지고 있다. 

인터넷 언론 파이낸스투데이는 지난달 22일 “美 백신 맞고 숨진 사례 두달 새 1000건 육박, 이중 48시간 내 사망은 1/3” 기사를 내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더 위험하다는 주장 나와”라고 보도했다. 파이낸스투데이는 “질병통제예방센터 VAERS사이트에 공식적으로 보고된 숫자”라며 공신력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확인 결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VAERS(백신부작용신고시스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고 수치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이트는 ‘공식 정보 발표’가 아닌 ‘이상 증상 신고 접수란’의 성격으로 누구나 신고할 수 있다. VAERS 사이트는 “신고가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백신이 부작용이나 질병을 발생하게 했거나 기여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VAERS 사이트]
https://vaers.hhs.gov/index.html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공식 정보는 3월1일(현지시간) 업데이트된 ‘이상 반응 보고’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코로나19 예방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는 드물다. 현재까지 VAERS는 코로나 백신의 안전 문제를 나타내는 사인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이상반응 보고 페이지]
https://www.cdc.gov/coronavirus/2019-ncov/vaccines/safety/adverse-events.html

3)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를 기피한다? - ‘대체로 거짓’

유럽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기피하고 있을까? 유럽질병예방센터(ECDC)의 ‘백신 트래커’ 시스템을 통해 유럽 내 백신 종류별 수급량과 접종량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백신 트래커’를 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유럽 27개국에 배포돼 널리 쓰이고 있어 기피한다고 보기 힘들다.

이들 국가가 아스트라제네카를 사용하지 않고 재고로 쌓아두고 있는 건 아닐까? 실제로 한국경제 등 언론은 지난달 28일 외신 파이낸셜 타임스를 인용해 “유럽연합 국가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그냥 쌓아만 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8일(현지시간) ‘백신 트래커’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확보한 유럽 27개 국가에서 보유량의 20% 미만으로 접종한 경우는 없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접종량이 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 및 이를 인용한 국내 기사와 ‘백신 트래커’를 비교한 결과 기사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스페인에서 20% 정도만 쓰였다고 했으나 3월8일 기준 44%까지 늘었다. 독일 20→34.2%, 프랑스 16%→22.9% 등 변화가 감지된다.

▲유럽질병예방센터(ECDC)의 ‘백신 트래커’ 시스템의 유럽 국가별 백신 보유량.
▲유럽질병예방센터(ECDC)의 ‘백신 트래커’ 시스템의 유럽 국가별 백신 보유량.
▲ 유럽질병예방센터(ECDC) ‘백신 트래커’ 시스템(3월8일 기준)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국가별 보유량과 접종량.
▲ 유럽질병예방센터(ECDC) ‘백신 트래커’ 시스템(3월8일 기준)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국가별 보유량과 접종량.

[유럽질병예방센터(ECDC) 백신트래커]
https://qap.ecdc.europa.eu/public/extensions/COVID-19/vaccine-tracker.html#distribution-tab
 

물론 화이자 백신이 더 많이 배포되고, 접종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늦게 도입된 점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고령층에 접종을 제한해온 국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외신 보도를 종합한 결과 3월 들어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스웨덴, 벨기에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접종 대상 연령을 65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승인 또는 권고를 했고, 헝가리는 60세 이상으로 확대 권고했다. 프랑스는 65~74세로 확대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고령층 대상 접종을 제한한 이유는 임상실험 결과 고령층에 대한 효과를 증명할 만한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스코틀랜드 공중보건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이후 중증 위험도가 어느 정도로 줄었는지 분석한 결과 화이자 백신을 맞은 경우는 85% 줄었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94% 줄어 오히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가 더 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고령층에서도 81% 효과가 입증됐다.

[스코틀랜드 공중보건국 관련 자료]
https://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3789264

* 포털에서 기사 내 링크를 허용하지 않아 출처 자료 웹 주소를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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