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현업 4단체가 9일 공동성명을 내고 “시민 권리 보호와 저널리즘의 순기능을 강화할 언론중재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폐지하고, 위자료는 높이되, 징벌적 배상의 조건인 악의성·허위성 등 입증 책임의 경우 정치·자본권력 관련 보도에선 언론에게 입증책임을 지우지 않도록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언론개혁법’이란 이름의 6개 법안 처리를 3월 중 예고했다. 이 중 인터넷에서 허위사실유포나 기타 불법 정보로 명예훼손 등의 손해를 입힌 경우 피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윤영찬 의원안), 악성 댓글 피해자가 신고하면 게시판 운영제한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양기대 의원안)이 여러 비판을 받는 가운데 6개 법안으로는 ‘언론 보도 피해구제’라는 목적 달성이 어렵고 허점도 많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들 4단체는 공동 성명에서 “이른바 ‘언론개혁을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법률 개정안을 두고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인가, 국민의 알 권리인가’라는 일부 이분법적 비판은 부적절하다”며 “우리는 이번 개정안들이 ‘가짜뉴스’나 ‘허위 조작 정보’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권력을 쥔 이들에게는 남용을, 표현의 자유라는 시민의 기본권에는 제약이 될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60%가 넘는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배 찬성 여론의 의미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밝히면서 “시민이 누려야 할 인격권 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더욱 강화해야 하며, 이를 침해하는 ‘악의적 허위정보’를 생산한 언론사와 언론인은 3배가 아닌 그 이상의 손해배상도 감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나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언론개혁 6대 법안에는 정치권과 대기업의 권력 남용을 더 부채질하고, 시민이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는 위축시킨다는 시민단체와 학계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며 세 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우선 ‘배액 배상제’를 도입하더라도 “정치인 및 공직자, 그리고 해당 기관에 관련된 보도의 경우 미국과 같이 보도 내용의 허위성 악의성 입증책임을 언론이 아닌 정치인 및 공직자 등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논리에서 대기업과 재벌총수도 입증책임을 부여할 수 있다. “이 책임을 언론에 돌릴 경우 취재원 보호뿐 아니라 공익제보와 내부고발을 불가능하게 해 감시, 비판, 견제의 저널리즘에 족쇄가 될”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건이다. 

또한 “정보통신망법과 형법 등 중구난방 개정안 추진을 멈추고 관련 논의를 언론중재위원회로 단일화할 법 개정을 추진하라”고 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일반 인터넷 이용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뿐 아니라, 댓글이 달린 게시판까지 차단하는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수 있고 “정보통신망법의 ‘이용자’ 범위에 언론까지 포함하면 언론중재법과 같은 사회적 조정 절차는 모두 무효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형법과 민법 모두에서 규정하고 있는 명예훼손죄를 실효성 없는 형법에서 제외하고 민법에서 규율하고, 최대 1500만 원의 벌금인 형법이 아닌 적정한 수준에서 산정한 위자료 기준을 적용받음을 전제로 민법의 손해배상 실효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사라지면 언론인들은 더 이상 사실적시 또는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아도 되는데, 대신 언론사 매출액 대비 위자료 산정과 같은 방식으로 피해구제를 현실화해 ‘징벌’의 성격을 키우자는 의미다. 

이들 4단체는 “시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 언론 보도라면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 공직자, 대기업 회장 등 권력층들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권력만큼 감시와 비판, 견제를 감내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민주당이 6개 ‘언론개혁법’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에선 오는 17일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한 공청회가 개최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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