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이로써 그는 프랑스 정치 및 사법 역사상 부패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최초의 전직 대통령이 되었다. 우파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차기 대권을 노렸지만, 이제는 그의 정계복귀의 꿈도 물 건너간 듯하다. 

법원 판결 다음날, 그의 행보 역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침에는 자신과 가까운 무기 전문 제조업체, 다쏘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르피가로와 인터뷰를, 저녁에는 자신의 친구인 마르탱 부이그(부이그 텔레콤의 CEO)의 채널인 TF1의 저녁뉴스에 등장했다. 자신의 유죄 판결이 사법 권력의 ‘불의’ 때문임을 강조하기 위해 미디어를 통한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 매체들은 수많은 네티즌과 언론인의 비난에 직면해야만 했다. 이러한 행위를 권언유착을 통한 여론 조작 시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르코지와 그의 친구들의 행태는 뜻밖에도 독립 언론, 메디아파르트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다. 특히 오래전부터 사르코지의 수많은 비리를 파헤쳐온 메디아파르트의 정치 탐사보도 전문 기자, 파브리스 아르피가 어떤 얘기를 들려줄 것인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됐다. 

예상대로 그는 다양한 언론 매체를 통해 사르코지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동시에 탐사보도 기자로서 보여준 집념과 끈기, 자신의 작업을 대중에게 설명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수많은 프랑스 독자들로부터 ‘이 시대 최고의 저널리스트’라는 수식어를 이끌어내고 있다. 

▲메디아파르트. ⓒ정철운 기자 
▲메디아파르트. ⓒ정철운 기자 

이처럼 뛰어난 구성원들 덕분일까. 메디아파르트의 구독자 수는 지난 해 말 20만 명을 넘어섰다. 2019년 기준으로 메디아파르트의 디지털 유료구독자 순위는 스포츠 일간지 ‘레큅’, 대표적인 정론지 ‘르몽드’ 에 이어 세 번째를 기록했다. 거대 일간지들에 비해 훨씬 작은 규모의 인터넷 신문이 ‘믿고 보는 매체’라는 평판을 얻으면서 명실공히 프랑스 최고의 독립 언론으로 우뚝 선 것이다.  

이미 한국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메디아파르트는 광고를 배제하고 독자의 구독료를 재원으로 하는 매체로 세계 유수 언론사들에게조차 본받을만한 언론 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변화를 선도하는 이 매체는 2018년 이후, 남녀 동수의 비율로 종사자를 구성했으며, 여성과 남성, 각각 두 명의 편집국장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편집국 내부에서부터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이 매체는 또한 소속 저널리스트들에게 최대한 자유롭고 독립적인 취재를 허용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어떤 주제, 어떤 취재 방식을 선택할 것인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등 저널리즘 윤리에 기반해 자신들의 작업을 실천하기 위해 구성원들끼리 많은 대화를 나눈다. 이런 문화는 다양한 관점에서 사안을 들여다봄으로써 세상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보다 성숙한 토론으로 이끄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메디아파르트를 창간한 에드위 플레넬. ⓒ정철운 기자 
▲메디아파르트를 창간한 에드위 플레넬. ⓒ정철운 기자 

저널리스트 선발 기준 역시 여타 매체와는 다르다. 창간자인 에드위 플레넬에 따르면, 이 매체는 전통적인 프로필을 거부하고, 거대한 벽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시대를 앞서가는 도전적인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직업적 저널리스트의 능력뿐 아니라 일반적인 사고와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담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뉴스는 무료라는 인식이 지배하던 시절, 언론이 광고수익에 기대면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고, 그런 언론은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과감하게 유료를 선언하면서 등장한 메디아파르트의 성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플레넬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확실한 보장이 있었더라면 우리는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시도가 의미 있는 것은 우리가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저널리즘 신뢰의 위기에 맞서 끊임없이 투쟁했다는 데 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가치 있는 것을 얻을 수 없다. 저널리즘도 마찬가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