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다음에 ‘여기자’를 검색했다. 관련 단어에 ‘kbs 여기자’, ‘연예부 여기자’, ‘서울의 소리 여기자’, ‘미국 여기자’, ‘여기자협회’, ‘jtbc 여기자’ 등이 떴다. 심지어 ‘여기자 미모’도 관련 단어로 등장했다. 바로 밑에는 여성 기자들의 얼굴과 이름이 검색 인기순으로 떴다. 

이번엔 ‘남기자’라고 검색해봤다. 관련 단어에 ‘남기자의 체헐리즘’ 하나가 떴다. 남기자의 체헐리즘은 남형도라는 기자가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쓰는 연재기사를 말한다. 그 밑에는 블로그와 뉴스 등이 이어졌는데 해당 게시글들은 ‘추억을 남기자’ ‘기록을 남기자’ ‘댓글을 남기자’ 등의 표현 때문에 ‘남기자’ 검색결과에 나타났다. 

▲ 포털 다음에서 '여기자'를 검색한 결과
▲ 포털 다음에서 '여기자'를 검색한 결과
▲ 포털 다음에서 '남기자' 검색 결과
▲ 포털 다음에서 '남기자' 검색 결과

 

이처럼 여기자가 여성기자의 준말인 것과 달리 남기자는 남성기자의 준말로 주로 쓰이지 않았다. 

남성은 곧 인간일반으로 분류하지만 여성은 남성 혹은 인간일반과는 별도의 존재라는 시각이 반영된 사례다. 남성은 ‘둘 이상의 성 중에서 하나의 성’이 아니라 성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이에 남성은 남성임을 따로 표기하지 않지만 여성은 여성이라는 사실을 표기하는 버릇이 있다. 기자는 그냥 기자여야 하지만 여성기자와 남성기자는 이처럼 다르다. 

포털 다음에서 ‘여검사’를 검색하면 ‘여성검사’를 뜻하는 다양한 검색어가 등장한다. 이어 여성검사의 얼굴 사진과 이름이 쭉 게시된다. 여성은 기자이거나 검사이기 이전에 그 외모를 확인받아야 하는 존재여서일까. 반면 ‘남검사’를 검색하면 관련 검색어나 얼굴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 포털 다음에서 '여검사' 검색한 결과
▲ 포털 다음에서 '여검사' 검색한 결과

 

‘여사원’과 ‘남사원’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첫 화면도 달랐다. ‘여사원’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여성사원을 뜻하는 단어들이 나오고 여성 관련 이미지가 뜨는데 다소 선정적인 사진이 포함돼 있다. ‘남사원’을 검색하면 ‘남사원’을 상호로 하는 주유소 관련 정보가 나올 뿐 남성회사원 정보나 관련 이미지는 나오지 않았다. 

▲ 포털 다음에서 '여사원'을 검색한 결과
▲ 포털 다음에서 '여사원'을 검색한 결과
▲ 포털 다음에서 '남사원'을 검색한 결과
▲ 포털 다음에서 '남사원'을 검색한 결과

‘여직원’, ‘여의사’, ‘여교수’ 등 여성을 특정하는 표현을 쓰지 말자는 지적이 나온지 오래됐다. 성별이 주요 쟁점이 아닌 상황에선 성별을 밝히지 말자는 주장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미디어오늘은 2015년부터 부정적인 사건에서 여성을 특정하는 방식을 지적했다. ‘캣맘’, ‘트렁크녀’ 등 여성을 특정하거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특정하는 명명방식 등을 예시로 들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기사에서 남성과 여성을 표기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관련기사 : 염산남은 없는데 염산녀는 있다?]
[관련기사 : 연합뉴스의 성별 표기방식이 달라졌다]

사건 초기 ‘나영이 사건’으로 알려졌던 사건이 이제는 ‘조두순 사건’으로 불리는 등 한국 사회에도 변화가 있었다. 가해자 이름을 부각하고 불필요한 경우 성별을 넣어 이름짓는 현상도 많이 줄었다. 지난 2018년 연합뉴스가 성별 표기방식을 남성과 여성을 똑같이 바꾸기도 했다. 

그럼에도 성차별 표현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2조(유흥종사자의 범위)를 보면 ‘유흥종사자’란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접객원을 가리킨다. 

법원에서 접대부를 고용할 수 없는 단란주점 사업자가 호스트바를 운영해도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남성이 여성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불러 접객행위를 하는 건 풍기문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이명박 정권 당시 남성은 접대부가 되지 않는다는 해당 시행령 조항은 논란이 됐다. 하지만 다수 국무위원들은 유흥종사자를 ‘부녀자’로 제한한 해당 시행령을 개정할 경우 호스트바 양성화 우려가 있다며 개정안을 통과하지 않았다. 

▲ 법규정 탓에 여전히 '접대부'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 법규정 탓인지 정치권과 언론보도에선 여전히 '접대부'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접대부’라는 표현도 생각해봐야 한다. 위 규정과 달리 음악산업법 제22조나 영화비디오법 제62조에는 접대부에 대해 ‘남녀를 불문한다’고 했다. 접대부(接待婦)는 ‘부녀자(婦女子)’처럼 며느리부(婦)를 사용한 단어다. 당초 접객업무를 여성이 담당한다는 편견에서 만든 용어라는 뜻이다. 

지난 2018년 법률방송 관련 보도를 보면 국립국어원이 접대부 대신 ‘접객인’이나 ‘접객원’이라는 순화표현을 제시했지만 현실에선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법에서 이렇게 규정한 탓인지 정치인 발언이나 언론보도에서도 ‘접대부’란 말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처럼 법에서 접대부를 ‘부녀자’ 즉 여성으로만 규정한 것은 차별이다. 유흥종사자를 부녀자로 규정한 부분을 사람으로 고치자는 의견부터 유흥종사자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아직 해당 규정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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