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허위정보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가운데 각국 정부는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베트남, 러시아에선 코로나19를 지렛대 삼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럽에서는 ‘사실 전달’에 주력하는 국가가 많았다. 미국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사업자의 자율규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작동했다.

필리핀·러시아 등 독재국가 ‘처벌법’ 도입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2월 국제언론인협회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17개국에서 허위정보를 처벌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러시아, 헝가리, 볼리비아, 루마니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베트남,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는 실제로 허위정보의 홍수를 일으켰다. 하지만 이는 이집트와 같은 국가에게 허위정보의 유포를 제한한다는 구실로 정부에 대한 비판을 단속했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블라디미르 푸틴, 두테르테 등 독재자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들이 주도하고 있고,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와 같은 다른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따라오고 있다”고 했다. 

▲ 코로나19 허위정보를 구실로 허위정보 규제를 도입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iStock
▲ 코로나19 허위정보를 구실로 허위정보 규제를 도입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iStock

2020년 3월 러시아는 코로나19 등 공공 안전에 대한 고의적인 허위정보를 유포하면 한화 1억5000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게 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한 프리랜서 기자는 2020년 12월 러시아 병원의 인공호흡기 부족 문제와 의료진이 겪는 어려움을 익명으로 보도했다가 벌금을 부과 받았다.

미국에 본부를 둔 언론인 권익보호 비영리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특별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시민 소요 사태와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보도를 탄압하면서 많은 언론인이 수감됐다”고 밝혔다. 중국, 터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가 언론인을 가장 많이 투옥한 국가로 꼽혔다. 사이먼 언론인보호위 상무이사는 “세계적 유행병 와중에 수감된 기자들의 기록적 수치를 보는 것은 충격적이고 끔찍하다”며 “이 억압의 물결은 정보의 흐름을 혼란시키고 인포데믹(정보 전염병)에 기름을 붓는 일종의 검열”이라고 지적했다. 

허위정보 규제가 악용되는 사례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있었다. 국회 입법조사처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0월 발효된 싱가포르의 ‘허위조작법’ 도입 이후 한 달 간 적용된 4건 모두 야당 및 반정부 인사의 SNS 게시글이었다. 

▲ 언론인보호위원회(CPJ) 웹사이트 갈무리.
▲ 언론인보호위원회(CPJ) 웹사이트 갈무리.

유럽 다수 ‘적극적인 사실관계 전달’ 주력

유럽에서는 ‘규제’보다는 적극적인 ‘정보 전달’에 주력했다.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가 발표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유럽 각국의 통신 관련 대응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크로아티아, 체코, 아일랜드, 리투아니아, 포르투갈, 세르비아 등 국가는 ‘5G 기지국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킨다’는 등의 음모론에 대해 사실관계를 전하는 입장을 내거나 허위정보 대응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각국의 사례를 보면 스페인은 보건부 차원에서 코로나19 관련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운영했다. 리투아니아는 5G 음모론 허위정보를 바로잡기 위한 입장 자료를 냈다. 체코의 경우 허위정보를 신고하는 이메일 계정을 개설했고, 크로아티아는 5G 기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는 웹 페이지를 개설했다.

스페인, 이탈리아에선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팩트체크가 이어졌다. 스페인에선 의사들이 운영하는 ‘ICONEM’에 팩트체크 서비스를 개설했다. 이탈리아의 통신규제기구 AGCOM은 주요 팩트체크 기관이 페이스북, 구글, 틱톡 등 사업자들과 함께 허위정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모범 사례를 공유했다. 이탈리아 팩트체크 기관과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메신저 왓츠앱에서 유포되는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표현물을 규제하는 방식은 많지 않았는데 루마니아 등 일부 국가에서 강경 대응이 이뤄지도 했다. 루마니아는 2020년 3월 코로나19 전담 기구를 통해 허위정보를 올리고 공포를 조장하는 게시글을 생산한 웹사이트를 폐쇄했다. 코로나19 이전 독일은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 사업자를 겨냥해 불법 정보 삭제를 강제하는 네트워크집행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 계정 차단 등 ‘사업자’ 적극 대응

자율규제 국가인 미국에선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인터넷 사업자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됐다.

특히 코로나19 허위정보에 이어 미국 대선 음모론까지 급속도로 퍼졌고, 초유의 의사당 점거 사태까지 일어나면서 인터넷 사업자들은 적극 대응에 나섰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은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페이지를 개설하고 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와 음모론을 제기하는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노출량을 줄였다. 지난해 트위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상황이 독감에 비해 심각하지 않다고 발언하자 ‘게시물 공개 제한’ 제재를 한 대목은 상징적이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대주에게 코로나19에 관한 해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제재 이유를 밝혔다.

▲ 영구정지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 영구정지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의사당 점거 사태 이후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가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중단시키고, 구글과 애플은 극우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 ‘팔러’를 앱 마켓에서 퇴출하기도 했다.

향후 미국에서는 ‘통신품위유지법 230조’ 개정을 통해 사업자에 법적 책무를 강제할 가능성이 있다. 해당 조항은 유튜브, 페이스북 등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가 해당 서비스 내의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지난해 12월 ‘바이든 당선의 파급효과와 ICT 정책 방향’ 보고서를 내고 “바이든 정부에서 SNS 등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피드하는 플랫폼의 (사실을 검증하는) 게이트 키퍼 역할에 대한 책임성 논의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기간 페이스북이 해당 조항을 이용, 부정선거 의혹 등 가짜뉴스 확산을 방조했다며 해당 조항 개정을 적극 공언”했다고 했다.

한국은?

한국 정부의 대응은 복합적이다. 우선, 유럽과 마찬가지로 ‘정보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등을 통해 입장 자료와 홍보물을 제작하는 식으로 코로나19 허위정보 및 음모론에 대응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민간 팩트체크 서비스 ‘팩트체크넷’ 설립을 주도했고, 방통위 차원에서 백신 관련 허위정보 신고 게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허위정보가 유포되자 청와대는 입장 자료를 내고 사실을 전했다.
▲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허위정보가 유포되자 청와대는 입장 자료를 내고 사실을 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온 제도의 개선을 약속했지만 코로나19 국면을 계기로 표현물 규제를 적극 활용했다.

일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사회 혼란 야기’ 조항을 통해 2020년 코로나19 허위정보 200건에 삭제·차단 시정요구를 결정했다. 200건 가운데는 문재인 대통령 왼손 경례 조작 사진 등 방역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가 아닌 경우가 있어 시민단체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해당 조항으로 세월호 참사 관련 정보 378건에 시정요구를 결정한 바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당은 ‘언론개혁 6법’ 등 언론 및 표현물 규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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