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자녀가 어린이집 버스 타는 모습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어린이집의 명칭이 여과없이 노출됐다. B씨는 자녀의 출생카드가 담긴 아기 사진을 카카오톡 프로필 이미지로 썼다. 출생카드에는 아동의 성별과 생년월일, 보호자 성명, 병원 이름이 포함돼 있다.

어린 자녀 사진을 카카오톡 프로필로 쓰거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공간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행위를 공유(Share)와 양육(Parenting)을 합친 ‘셰어런팅’이라고 부른다. 셰어런팅이 일상이 되면서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달 9일~16일 동안 0~11세 자녀를 둔 부모 중 3개월 이내에 SNS에 콘텐츠를 올린 경험이 있는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4%가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주기적으로 SNS에 게시한다고 응답했다.

▲ 세이브더칠드런 캠페인 영상.
▲ 세이브더칠드런 캠페인 영상.

이 가운데 42.7%의 부모가 일주일에 1회 이상 자녀 사진 등을 게시했다. ‘자녀의 성장 기록’(63.9%)을 위해 게시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자녀의 귀여운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서’(24.6%), ‘자녀의 근황을 친인척에게 알리기 위해’(10.6%) 게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들 부모 가운데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 글 등을 게재할 때 자녀에게 이해를 구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4.6%에 그쳤다.

자녀의 정보가 담긴 SNS 게시물의 공개 범위를 묻자 비공개로 설정하는 경우는 3.8%에 불과했다. 35.8%가 전체 공개로 설정했다고 응답했으며, 친구 공개를 하는 경우는 47%, 선택한 일부 사람만 공개하는 경우는 12.4%로 나타났다. 

자녀의 연령이 0~2세일 경우 42.8%가 게시물을 전체 공개로 설정해 다른 연령대 아동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들 부모 가운데 사진이나 영상이 무단으로 사용될 것을 걱정한다는 응답은 66.7%에 달했다. 자녀의 개인정보 노출을 걱정한다는 응답은 66%였다. 13.2%는 개인정보 도용(3.3%), 불쾌한 댓글(4.3%) 등 실제 부정적인 경험을 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셰어런팅 다시보기 프로젝트’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 세이브더칠드런 '가이드라인'.
▲ 세이브더칠드런 '가이드라인'.

캠페인은 부모가 세이브더칠드런이 제작한 가이드라인을 읽은 다음 ‘서명하기’를 클릭하면 ‘준수 서명 캠페인 참여확인증’을 받는 식이다. 자세한 내용은 sharenting.sc.or.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은 △ 아이의 미래에 대해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하기 △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싫다’고 말할 기회 주기 △ SNS 기업이 개인정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확인하기 △ 아이의 개인정보가 새고 있지 않은지 주기적으로 검색하기 △ 올린 게시물은 주기적으로 삭제하기 △ 아이가 자주 가는 곳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하기 등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무심코 올린 자녀의 사진에 아이의 이름, 성별, 나이, 보호자 이름, 교육정보 등이 포함됨으로써 아동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다국적 금융서비스 기업인 바클레이즈(Barclays PLC)는 2030년 성인이 될 현재의 아동에게 일어날 신분 도용의 3분의 2는 ‘셰어런팅’에 의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럽에서는 셰어런팅이 법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아동청소년과 미디어포럼’에서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8년 1월 로마 민사 법원은 어머니에게 페이스북에 올린 아이들의 사진을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프랑스에서는 성인이 된 아동이 자신의 이미지와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하면 부모에게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유럽은 개정된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에 따라 미성년자들이 디지털 개인정보를 삭제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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