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 1월27일 이사회에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인상하는 ‘수신료 현실화’안을 상정한 가운데 수신료 관련 연구도 활발하다. 지난달 26일 미디어미래연구소(소장 김국진)는 ‘스위스 수신료 생태계 다이나믹스’ 리포트를 발간했다.

수신료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해외사례는 영국(BBC)이다. 이번 미디어미래연구소는 가장 높은 수신료를 내는 스위스 사례를 조명했다. 스위스는 높은 수신료 때문에 수신료를 낼 것인지 국민투표까지 벌어졌다.

스위스 수신료는 라디오와 TV를 모두 수신할 시 연 55만원(2019년 기준)에 달했다. 2021년 기준으로 스위스 수신료는 연 41만원 정도다. 한국의 경우 월 2500으로 연 3만원이다.

▲SRG의 홈페이지 화면.
▲SRG의 홈페이지 화면.

스위스는 4개의 공식언어를 사용하고 공영방송 역시 4개 방송국으로 분화돼 있다. 스위스 공영방송 SRG(Schweizer Radio und Fernsehen) 산하에 독일어 방송을 하는 SRF, 프랑스어 방송을 하는 RTS, 이탈리어 방송을 하는 RSI, 로망슈어 방송을 하는 RTR이 있다.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장은 “인구 870만명 수준인 스위스가 4개 국어 방송을 하는 이유는 1차적으로는 연방 국가로서 지역을 존중하며, 다원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지만 실제는 인접하고 있는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인구를 의식한 것”이라며 “국가 정체성 수준의 문제를 넘어 높은 시장 경쟁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위스에서는 50만원이 넘는 수신료 때문에 ‘수신료 거부 운동’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났다. ‘No Billag’이라는 이름의 수신료 거부 운동이었다. Billag은 공영방송으로부터 수신료 징수 업무를 맡은 곳이다. 스위스는 수신료 찬반 이슈를 국민투표에 부치게 된다.

▲2017년 4월 방영된 JTBC의 '비정상회담' 가운데 스위스의 수신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 사진출처=JTBC 비정상회담 유튜브 갈무리.
▲2017년 4월 방영된 JTBC의 '비정상회담' 가운데 스위스의 수신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 사진출처=JTBC 비정상회담 유튜브 갈무리.

스위스 행정부는 당시 국민투표를 실행하기 전 미디어 다원주의에 대한 타격과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스위스에선 많은 프로그램이 광고나 스폰서십만으로 재정 조달이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감안해 수신료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8년 3월4일 수신료 폐지에 관한 국민 투표가 실시됐다. 국민 72%가 ‘수신료 폐지’를 반대했다. 50만원이 넘는 수신료를 내면서도 수신료를 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미래미디어연구소는 리포트에서 “이 투표에서 중요하게 작동한 것은 SRG(공영방송) 외에도 수신료 혜택을 받는 방송사업자가 많았던 점”이라며 “스위스 수신료는 SRG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고 수신료 수혜를 받아 온 모든 사업자와 시민들 성과”라고 분석했다. 스위스에서는 4개 공영방송 외에도 60여개 민영 로컬 TV와 로컬 라디오가 수신료 일부를 받아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후 2019년부터 수신료 징수기관이 Billag에서 SERAFE AG로 바뀌었다. 단말기 숫자에 상관없이 일반세금으로 전환돼 모든 가구가 부과하게 됐다. 투표 이후 스위스 수신료는 연 55만원에서 41만원 수준으로 점차 하락했다. 2019년 6월3일자로 지상파 디지털방송도 종료해 SRG 모든 TV 채널은 디지털 유료 방송에 의해 수신된다.

SRG 측은 2019년~2024년 5개년 계획에서 △운영예산 1억 CHF(약 1225억원) 절감 △저녁시간 영화에 광고, 온라인 광고 금지 △민영방송 지원 확대 등을 내걸었다.

김국진 소장은 “스위스 SRG가 수신료와 관련해서 1억 CHF 절감 조치를 선언하고, 수신료를 인하하기 시작했으며 비용 절약 차원에서 디지털 송출 수신을 포기한 것은 국민투표를 통한 강력한 소통 결과”라며 “한국도 수신료 사안을 피할 것이 아니다. 국민들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신료 생태계는 단지 하나의 사업자만의 것이 아니다. 다양한 사업자의 것일 필요가 있다. 다양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지향하는 헌법적 가치가 작동해야 한다”며 “스위스에서는 TV 수신료에 대한 기업들의 지불을 요구하는 것이 단지 TV 신호를 수신하느냐 여부가 아니다. 미디어에 대한 제도·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정과 이에 대한 기여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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