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양구(45) TBS 과학전문기자는 2005년 인터넷매체 프레시안 기자로 ‘황우석 신화’에 맞섰다. 그의 황우석 보도는 우리사회에 전문기자가 왜 필요한지 그 이유를 보여줬다. 황우석 지지자를 포함한 다수는 그를 ‘개양구’라고 위협했다. 3년차 기자였던 그는 염산 테러를 당할까 골목길을 피해 다녔다. 대중과 타협할 생각이 별로 없는 ‘까칠한 기자’다. 진보 인사들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맹목적으로’ 지지할 때 그는 ‘조국 수호’로 나타난 정치팬덤 현상을 비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상수역 인근 청년의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줄곧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당장이라도 임시회의를 개최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65세 이상 접종 보류 결정을 번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왔다. 과학전문기자는 코로나19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전망하는지 궁금했다.

▲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가 지난 2월26일 오후 서울 상수역 인근 청년의사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가 지난 2월26일 오후 서울 상수역 인근 청년의사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2월26일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어떻게 지켜보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건 굉장히 고무적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초기만 해도 1년도 지나지 않아 3상 임상시험 결과를 얻고 이에 근거해 백신 접종이 시작되리라고 예측한 전문가는 없었다. 낙관적이었던 전문가들도 빨라야 올해 하반기에나 백신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기적적인 일이다. 지난해 12월 영국, 미국에서 접종이 시작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접종이 시작된 건 분명 반가워야 할 일이다.”

- 강양구 기자는 만 65세 이상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AZ백신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

“보통 어떤 백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두 측면에서 제기된다. 하나는 안전성이다. 또 하나는 효과다. 두 가지는 별개 문제다. 많은 언론이 AZ백신에 문제가 있다고 뭉뚱그려 이야기하고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다보니 시민들이 혼란을 겪는다. 팩트만 이야기하면 안전성 면에서 AZ는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가장 나은 편이다. 몇 만 명 수준의 임상시험에서도 특별히 문제 될 만한 게 없었다. 더구나 지난 1월4일부터 영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백만 명 이상이 AZ백신을 대량 접종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백신 부작용 사례 보고를 분석해 공개하고 있다. AZ백신도 경미한 부작용은 있다. 주사 맞은 부위가 쑤신다던가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의 반응이 그것이다. 대부분 하루 정도 지나면 낫는 증상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몸이 면역 반응을 일으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면역 반응이 있어서 진짜 바이러스가 우리 몸을 공격했을 때 이겨낼 수 있다. AZ백신 접종 후 사망하거나 중증 장애를 일으킨다거나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일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일단 안전성 면에서 AZ백신은 검증 단계를 뛰어넘은 안전한 백신이다.”

- 화이자와 비교하면 어떤가?

“화이자 백신도 안전하다. 화이자 백신은 경증 부작용의 경우 AZ와 비슷한 수준이다. 중증 부작용이라고 볼 만한 것이 있긴 있다. 10만명 중 2~3명꼴로 아나필락시스라는 알레르기 쇼크 반응이 나타난다. 그러나 그 사실을 전문가들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영국에선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에 대해 화이자 백신 접종을 못하게 하고 있다. 알레르기 쇼크 반응이 나타나면 에피네프린 같은 약을 처방해 위태로운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화이자와 AZ 중 굳이 안전한 백신을 따지면 AZ백신이다. AZ백신 안전성을 문제 삼는 건 ‘가짜뉴스’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 AZ백신은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고령자 접종이 제외된 상황이다.

“AZ백신에 대한 국내 허가 과정에 전문가 사이 설왕설래가 있던 이유 가운데 하나다. 동의하지는 않는다. 단적으로 65세 미만과 그 이상 사이에 결정적인 신체적 차이가 있나? 65세는 사회적으로 은퇴연령일 뿐이다. 65세 이후 70대, 80대 이렇게 나이가 들면서 점진적으로 노화가 진행될 뿐이지 면역 반응에서 65세를 기점으로 결정적 차이는 없다. 실제 백신의 면역 효과에 대한 그간의 연구 성과도 이런 견해를 지지한다. 64세에게 효과가 있었던 백신은 70대, 80대 노인 몸에서도 효과가 있다. 몸속 면역 반응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바로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백신 전문가 다수가 AZ백신의 65세 이상 접종을 주장했고, 그 결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65세 이상 접종이 가능하도록 허가를 내줬다.

그런데 질병관리청과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이를 틀어버렸다. 예방접종전문위는 ‘안전성과 효과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고령층에 대한 백신 효능 논란이 국민과 의료인의 백신 수용성을 떨어뜨려 접종률을 저하시킬 수 있다’면서 AZ백신의 65세 이상 접종을 보류했다. 빨리 번복되지 않는다면 이 결정은 ‘결정적 오판’으로 기록될 것이다. 백신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빨리 접종할수록 좋다. 특히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먼저 접종해야 한다. AZ백신을 원래 계획대로 65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빠른 속도로 접종한다면, 고령자 접종이 끝나는 올해 4~5월 무렵에는 노인요양보호 시설 집단감염이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이다. 설사 노인요양보호 시설에서 확진자가 나온대도 중증이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굉장히 줄어들 것이다.”

- 어떤 근거로 그렇게 판단하나?

“젊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중증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굉장히 적다. 그에 반해 70대 같은 경우는 10명 중 1명, 80대는 5명 중 1명이 사망한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지금 거리두기도 하고, 업장 문도 닫고 영업시간 단축도 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70~80대 이상이 백신을 통해 보호된다면, 즉 중증 환자 숫자가 줄어든다면 우리가 앞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할 때 여러 옵션을 고려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별로 무섭지 않은 감염병’이 된다.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영국이나 이스라엘, 나아가 미국 같은 나라는 5~6월이 되면, 조심스럽게 일상으로의 복귀를 시도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들과 비교하면 한두 달 시간을 까먹고 있는 모양새다. 되도록 빨리 (65세 이상 고령자에게도) 접종해야 하는 이유다.

예방접종전문위가 AZ백신의 65세 이상 접종을 보류하면서, 3월 말이나 4월 초에 나올 미국의 3상 임상시험 데이터나 실제 접종을 진행하는 영국 데이터가 확보될 경우 다시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 데이터가 영국에서 실제로 나왔다. 지난해 12월8일부터 올해 2월15일까지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는 백신 접종 대상자 540만명 가운데 114만명이 백신을 접종했다. 114만명 가운데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은 65만명, AZ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49만명 규모였다. 70대 이상 즉 나이가 많을수록 AZ 접종을 더 많이 했다.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AZ백신을 1회 접종했을 시 입원율이 94% 떨어졌다. 화이자 백신을 1회 접종하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때는 85% 떨어졌다. 두 백신 모두 효과가 좋았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AZ백신이 화이자 백신보다 효과가 좋다고 나왔다. 제약 조건도 많고 수만 명 수준을 상대로 진행한 임상시험보다 수십만 명 수준의 건강한 시민을 상대로 진행한 실제 접종 과정에서 나온 데이터다. 지금이라도 당장 질병관리청이 예방접종 전문위원회를 다시 소집해 65세 이상에게도 빨리 AZ백신 접종을 허용하도록 다시 판단해야 한다.”

▲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가 지난 2월26일 오후 서울 상수역 인근 청년의사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가 지난 2월26일 오후 서울 상수역 인근 청년의사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AZ백신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화이자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정부를 비판한다.

“정부가 전략적으로 AZ백신뿐 아니라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확보에도 신경을 더 썼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AZ백신보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에 주력했던 일본이나 유럽 국가 사정을 보면 도긴개긴이다. 전 세계적으로 화이자·모더나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일본,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유럽 국가 모두 백신 접종이 늦어지고 있다. 뒤늦게 AZ백신 확보를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한때 AZ백신을 폄훼하면서 65세 이상 또는 50세 이상에게 접종을 보류했던 유럽 국가, 예를 들어 독일이나 프랑스 태도가 단적인 예다. 프랑스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AZ백신이 효과가 있다’며 ‘자신도 맞겠다’고 공언하더니 65세 이상 접종을 허가했다. 독일도 예방접종을 책임지는 예방접종위원회 위원장이 ‘AZ백신 안전성이나 효과성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며 접종 보류 결정이 오판이었다고 인정하면서 65세 이상 접종을 허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급한 것이다.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만으로는 예방접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이 상황을 염두에 두면 지금 화이자냐 AZ백신이냐,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둘 다 안전하고 효과도 좋은 백신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백신은 지금 우리 손에 쥔 백신이다. AZ백신은 모더나, 화이자 백신보다 대량생산에 용이하다. AZ백신의 경우 경북 안동에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위탁 생산공장(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도 있다. 이번 1차 AZ백신도 안동 공장에서 생산한 걸 국내 출하해 확보한 것이다. 이 물량이 1000만명 분까지는 약속돼 있다. 최소 상반기에는 AZ백신이 현실적 대안이다.”

-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수도권) 방침은 불가피하다고 보나?

“불가피하다. 바이러스는 정직하다. ‘조이면 확진자가 줄고 풀면 늘어난다.’ 이동량과 접촉량이 늘어나면 확진자가 늘어난다. 이동량과 접촉량이 줄어들면 확진자가 줄어든다. 1년간 이런 공식 같은 패턴을 확인했다. 현재 확진자 수가 300~400명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인데, 현재 거리두기를 풀게 되면 3월에 확진자 수가 치솟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백신 접종 국면에서 방역에 대한 압박이 생기게 된다. 바이러스 밀도를 더 낮추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지금 상황을 방어하려면 지금 수준의 거리두기는 불가피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AZ백신의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이는 것이다. 만에 하나 3~4월 다시 큰 유행이 온다면 가장 위험한 곳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노인요양보호 시설이다. 65세 이상 고령자를 백신으로 보호할 수 있다면 이런 유행을 극복하기 훨씬 더 수월할 것이다. 더 나아가 백신의 고령자 보호 효과가 어느 정도 확인이 된다면, 조심스럽게 거리두기 완화도 고민해볼 수 있다.”

- 언론이 ‘백신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의도적으로 AZ백신 안전성과 효과성에 흠집을 내려는 보도가 많다. 백신 국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파나 세력이 있다. 공동체 이익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정부의 백신 접종 정책이나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만 바라는 정파나 세력이 있다. 그들과 함께 움직이는 언론이 분명히 있다. 그런 언론을 중심으로 과학적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AZ백신 흠집내기’가 계속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다. 지금 우리 손에 쥐고 있는 백신은 AZ백신뿐이다. 그런 비정상적 여론 압박이 65세 이상에게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불러왔다.

이뿐만 아니다. 변이바이러스 관련 기사도 ‘공포 조장’에 목적이 있는 듯하다. 어제(2월25일) 기준으로 우리나라 변이바이러스 환자는 142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확진 환자 규모에서 142명은 매우 작은 숫자다. 더구나 이들 변이바이러스 환자 가운데 대부분은 영국발 변이바이러스 환자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AZ, 화이자, 모더나 백신 모두 영국발 변이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반면, 언론에서 굉장히 많이 보도하는 남아공발 변이바이러스는 우리나라 전체 변이바이러스 가운데 숫자도 제일 적고, 국내에서 유행을 주도하는 변이바이러스가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런데 언론은 AZ백신이 남아공발 변이바이러스에 효과가 떨어진다면서 마치 ‘이 백신을 접종해도 의미가 없다’는 식의 분위기를 부추긴다.

단언컨대 AZ백신 포함해 국내에 들어올 예정인 모든 백신이 국내 유행 상황을 잡는 데는 도움이 된다. 더구나 백신의 면역 효과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어떤 영향을 줄지 여전히 연구 중인 내용이 많다. 백신이 변이바이러스 방어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쌓이고 있다. 우리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니 지금 변이바이러스 보도를 하는 일은 ‘공포 조장’ 외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변이바이러스를 고민해야 할 사람은 전문가와 여러 나라의 방역 당국과 백신 회사지 일반 시민이 아니다.”

- K-방역은 성공했다고 평가하나?

“방역은 비교적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걸 부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두 가지 아쉬운 대목이 있다. 첫 번째는 지난해 4월 말이다. 4월30일 0시 기준 국내 확진자가 0명이었다. 그즈음 국내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당시 거리두기를 2주 정도 더 이어가면서 후속 상황을 보자고 이야기했다. 쐐기를 박고 싶었던 것이다. 줄어든 확진 환자 숫자, 지역사회에서 감소한 바이러스 밀도를 더 낮추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4월 말~5월 초 연휴가 있었기 때문에 연휴 효과까지 염두에 두고 5월 중순까지는 거리두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었다. 정세균 총리는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5월6일부터 ‘생활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거리두기가 완화됐고 그전 연휴 때부터 클럽과 유흥업소 등의 영업 제한을 풀었다. 그러다가 연휴가 끝나자마자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시작한 유행이 쿠팡 물류센터 등으로 이어졌고, 긴 여름철 장마와 맞물리며 결국 8월 2차 여름유행으로 확산됐다.”

- 지난해 4월이 중요했던 과학적 이유가 있나?

“지난해 4월까지 유행했던 바이러스 변이형과 그 이후가 다르다. 4월 말까지 국내 확진자들이 갖고 있던 바이러스 변이형은 S형과 V형이다. 5월부터 GH형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변이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유행하던 바이러스가 5월부터 유행을 주도한 것이다. 지난해 2~4월 국내 유행을 주도했던 S·V형 바이러스는 거리두기를 통해 거의 제압이 됐다. 4월부터 GH형이 조금씩 우리나라에 유입되고 있었지만 거리두기가 5월 중순까지 지속됐다면 그 GH형도 새로운 숙주를 찾지 못해 S형, V형처럼 제압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 시나리오대로였다면 지난해 5월 후에는 대만이나 뉴질랜드처럼 됐을 것이다. 입국자 관리를 엄격하게 한다는 전제로, 최소한의 방역 조치는 하되 일상생활은 큰 문제 없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잠깐 한눈을 판 덕분에, 아니 2주를 못 참은 덕분에 5월 초부터 새로운 유행을 주도한 GH형이 지금까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가장 아쉬운 순간이 그 순간이다. 돌이켜보면 지금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일상생활 제약과 거리두기 고통은 지난해 2~3월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 정부가 병상 확보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두 번째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해 봄 여름 유행을 거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 환자들이 겨울에 더 많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부는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지난해 11~12월 확진 환자가 많이 생겼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서 사망하신 분들이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조언했던 대로, 정부에 건의했던 대로, 중환자 병상을 충분히 확보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아쉬움이 생긴다. 그래서 더 강박적으로 AZ백신을 65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접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가 현재 백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65세 이상에 대한) 백신 접종을 늦게 해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집단감염과 희생자가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내년 이맘때 올해를 돌이켜보며 ‘그때 왜 그런 결정(65세 이상 AZ백신 접종 보류)을 내려 살릴 수 있던 생명을 살리지 못했을까’라고 뒤늦게 후회할 수 있다.”

▲ TBS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사진=TBS
▲ TBS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사진=TBS

강양구 기자는 지난해 6월부터 TBS 과학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조국백서’ 후원회장인 김어준씨는 TBS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다. 강 기자는 ‘조국흑서’라고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공저자다. 강 기자는 문재인 정부에 쓴소리 날리기를 지금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 TBS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작년 6월25일 TBS에 과학전문기자로 입사했다. 몇 가지 맡은 롤이 있다. 현재 가장 중요한 일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관한 팩트체크와 논평 등 코로나19 정보를 시민에게 알리는 일이다. 이를테면 매일 오전 10시50분부터 11시30분까지 코로나19 특별 방송에 출연해 매일 상황을 정리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TBS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정치다. 하지만 그렇게 정치 콘텐츠에 몰입하는 것만으로는 확장성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내부적으로 정치 콘텐츠 외에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이 많다. 작년 6월에 입사하자마자 시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과학 콘텐츠를 고민했고, 여러 분들과 함께 노력해서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30분 ‘신박한 벙커’라는 과학지식 예능 프로그램을 6개월째 방송하고 있다.”

- 강양구 기자 출연에 김어준 지지자들 공격도 거셌을 것 같다. 압박이나 스트레스는 없었나?

“지난해 8월 시사 프로그램 ‘킹슈맨’이 TBS TV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첫선을 보였다. 지금은 종영된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그램에 출연해 코로나19 상황 브리핑을 주로 했다. 처음에는 시사 논평에도 참여했는데, 마침 그 시점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출간되던 시점과 겹쳤다. 그런데 그 시간대(오전 9시)에 TBS를 주목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뉴스공장 청취자들이다. 반발이 거셌다. 사실 저보다는 제 존재 자체를 못 견디는 그분들(김어준 지지자들)이 더 힘들어하셨던 것 같다.(웃음) 저를 보는 일을 힘들어하시는 시청자가 너무 많아서, 제작진과 상의해 처음에는 비중을 줄였다. 그러다 나중에 코로나19 특별 방송이 이어지는 시간대에 정규 편성되면서 자연스럽게 하차했다. 뉴스공장 애청자를 비롯한 일부 시청자의 강한 반발 때문이라기보다는 비슷한 시간대의 두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하는 게 최선이 아니라는 판단이 있었다.”

- TBS에서 김어준과 강양구의 공존이 흥미롭긴 하다.

“김어준씨나 뉴스공장이 현재 TBS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다 보니 그 대척점에 선 것 같은 제가 TBS 소속 기자라는 게 뉴스거리가 되는 듯하다. 그런데 저는 TBS 안에서 김어준과 강양구가 함께 공존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TBS는 서울시 재원이 출자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방송사다. 서울시민 가운데는 문재인 정부 지지자도 있고, 문재인 정부 비판자도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좋아하는 분도, 그렇지 않은 분도 있다. 심지어 TBS 구성원 사이에서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논조와 입장에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지만, 저처럼 냉담한 사람도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TBS가 오히려 양쪽에 다 열린 공간이 돼야 하지 않을까? TBS가 특정한 정치 성향 집단에 영향력이 큰 개인, 그 개인에 의존하는 프로그램의 논조나 입장을 일사불란하게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TBS에 대한 심각한 오해다. 김어준씨나 뉴스공장에 대한 팬심만큼이나 자신과 다른 목소리의 공존도 인정해야 한다.”

- 서울시장 야권 후보들은 ‘김어준 퇴출’, ‘TBS 지원 중단’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솔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김어준과 뉴스공장에 비판적인 내가 TBS에 있다고 ‘퇴출’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방향만 반대일 뿐 똑같은 반응이다. 진보 성향 시장이면 TBS가 진보로 움직이고, 보수 성향 시장이면 TBS가 보수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TBS가 서울시민 모두의 것이라는 고민을 하지 않은 것 아닐까? 물론 농담처럼 회사 안팎 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은 있다. ‘아침에 TBS 라디오와 유튜브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나가고 저녁에는 진중권의 돌직구 이런 프로그램이 방송되면 문재인 정부 지지자와 비판자 양쪽을 모두 끌어올 수 있을 텐데.’ TBS 프로그램 출연자의 정치적 스펙트럼을 좌우 양쪽으로 넓히고, 그 결과 한쪽에 치우친 시청자의 좌우 스펙트럼도 넓혀보자는 아이디어를 거칠게 표현한 것이다. 다들 웃기만 하시더라.(웃음) 그런데 나는 이런 모습이 가능하고, 또 가능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의 방송 TBS는 지금보다 훨씬 더 왁자지껄한 플랫폼이 돼야 한다. 다양한 입장과 의견이 공존하고 때로는 서로 부딪치는 곳이라면 그곳에서 나오는 불협화음조차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혹시 과학전문 기자로서의 주된 역할 외에 기획, 편성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바로 그런 부분에 힘을 보태고 싶다.”

- 강 기자는 2005년 프레시안 기자로 황우석 박사 연구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도했고, MBC PD수첩이 사회적 비난에 코너로 몰렸을 때 황우석 논문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황우석 신화’에 맞섰다. 그때와 현재 여론을 비교해보면?

“지금이 훨씬 더 안 좋아졌다. 황우석 사태 때도 대중 반발은 격렬했다. 다만 황우석 박사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자기 의사를 표출할 수 있던 공간은 포털사이트 정도였다. 그때는 지금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없었다. 지금은 특정 집단이 가진 믿음이나 열정을 확대 재생산하는 다양한 장치들이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비슷한 생각의 사람들을 모아주고 왜곡된 지식을 서로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최상의 조건을 제공한다. 황우석 사태 때와 유사한 모습을 2019년 조국 사태 때 생생하게 봤다.”

- 어떤 의미인가?

“조국 사태 이후 양상을 지켜보면서 제 머릿속에 화재경보기가 울렸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계속 진보 쪽에 있는 사람이다. 조국 교수와 그 일가가 받았던 의혹들은 내 입장에선 그 자체로 용인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청와대 핵심 보직(민정수석)을 맡고 있고 공공연하게 차기 대권 주자로도 거론되는 정권 실세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이나 1심 판결로 드러난 자녀들의 부당하고 불법적 스펙 만들기 등이 그랬다. 도덕적으로나 공익적으로나 그가 법무부 장관이라는 중책을 맡는 데에는 여러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도, 그를 비이성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특히 자신을 문재인 정부 지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세상이 더 안 좋은 방향으로 변했구나 싶었다. ‘달걀로 바위치기’가 될지언정 나라도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진중권 선생, 권경애 변호사, 서민 교수, 김경률 회계사 등 비슷한 생각을 하셨던 분들과 인연이 닿았다. 조국 사태가 아니었다면 데면데면했을 사람들이 모여 몇 개월 작업하고 출판하게 된 책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다.”

▲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가 지난 2월26일 오후 서울 상수역 인근 청년의사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가 지난 2월26일 오후 서울 상수역 인근 청년의사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진 않나?

“내가 한 일에 후회하지 않는 편이다. 다만 책이 나온 시점이 공교롭게도 TBS 입사 시점과 맞물렸다. TBS 애청자 특히 ‘뉴스공장’ 애청자 같은 분들이 저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하니까 제가 나가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이나 함께 출연하는 동료에게 덩달아 피해가 가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결과적으로, 불편하게 했으니 애청자와 시청자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있고. 하지만 그렇다고 내 목소리 톤을 낮추거나 의견을 바꿀 생각은 없다.”

- 현재 언론환경은 어떻게 평가하나?

“진보 성향이라고 평가받던 언론사들이 유독 정부를 비판하는 데 있어 부담을 느끼거나 주저하는 모습이 보인다. 과거에는 그런 부담이나 주저가 외부 압력과 압박 때문이었다. 지금은 자발적인 것 같아 오히려 더 걱정이다. 자발적 복종이다. 심지어 그렇게 정부 비판을 주저하는 분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 정부와 함께 더 좋은 세상, 더 좋은 언론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이 정부가 가는 방향이 더 좋은 세상, 더 좋은 언론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다 남는 건 언론과 권력의 유착뿐이다. 언론의 존재 이유, 언론 정체성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상황이 더욱 나쁜 건 ‘구독 경제’에 의존하는 언론사가 갈수록 늘어간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권력 눈치를 보고, 광고를 주는 재벌 눈치를 봤다. 그런데 지금 어떤 언론사는 구독료나 후원금 또는 유튜브 ‘좋아요’의 눈치를 본다. 이들에게 제일 무서운 건 열성 팬이 구독과 후원을 끊는 행위니까. 그러다 보니 독자 즉 팬들이 구독이나 후원을 끊을까봐 그들이 불편한 이야기, 듣기 싫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대신에 팬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라면 사실 왜곡도 서슴지 않는다. 과거와는 다른 눈치 보는 언론, 편드는 언론이 대세가 됐다. 매일 아침 뉴스 창을 열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햇수로 19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다. 기자 생활을 시작할 때는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보수언론에 대항하는 일이 중요했다. 혹자는 지금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그런 언론의 영향력이 20년 전에 비해 떨어졌으니 언론환경이 나아졌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대항 언론이 대안 언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수언론은 여전히 괴물이고, 그 반대쪽의 한때 대항 언론이었던 매체들은 또 다른 괴물이 되었다. 스페셜 저널리스트를 지향하며 여전히 저널리즘 가능성을 믿는 저로서는 한국 저널리즘은 더 황폐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저처럼 여전히 저널리즘 가능성을 믿으며 최선을 다하는 저널리스트가 곳곳에서 고군분투 중이기 때문이다. 원래 진짜 저널리스트는 항상 소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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