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협회장이 국무총리실에 출입기자단 제도 혁신을 위한 협의체(TF) 구성을 제안했다. 폐쇄적 기자단 제도가 개혁되고 정부의 언론 대응 방식도 투명해져야 하는데 공감하지만 어느 일방이 아닌 정부와 언론 유관 단체들의 면밀한 협의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기자협회장은 지난 18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 언론과의 바람직한 관계를 찾다’를 주제로 서울 공관에서 연 35차 목요대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성수 국무총리비서실장, 김정배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18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 언론과의 바람직한 관계를 찾다’를 주제로 서울 공관에서 35차 목요대화를 열었다. 사진=KTV 생중계 갈무리.
▲18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 언론과의 바람직한 관계를 찾다’를 주제로 서울 공관에서 35차 목요대화를 열었다. 사진=KTV 생중계 갈무리.

먼저 박재영 교수가 한국 출입기자단 실태와 문제점을 짚으면서 관행 개선을 위한 실질적 대안을 발제했다. 박 교수는 “(언론사가) 모든 정부 기관에 기자를 파견하고 각 기관은 기자실을 두며, 기자가 기자실에 상주하는 게 한국 출입기자단 특징”이라며 “해외에도 출입처 개념이나 기자실은 있지만 이런 특징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정의했다. 

박 교수는 기자단 장점으론 효율성을, 문제점으론 저널리즘 질 저하를 말했다. 언론사는 기자단을 통해 보도 과정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취재 인력이 부족한 여건에서 효율적 보도를 추구할 수밖에 없으니 가장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에 기자를 파견한다. 기자단 내에서 서로 보도 시점 등을 조율하며 과당 경쟁도 방지한다. 

정부의 경우 공보 대응 담당관들이 기자단만 상대하면서 소통 비용을 줄이는 효율성을 누린다. 취재 기자 개개인의 수시 접촉을 억제하는 효과가 한 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잃는 게 더 많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언론이 뉴스 통제권을 정보 제공자인 정부에 넘기게 된 실태를 비판했다. “기자는 자기 독립적 판단에 따라 이슈를 정하고 취재해야 하는데, 많은 뉴스 소재와 취재가 정부를 통하면서 정부 중심적 세계관 속에서 뉴스가 나온다”는 것이다. 예로 교육부 출입기자는 교육부 기자실이 아니라 학생, 교수·교사, 학부모 등이 있는 현장을 주로 찾아야 하는데 출입기자 대부분이 교육부와 공무원에게 매달린다고 지적했다. 

▲박재영 교수가 18일 35차 목요대화에 발제자로 나와 출입기자단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을 제시햇다. 사진=KTV 생중계 갈무리.
▲박재영 교수가 18일 35차 목요대화에 발제자로 나와 출입기자단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을 제시햇다. 사진=KTV 생중계 갈무리.
▲박재영 교수 발제 자료 갈무리.
▲박재영 교수 발제 자료 갈무리.

이는 각 매체 보도가 서로 흡사해지는 문제를 낳는다. 박 교수는 특히 “정부가 언론 반응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면서 정부의 언론 대응이 좋은 정책을 흠결 없는 내용으로 전하고 설득하는 기법이 아니라 불리한 기사를 수정하거나 삭제를 청탁하는 방향으로 발전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같이 정부 부처와 기자단이 부분적으로 서로에게 종속된 상황을 ‘호혜적 의존 관계’라고 말했다. 

박 교수 해법은 우선 정부 부처 변화다. “기자가 출입처에 오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보를 적극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세부적 방법으론 △미국식 개방형 브리핑제 △정보 공개 담당관 인력 확충 △언론인의 정보공개청구에 신속 처리 제도 등을 제안했다. 브리핑제는 최대한 자주, 개방적으로 언론인을 만나 이들 질의에 책임있는 답변을 내야 한다는 취지다. 정보 공개 제도와 관련해선 언론 특성을 존중해 신속히 자료를 처리할 필요가 있고 이에 특화한 대응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자협회 ‘협의’ 제안, 총리실 “적극 검토”

안수찬 교수는 개방형 브리핑제가 “정부가 기자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을 책임있게, 최대한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설명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미국 백악관 대변인실 브리핑제의 경우 우선 매일 열린다. 기자들은 백악관뿐 아니라 행정부의 모든 사안을 물어본다. 대변인은 선제적으로 장관이나 담당 보좌관을 직접 대동해서 브리핑하기도 한다. 속기록은 브리핑 3~4시간 후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취재 지원 대상을 어떻게 정하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안 교수는 영국의 프레스카드위원회 방식을 대안으로 들었다. 1992년 언론노조, 기자협회 등 직능단체와 언론사가 공동으로 구성한 이 위원회는 일정한 심사를 거쳐 신청자에게 프레스카드(언론인증)를 발급한다. 정부와 업무협약을 맺어 신원조회를 하고 증빙자료를 통해 주 소득원이 언론 활동인지 검토한다. 프레스카드를 소지한 언론인은 공공기관 대부분에 동등한 취재 접근권을 보장받는다. 

안 교수는 정보공개제도도 실질적 취재 수단이 되도록 개선해야 한다며 정부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현행 규정에 따르면 공개 여부 결정만 최장 20일까지 걸릴 수 있고 그 결정조차 대부분 비공개다. 이의제기할 수 있지만 이를 심의하는 위원회는 유명무실하다”며 “총리실 산하에 정보 심의위원회를 독립적으로 두든, 언론중재위 등의 기구를 이용하든 추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공무원들이 함부로 정보를 비공개하는 관행을 막고 제도 자체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토론자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토론자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토론자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기자단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기자실이 브리핑룸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지만 문제는 어디까지 개방해야 할 것인가”라며 “정부와 기자협회 등이 출입기자단 제도 혁신 위한 TF 만드는 게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한편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합리적 취재 환경 조성을 위해 기자단에 대한 특혜를 없애는 건 당연하지만 모든 매체에 기자실을 개방하면 공정한 취재 기회 보장으로 이어질까. 상당 부분 그렇지 않다”며 “특혜가 없다는 걸 전제로 기자단을 유지하거나 해체하는 건 기자들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기자단은 취재 대상이 불리한 취재를 방해하거나 거짓으로 응대할 경우 단체로 대응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국무총리실비서실장은 “총리실부터 제시된 대안들을 고민하고 각계 각층과 의견을 나누고, 각 정부 부처와 협의하겠다. 작은 변화라도 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김 실장은 “출입처 관행을 두고 ‘호혜적 관계’라고 칭하지만 유착이라고도 말한다. 언론에 필수인 독립성과 유착은 정반대”라며 “수십 년째 해결되지 않는 언론계 오랜 숙제를, 언론계가 어떻게 해서든 답을 찾아야 하고 정부도 답을 찾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총리실이 추진하고 있는 신규 플랫폼 ‘문턱없는 D-브리핑’부터 적극 추진해보겠다고 밝혔다. 디브리핑은 총리실 출입기자단뿐 아니라 그밖의 매체와 인플루언서 등에까지 브리핑을 개방해 국정 현안 전반의 질의를 받는 제도로 주 1회로 정례화할 예정이다. 

정 총리는 “정부의 대국민 소통 주무부처인 문체부는 출입증 발급이나 정보 공개 개선 등의 대안을 함께 고민해주길 바란다”며 “오늘 논의를 바탕으로 그동안 정부와 언론 간에 형성된 부조리 관행을 타파하고 합리적 개선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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