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당시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 국정원의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과거의 일을 꺼낸 이유는 부산시장 재보선에서 박형준 예비후보 공격용이라고 주장했다. 박형준 후보는 MB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은 옛 친이계 인사다. 국민의힘도 해당 사건을 선거용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평생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재야인사 ‘백기완 선생(통일문제연구소장)’이 15일 오전 4시45분 별세했다. 관련해 경향신문은 “재야의 거목이 스러졌다”고 전했고,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거리의 투사’, 서울신문은 ‘민중운동 불쌈꾼’으로 표현했다. 백 선생 장례는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된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으로 진행하고 발인은 19일 오전 7시다. 

▲ 16일자 종합일간지 1면
▲ 16일자 종합일간지 1면

 

MB정부 불법사찰 의혹, 정치공세일까

MB정부 국정원의 불법사찰 의혹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시민단체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과 사찰 의혹 당사자들이 국정원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관련 문건을 입수하면서다. 지난달부터 다수 매체에서 관련 문건의 구체적 내용이 소개되면서 다시 MB정부 국정원의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문건의 내용을 보면 국정원은 보수단체를 이용해 공공기관을 관리하고 이를 통해 방송, 예술계, 체육계의 좌파 인물 활동을 수집했다. 또 이들을 압박해 정치개입을 막을 것을 주문했다. 방송사 간부나 광고주 등에게 좌파 연예인들의 정치활동 문제점을 주지시켜 배제하도록 하거나 이들의 비리를 알려 사회적 공분을 유도하라는 내용도 등장했다. 

국정원이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을 보면 국정원이 방송 장악을 위해 검찰을 어떻게 움직였는지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검찰을 압박해 정부 비판 언론인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강하게 할 것을 유도했다. 실제 해당 보고가 있던 2010년 하반기, 총파업을 진행한 전국언론노동조합 간부들에게 검찰은 최대 3년6월 징역형이라는 중형을 구형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15일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정치인 관련 신원정보 등을 파악해 국정원이 관리토록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오래전 일이라 하더라도 결코 덮어놓고 갈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현재 불법사찰 의혹은 MB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이후 18대 국회의원 전원과 법조인, 언론인, 시민단체 인사 등 1000명의 동향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그 규모가 작지 않다. 

▲ 16일 조선일보 사설
▲ 16일 조선일보 사설

 

야권에서는 이를 정치공세로 몰아갔다. 정진석 국민의힘 4·7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국정원의 정치공작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박지원 국정원장이 답하라”라고 했다. 

부산지역신문인 부산일보는 16일 해당 소식을 전하며 정치면에서 “‘국정원 불법사찰’ 여, 박형준 정조준”이란 제목으로 같은 프레임으로 보도했다. 부산일보는 “국민의힘은 보선을 겨냥한 여권의 계산된 행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며 “박 후보를 비롯해 야권의 서울시장 유력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모두 친이계 인사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12년 전 국정원 문제 왜 들추나 했더니 부산 野후보 공격용”에서 “정권 매체 보도의 출처는 ‘국정원 고위 관계자’다”라며 “박지원 국정원장은 ‘정치 개입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하더니 국정원이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8일자 SBS “MB 국정원, 18대 국회의원 전 원 사찰…문건 있다”란 리포트를 가리키는데, MB정부 당시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 청와대까지 18대 국회의원 전원의 개인정보가 담긴 문건을 만들었다는 내용의 보도다. 

관련해 한국일보 16일 보도를 보면 사찰 의혹을 받는 18대 의원들이 직접 정보공개 청구에 나설 예정이다. 안민석·안규백·홍영표 민주당 의원, 이종걸·정동영·이석현 전 의원 등이 그 의사를 밝혔다. 한국일보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악재를 맞은 국민의힘은 ‘국정원의 정치 공작’이라고 반발하지만 사찰피해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국민의힘이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사찰의혹 관련 추가 보도도 있었다. 15일 MBC 보도를 보면 MB 국정원은 KT노조 선거에 개입해 ‘강경파’가 당선되지 못하도록 하고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유도한 것을 과시하는 내용을 담은 문건도 작성했다. 

▲ 16일 중앙일보 기사
▲ 16일 중앙일보 기사

 

전 정권 문화계 블랙리스트들의 현재는?

중앙일보는 “화이트로 바뀐 블랙리스트…공공기관 자리잡은 그들”이란 2면 기사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보고서 등에 나온 블랙리스트 명단을 놓고 이들이 현 정부에서는 어떤 자리에 가 있는지 보도했다. 지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가 이젠 화이트리스트가 됐다는 내용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9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한동안 뜸했던 ‘블랙리스트’라는 단어가 또다시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며 기사를 시작했다. 현 정권도 지난 정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다. 

이 신문은 배우 권해효, 김여진과 희극인 김미화 등이 문화 관련 공공기관 이사를 맡은 사실을 보도했다.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배우 김규리씨에 대해 중앙일보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족쇄가 풀린 그는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며 “서울시 산하 서울미디어재단 TBS에서 2019년 2월부터 라디오 프로그램 ‘김규리의 퐁당퐁당’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에서 노래를 부르고 세월호 참사 유족을 도왔다는 이유 등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가수 이은미씨 역시 TBS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16일 경향신문 만평
▲ 16일 경향신문 만평

 

백기완 선생 마지막 글귀 
‘김미숙·김진숙 힘내라’

16일 언론에선 백 선생이 폐렴으로 병마와 싸우면서도 힘없는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는 점에 주목했다. 백 선생은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단식으로 요구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지지하고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글귀를 남겼다. 15일 오후 2시부터 조문이 시작됐는데 김미숙 이사장은 고인을 조문하기도 했다. 

백 선생은 투쟁가의 대명사가 된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의 원 글을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1979년 ‘명동 YWCA 위장결혼 사건(대통령 직선제 요구 시위)’을 주도했다가 보안사에 끌려가 감금된 채 고문을 당했다. 

당시 10시간의 모진 고문을 받다 정신을 잃고 깨어난 시가 ‘묏비나리’인데 1980년 옥중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 소식을 듣고 반독재·민주화 운동의 중요성을 담았다. 황석영 작가가 이 ‘묏비나리’의 일부를 따서 5·18 광주 민주화 항쟁 희생자 추모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썼다.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는 백 선생 얼굴을 1면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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