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및 산하 공공기관에 현 정부 인사를 앉히려고 기존 임원들 사퇴를 종용한 혐의로 재판받아온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9일 법정구속됐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1부(김선희·임정엽·권성수)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함께 재판받아온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겐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2018년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로부터 2년여 만이다.

법원은 김 전 장관이 기존 임원들의 사표를 지시하고, 이를 거부한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에 대해 표적 감사 및 압박을 가한 혐의를 사실로 봤다. 청와대와 환경부가 특정 인사를 공공기관 임원으로 내정하고 환경부 차원에서 지원해준 사실도 인정했다. 김 전 장관은 사표 종용과 내정자 지원은 관행이며, 표적 감사나 보복인사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전 정부에서 같은 행위가 있더라도 이는 명백히 법령 위반이고 폐해가 심각해 타파돼야 한다”며 “피고인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자신을 보좌한 공무원들에게 전가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과 관련한 사건은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로 불렸다. 특정 인사를 ‘찍어내기’한 사건이라는 의미다. 10일 아침에 발행된 주요 종합일간지 대부분은 김 전 장관의 법정구속 소식을 1면에 다뤘다.

▲2월10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2월10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경향신문: ‘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 전 장관, 1심 2년6개월 징역형
국민일보: ‘환경부 블랙리스트’ 文정부 장관 첫 법정구속
서울신문: ‘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 前장관 법정구속
세계일보: 김은경, 文정부 장관으론 첫 법정구속
조선일보: ‘체크리스트’라더니 ‘블랙리스트’였다
중앙일보: 김은경, 문 정부 장관 첫 법정구속
한겨레: 김은경 전 환경장관 법정구속 산하기관 임원 ‘찍어내기’ 유죄
한국일보: ‘환경부 블랙리스트’ 文정부 장관 첫 구속

경향신문은 사설(‘환경부 블랙리스트’ 유죄, 불법 낙하산 관행 끝내라는 명령)에서 “정권을 잡은 정당이 전리품처럼 관직을 지배하는 관행을 엽관이라고 한다.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과도하고 불법적으로 행해지는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공공기관 인사권을 가지는 대통령이 해당 부처 장관과 인사 문제를 협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위법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적폐청산도 적법하게 이뤄져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사설(정권 나눠먹기 인사 말라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유죄)은 “문재인 정권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적폐로 비판하고 관련 문서를 검찰에 넘겨 적극 수사를 도왔으면서도, 이와 비슷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벌인 것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김 전 장관은 사표 제출을 거부한 이를 표적 감사하고, 청와대가 추천한 인물이 서류 탈락하자 재공모를 밀어붙이기까지 했다”며 “적나라한 나눠먹기 인사이자, 국무위원으로서 낯부끄럽게 법·절차를 무시한 충성 행태”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런 권력형 비리가 흔히 정권 교체 후 보복성 수사를 통해 드러나던 것과 달리 현 정권에서 사법처리까지 이어진 점은 우리 사회가 진일보한 측면”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2월10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2월10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주요 일간지 가운데 한겨레는 ‘블랙리스트’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1면 기사에서는 “산하기관 임원 ‘찍어내기’ 유죄”, 이어진 6면 기사에서는 “사표제출 거부하자 ‘표적감사’” 라는 표현을 제목에 사용했다. 기사에서도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청와대에서 보고했다고 폭로했다는 점을 짚었지만, 이를 흔히 칭하는 ‘블랙리스트’로 부르지는 않았다. 유일하게 ‘블랙리스트’라는 표현이 들어간 대목은 사설(‘공공기관 인사 관행’ 돌아보게 한 김은경 실형)로 “야당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라고 이름 붙여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같은 성격으로 몰아갔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의 경우 조현옥 전 인사수석과 조국 전 민정수석 등 당시 청와대 인사담당 라인의 개입여부도 규명해야 한다는 의혹을 내세웠다. “법원 ‘일괄사표 강요, 폐해 심각’…조현옥·조국 개입 규명해야”라는 제목의 기사다. 이 신문은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김 전 장관이 신 전 비서관과의 교감만으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겠느냐고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며 “당시 신 전 비서관의 직속상관은 조현옥 인사수석(현 독일대사)이었고, 김씨가 청와대 블랙리스트 작성 주체로 지목한 특감반을 지휘한 민정수석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라고 했다.

▲2월10일자 한겨레 사설
▲2월10일자 한겨레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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