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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저널리즘] 99.9 주파수를 탄소중립 ‘녹색채널’로
[우리동네 저널리즘] 99.9 주파수를 탄소중립 ‘녹색채널’로

‘의제설정’이 언론의 주무기라고 했을 때 지역언론은 서울에 있는 중앙언론보다 불리하다. 지역 이슈는 많지만, 역시 사람들 시선을 집중시키는 건 무슨무슨 논란 등 서울발 핫이슈이기 때문이다. 축구로 치면 손흥민과 이강인 등 해외파가 결장한 채 국내파만으로 월드컵에 나가는 처지랄까.

그런 지역언론에 ‘박지성’급 거대 이슈가 나타났다. 앞으로 30년간 두고두고 활용할 수 있는, 바로 ‘2050년 탄소중립’이다.

지금 전 세계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태워 과다 배출된 온실가스가 지구를 덥혀 기후를 변화시키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은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는 빌 게이츠 말처럼 위기의 징후는 심각하기에, 세계는 탄소 배출량을 지속적으로 줄여 적어도 2050년까지는 배출량과 흡수량이 플러스 마이너스 0이 되도록 하는 ‘넷제로’를 목표로 달려간다.

우리도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나섰다. 단지 북극 곰을 위해서가 아니다. 탄소중립을 이루지 못하면 앞으로 선진국들이 형성할 친환경 무역동맹을 넘지 못해 수출길이 막힐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미 구글과 애플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겠다는 ‘RE100’ 선언을 했다. 화석연료로 만든 부품은 애플에는 단 한 개도 납품할 수 없다는 말이다.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인 유럽연합과 중국은 이런 식의 ‘친환경 동맹’을 모든 분야로 확장하려 한다. 여기에 바이든의 미국이 합류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당선 첫 날 ‘파리 기후 협약’에 복귀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우리도 빠르게 탄소중립을 이뤄야 하는 이유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2월1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는 연설문을 생방송으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2월1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는 연설문을 생방송으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문제는 ‘탄소중립’이 철저하게 ‘지방분권적’이라는 데 있다. 지역 없이 중앙 정부만으로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 에너지 전환만 해도 그렇다. 화력발전은 철저히 중앙집권적이었다. 한전에서 전기를 만들어 전국 방방곡곡으로 전봇대를 세워 나눠주면 끝이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이런 방식으로 풀리지 않는다. 동네마다 집집마다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고 어떤 지역은 풍력발전으로 어떤 지역에는 조력발전으로 자연 에너지를 전기로 만든다.

중앙정부가 할 일은 이렇게 분산된 전기를 와이파이처럼 네트워크로 연결해 모자란 곳에 남는 전기를 적시에 분배해주는 ‘스마트 그리드’망을 구축 관리하는 것일 뿐 나머지는 지역에서 알아서 하는 ‘에너지 분권’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먼 미래가 아니다. 독일은 이미 전력 공급의 40%를 신재생에너지로 해결하고 있다. 영국에선 풍력발전 일일생산량이 영국 전체 전력공급의 100%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역언론이 할 일이 너무 많다. 탄소중립을 위해 우선 거론되는 것들만 나열해보자. 에너지 전환, 쓰레기 배출량 감소, 녹지 훼손을 막고 나무심고 잘 가꾸기 등등. 하나같이 지역민이 중심이 돼 풀어나갈 ‘지역 이슈’들이다.

뜨거운 감자도 많다. 쓰레기 소각장, 그 많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지자체 선거도 중요하다. 녹지 훼손을 막는데 모두 동의하지만 선거 때마다 ‘규제를 풀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정치인들이 등장한다. 누가 감시할 것인가. 어떤 지자체가 산을 깎아 쓰지도 않는 공설운동장을 만드는지, 어떤 지자체가 비어있는 공터에 나무를 심는지 누가 보도할 것인가. 우리 동네 지역언론이 할 일들이다.

▲ 경기방송 사옥. 사진=손가영 기자
▲ 경기방송 사옥. 사진=손가영 기자

경기지역 민영라디오 방송사(경기방송)의 자진폐업 이후 FM 99.9 Mhz가 11개월째 비어있다. 방통위는 업무계획을 통해 올해 중 새 사업자를 공모하겠다고 밝혔다. 공모가 나오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바람이 있다면 99.9의 새 주인은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위해 1300만 경기도민들과 함께 매일 소통하는 ‘녹색채널’이었으면 좋겠다. ‘오늘의 날씨’처럼 ‘오늘의 기후’를 편성해 전 세계 기후위기 현황과 대응, 경기도 곳곳의 탄소중립 실천 사례를 공유하면 좋겠다.

영국의 독립언론 ‘가디언’이 ‘화석연료 기업 광고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경기도의 99.9는 기후악당 기업의 광고나 협찬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면 좋겠다. 경남도민일보처럼 도-의회-시민사회가 연결되는 공론장을 만들어도 좋다. 30년만 이렇게 가보자. 지구를 지켜낸 우리 마을의 멋진 미래가 펼쳐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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