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자들이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대규모 삼중수소 누출 사고와 관련해 주민들의 소변의 삼중수소 농도가 바나나 6개와 멸치 1g 수준이라고 한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의 주장이 더욱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동안 원자력계에서 원전과 방사성물질의 위험성을 얘기할 때마다 비전문가라고 비난해왔으나 정작 정용훈 교수 역시 보건의료나 예방의학 분야 전문가가 아니면서 혹세무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정용훈 교수는 삼중수소보다 바나나 속의 칼륨40에서 나오는 베타선량이 더 많은 것은 분명하다며 전문적 논의를 하면 되지 면허증이 있어야 이런 주장을 하느냐고 반박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감사를 지낸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과학기술정책학 박사)은 27일 에너지전환포럼 주최 ‘월성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과 안전 문제 대응 전문가 시민사회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의 ‘바나나 6개 멸치 1g’론을 두고 “정 교수가 원자력 공학자가 의과학자나 예방학자인 것처럼 월성 원전 주변 주민들의 체내 삼중수소가 멸치 1그램 먹은 것처럼 모든 언론에 도배하듯 나왔다”며 “(원전과 방사성물질의 위해에 관한) 모든 것을 희화화 시켰다”고 지적했다.

석 박사는 정 교수가 계산한 근거를 찾아봤다며 제시했다. 석 박사는 정 교수의 선량환산 계산법을 “국내 연구팀의 2014(제주)/2015년(남해) 각1회 멸치시료 폴로늄 조사논문 가운데, 최대값을 편취해, 두 시료중 최대값(392Bq/kg)을 곧바로 선량계수 ‘1.2×10⁻⁶(μSv/Bq:베크렐 분의 마이크로시버트)’를 곱해 0.47μSv/g(그램당 마이크로시버트)으로 환산해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며 “그래서 이런 단순 셈법으로 원전 주민 1년간 피폭받는 양(소변 내 삼중수소량)이 0.3~0.6마이크로시버트라는 양이므로 멸치 1g 수준이라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석 박사는 “정 교수는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면서 혹세무민했다”며 “유효선량을 평가하려면 엄밀한 과학적 절차 거치고 방법론 써야 하는데, 과학적인 주장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석 박사가 제시한 스페인에서 발표 연구결과에 따르면, 멸치 내장을 제거하지 않은 생멸치 튀김 1g에서는 140베크렐의 방사성 폴로늄이 나왔고, 가공을 거친 통조림(멸치)에서는 1베크렐이 나와 거의 100배가 넘게 나왔다. 다른 연구결과를 보니 멸치의 내장과 뼈를 제거하고 근육만 멸치튀김에서는 21베크렐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석 박사는 소개했다. 결국 멸치의 폴로늄은 멸치 내장에 농축되고, 우리나라로 치면 멸치회를 먹는 수준에서 나타나는 폴로늄 량이라는 설명이다. 우리가 가공하지 않은 멸치회를 먹는다고 쳐도 정용훈 교수 계산법대로 환산하면 멸치 1g당 0.0217마이크로시버트가 나온다고 석 박사는 제시했다. 정 교수 계산에 비해 20분의 1도 안되는 양으로 줄어든 것이다. (기사가 나간 후 석광훈 박사는 29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가 평소에 먹는 멸치는 어획후 유통, 최종 섭취까지 오랜 시일이 소요되므로, 통조림처럼 가공을 거친 수준과 비슷하다고 볼 때 이를 정교수 계산대로 적용하면 1g 당 0.0016마이크로시버트가 나온다”며 “최소 20배에서 최대 301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그는 “유효선량까지 얘기하려면 이 정도까지는 통계적으로 조사해보고 얘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감사를 지낸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과학기술정책학 박사)가 27일 월성원전 방사성물질 전문가 긴급토론회에서 제시한 토론자료. 사진=에너지전환포럼 토론자료
▲원자력안전기술원 감사를 지낸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과학기술정책학 박사)가 27일 월성원전 방사성물질 전문가 긴급토론회에서 제시한 토론자료. 사진=에너지전환포럼 토론자료
▲원자력안전기술원 감사를 지낸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과학기술정책학 박사)가 27일 월성원전 방사성물질 전문가 긴급토론회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에너지전환포럼 영상갈무리
▲원자력안전기술원 감사를 지낸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과학기술정책학 박사)가 27일 월성원전 방사성물질 전문가 긴급토론회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에너지전환포럼 영상갈무리

 

석 박사는 삼중수소의 반감기가 12.3년이며, 폴로늄(멸치)은 138일이라는 차이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 교수가 제시한 월성원전 주민들의 소변 내 삼중수소량 데이터를 두고 석 박사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을 통해 그동안 확보한 월성주변주민의 연간 피폭선량 자료(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력이용시설 주변 방사선환경 조사 및 평가> 각년도)를 보면, 2014년의 경우 105마이크로시버트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왔다. 이 중 삼중수소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데, 한수원 주장대로 이 중 15%밖에 안된다해도 0.3~0.6마이크로시버트라는 주장보다는 크게 높다는 반박이다.

석 박사는 또 월성 원전을 제작한 캐나다의 원자력안전위원회(CNSC)의 삼중수소연구(2010) 자룔 들어 캐나다에서도 성인의 장기 OBT(유기결합삼중수소:체내에서 유기물과 결합된 형태의 삼중수소)의 경우 생체 반감기 350일까지 간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10일 안팎이면 소변과 땀으로 다 빠져나온다는 주장과 달리 체내에 훨씬 오래 머무를 수 있다는 반론이다. 이 위원회는 ‘이 같은 OBT는 소변검사로 측정이 불가하다’고 지적하면서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석 박사는 전했다. 석 박사는 이 위원회가 과도 이행조치 주문을 통해 육상환경 삼중수소의 OBT/HTO(물과 결합한 삼중수소:삼중수소수) 비중의 변동성이 크므로, 측정의 신뢰도를 높이고, 삼중수소 독성의 심층 연구를 추진하라고 주문했다고 했다. 석 박사는 “이렇게 심각하게 종주국도 규제하고 있는데 전공도 아닌 원자력 공학자가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안타까워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이날 토론회에서 지난 2005년에 나온 논문을 소개하면서 배추에 물이 있는데, 그 물 속에 있는 삼중수소와, 배추를 건조시켜 유기물화된 삼중수소를 (비교)해봤을 때 유기물화된 삼중수소가 적게는 24배에서 많게는 2800배 높은 것으로 조사된 연구결과라고 전했다. (Choi YH et al. Tritium levels in Chinese cabbage and radish plants acutely exposed to HTO vapor at different growth stages, Journal of Environmental Radioactivity, 2005; 84(1):79-94)

바나나 6개 먹은 량과 주민 체내 삼중수소량과 같다는 주장에 백 교수는 “우리 몸에서 삼중수소와 바나나 속 칼륨40이 과연 비슷한 것이냐, 선량환산은 과연 정확한 것인가, 선량환산이 갖는 의미가 똑같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물음표가 딸려 있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삼중수소는 길게는 몸속에 1년 넘게 있는 물질인데 반해 칼륨은 결합하지 않아 들어온 뒤 나간다”고 분석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감사를 지낸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과학기술정책학 박사)가 27일 월성원전 방사성물질 전문가 긴급토론회에서 제시한 토론자료. 사진=에너지전환포럼 토론자료
▲원자력안전기술원 감사를 지낸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과학기술정책학 박사)가 27일 월성원전 방사성물질 전문가 긴급토론회에서 제시한 토론자료. 사진=에너지전환포럼 토론자료

 

이준택 전 건국대 물리학과 교수(현 탈핵교수모임 대표)는 이날 “바나나에 있다는 칼륨40이 우리 몸에는 더 많이 있다”며 “칼륨이 몸 안에서 반응하는 것과 삼중수소가 몸안에서 반응하는 과정, 거동하는 영향력은 같이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 교수는 “세발자전거와 포르쉐를 비교할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런 주장을 한 사람은) 미친 사람이거나 어리거나, 인위적으로 잘못 생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자력공학자인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도 이날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1977년 권고한 방사선방호의 기본사고 방식은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로, 방사선방호의 최적화로서 ‘모든 피폭은 사회적 경제적 요인을 고려에 넣으면서 합리적으로 달성가능한 한 낮게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정신이라며 “이는 공학적 도덕성으로 삼중수소의 유해성이 있다는 기본전제가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방사선의 기본원칙을 두고. 설령 과하다고는 할 수 있을 지언정, 영향이 없다고 하는 것은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도 “우리가 이런 말 같지 않은 소리를 반박하는데 시간 낭비를 해야 하느냐”고 거들었다.

이에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27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같은 비판에 반박했다. 정 교수는 석광훈 박사가 제시한 멸치 1g의 방서선량 환산 계산법대로 한 게 맞느냐는 질의에 “그렇게 했다”며 “해당 방사성물질도 폴로늄이 맞다”고 답했다.

정 교수는 “월성 주변 지역 주민 최고치와 비교하기 위해 멸치 1그램 정도로 비교했다”면서 “그럼 삼중수소 위해 다루는 입장에서 주장하고 싶은 것이 멸치 1그램이 아니라 멸치 10~20그램이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월성 원전 삼중수소 피폭이라는 것이 작은 변동 범위안에 들어가는 것이므로 위험을 주장할 만한 크기가 아니라는 것을 바나나와 멸치로 비교를 통해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중수소가 생체에 흡수돼 유기결합 삼중수소(OBT)로 변했을 때 이를 소변검사로는 측정하기 힘들다는 캐나다 원안위의 판단을 두고 정 교수는 “삼중수소가 HTO(삼중수소수)일 때에 비해 OBT로 섭취할 때 2배 정도 차이가 있으며, 그렇다해도 (체내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10일이며, 그런 위험까지 다 선량계산에 고려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차피 세포도 우리 몸에서 생겨났다가 소멸되기 때문에 오비티라고 해서 남아있는 것도 아니다”며 “소대변을 통해 다 나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나나와 삼중수소를 동일하게 볼 수 있느냐는 반론에 “칼륨40(바나나에 있는 방사성물질)도 생체 반감기를 갖고 빠져나가고 바로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아르곤으로 바뀐다”며 “더 강력한 방사선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친 사람이라는 비난에 “좀 심한 얘기”라며 “삼중수소 에너지가 칼륨 베타선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방사선이나 의학 전공자가 아니라는 지적에 정 교수는 “원자력공학자가 방사선을 다루는데 왜 모르느냐”며 “면허증이 있어야 하느냐. 이를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논점을 비껴가고 싶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전문성이 있는 이야기를 하면 된다”며 “오히려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비전문가 아니냐. 굉장히 유감”이라고 답했다.

▲정용훈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사진=정용훈 페이스북
▲정용훈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사진=정용훈 페이스북

※ 기사내용 일부 수정 및 추가 : 2021년 1월29일 18시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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