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단 이제는 바꾸자] ⑤ ‘기자단’ 문제, 현직 기자 30명에게 물었다
[기자단 이제는 바꾸자] ⑤ ‘기자단’ 문제, 현직 기자 30명에게 물었다
기자단 해체·개혁·유지? 현장 기자 30명의 생생한 목소리 들어보니

미디어오늘은 ‘기자단, 이제는 바꾸자’ 기획을 위해 기자 30여명의 생각을 들어봤다. 가장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법조 출입 기자들과 경찰청, 각 부처 기자단에 속한 기자는 물론이고 기자단에 들어가려는 기자들, 비기자단으로 몇 년 동안 취재를 계속해온 기자, 해외 기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편집자주

기자들의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제각각 생각들이 다양했다. 물론 자신이 속한 매체의 영향력이나 기자단 가입 여부에 따라 기자들의 생각이 변화하기도 했다.

우선 비기자단으로 취재하면서 차별을 겪었거나 기자단 폐해나 문제점을 몸소 겪은 기자들의 목소리다.

“기자단 소속이 아닐 때 대북 확성기 납품비리를 최초 보도했다. 국방부가 백브리핑을 하는데, 기자단이 아니라서 백브리핑을 들을 수 없었다. 정작 보도한 기자를 빼놓고 브리핑을 한 것이다. 기자단의 일부 기자들이 항의해줘서 백블을 들었다.” -인터넷 매체, 국방부 비기자단 기자

“군청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 중요한 건이라 후속 보도 경쟁이 붙어야 이슈가 살 텐데, 열 몇 개 매체가 약속한 것처럼 보도하지 않았다. 있던 일도 없던 일이 돼 버렸다. 군청에서 광고를 이용해 기자단을 통해 입을 막은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 신문은 광고가 끊겼다.” -지역 인터넷 매체 기자

“5년 전 소록도 100년 기념 한센인 재판 취재를 갔던 때다. 예상보다 많은 기자가 왔는데 법조 기자단이었다. 한센인 단종·낙태 시술대에 갔는데 기자들은 정신없이 받아적고, 사진 때문인지 여기저기 밟고 올라갔다. ‘어떤 공간인지 알지 못하고 막 대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충격적이었다. 기사도 보도자료를 보고 쓴 듯 비슷했다. 기자단은 기사가 획일화되는 지름길이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 온라인기반 장애인언론 기자

▲ 디자인=안혜나 기자
▲ 디자인=안혜나 기자

 


자신이 직접 피해를 겪은 것은 아니지만, 이 시스템에 회의적인 기자들도 있었다.

“도청에 출입했다. 당시 출입 기자들이 도지사가 하고 싶은 말을 마치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려주듯’ 물어 봐주면서 답변을 이끌었다. 질문들이 사전조율됐다.” - 지역 방송사 기자

“경찰 출입할 땐 ‘공보담당이 승진 못하면 기자단이 능력 없는 것’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해 공보 경찰 승진 못하는 건 기자 탓이라는 논리다. 일부 기자들은 공보 담당을 두고 ‘내가 승진시켰잖아’라는 말도 한다. 너무 이상한 문화다.” - 지역 인터넷 매체 기자 


반면 폐쇄성이 가장 심하다고 평가되는 법조 기자들의 경우, 법조 기자단의 ‘유착’이라는 지적에 대해 보수 언론만 부각된다는 억울함(?)도 느끼고 있었다. 기자단이 없어진다고 해서 ‘유착’이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강했다. 

“‘검찰과 기자의 유착’이라고 말하면 보통 ‘조중동’과 같이 사주가 있는 언론사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진보 매체로 분류되는 곳들에도 정보가 가는 것을 목격한 적 있다. 유착은 좌와 우를 가리지 않는다.” - 종합편성채널, 법원 출입 경험이 있는 기자

“유착 문제는 출입, 비출입이 아닌 매체 차이 아닌가 싶다. 큰 매체가 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그런 매체는 비출입사여도 사람 만나기가 쉽다. 영향력이 크고, 오랜 인맥이 있기 때문 아니냐.” - 인터넷 매체, 법조 기자단 기자

“기자단을 없앤다고 해서 ‘친검’ 매체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40개 매체가 청사에 출입하는 걸 없앤다고 해서 ‘유착’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해체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 종합편성채널, 법원 기자단 기자

▲ 주로 서울 서초구 법원·검찰청사를 취재하는 서울 법조 기자단 내부 운영 구조 도식화. 법원·검찰은 이들 취재만 선택적으로 지원한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 주로 서울 서초구 법원·검찰청사를 취재하는 서울 법조 기자단 내부 운영 구조 도식화. 법원·검찰은 이들 취재만 선택적으로 지원한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기자단을 없애면 안 된다는 기자들의 논리 중 가장 많이 나왔던 견해는 ‘기자단이 없어지면 매체가 난립해 현장이 엉망이 된다’는 의견이었다. 

“기자단을 통해 정보를 제한적, 폐쇄적으로 제공하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무조건 공개도 우려가 있다. 극성 유튜버나 1인 언론사를 자처해 일방적 주장이 난무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고, 자극적으로만 기사를 송고하는 디지털 매체에 대한 정화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공개적으로 하기도 힘들다.” - 종합 일간지, 경찰청 기자단 기자

“박원순 시장이 사망한 당시 경찰 브리핑에서 부적절한 질문을 한 사람을 알아보니 유튜버였다. 관심사 측면에서 편향적이거나 선정적인 질문을 한다. 취재윤리나 취재방식을 학습한 직업 언론인이 질문하는 것과 유튜버와는 차이가 있다.” - 종합일간지, 법무부 출입 기자

“기자실에 비밀번호가 없는 경우 아무나 들어가서 노트북을 절도한 사건이 있었다. 들어와서 기자를 때리는 테러도 발생했다. 이런 폐해들이 있어서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 종합편성채널, 법조 기자단 기자


그러나 기자단을 해체해도 불편을 겪는 것은 소수의 기자단에 속한 기자들뿐이며, 오히려 기자단 제도는 기자가 아니라 기관을 위한 것이라는 기자도 있었다. 출입처를 통해 연락처를 업데이트 받고, 미리미리 빠르게 전달받는 공보자료, 각종 행사와 식사자리로 얻을 수 있는 친분과 정보 등이 기자단을 통해 얻는 이익이다.

“기자단을 해체하면 기자가 불편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오히려 부처 내에서 기자들을 관리하기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든다. 물론 지상파나 주요 10대 일간지 입장에서는 기자단이 없어진다면 상당한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주요 매체가 편한 관행이다.” - 인터넷 매체 기자, 외교부 출입을 희망했던 기자

“기자단이 해체되면, 기자단에 속한 많은 매체들은 법원과 검찰이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친다. 이런 인식들은 소위 ‘선민의식’에서 비롯된 것 같다. 기자단에서 생산하는 뉴스가 더 정확하다고 믿는 ‘엘리트 의식’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다양한 루트의 정보를 통해 판단한다. 현행 체제가 개방형으로 바뀌게 되면 기존 기자단 매체들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더 노력하면 될 일이다.” - 전문지, 법조 비기자단 기자 

▲ 주요 수사 브리핑이 열리는 서울고검 검찰 기자실. 기자단 소속이 아닌 기자의 출입은 제한된다. 사진=민중의소리
▲ 주요 수사 브리핑이 열리는 서울고검 검찰 기자실. 기자단 소속이 아닌 기자의 출입은 제한된다. 사진=민중의소리

 


기자단 폐해를 둘러싼 견해는 다양했지만, 이 가운데 많은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은 ‘기자가 기자를 심사하는 시스템’이었다.

“기자단 가입 기준이 없다. 한 매체가 중기벤처부 기자단에 가입하려고 노력했을 때 얘긴데, 그 당시 기자단끼리 ‘이번엔 아무 매체도 받지 말자’고 이야기가 오갔다. 이유는 모르겠다. 해당 기자가 열심히 ‘인사’하고 출석했지만 투표는 열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자들하고 친해지고 호감을 얻어야 기자단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 황당하다.” - 경제지 기자

“기자단 가입을 희망하는 언론사의 여성 기자가 기자단 회식 자리에서 트로트를 불렀다. 투표 직전 기자들이 포스트잇에 손편지를 쓰고 사탕, 과자같은 선물을 돌리는 것도 빈번했다. 직접 그린 그림 등 신기한 선물을 주는 경우도 봤는데 기자단에 속해 있었지만 민망했다.” - 종합 일간지, 시청 출입 경험이 있는 기자 


‘출입처 기자단’이라는 관행은 무엇보다 광고를 위한 제도라는 지적도 공통적이었다. 특히 지역 매체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 뚜렷했다.

“광고가 출입기자단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군청 기자실에 가보면 공무원들이 돌아가면서 밥을 사먹인다. 만에 하나 군청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면 ‘광고를 못 받아서 그런가’ 저의를 의심할 정도다. 지방 일간지가 특히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그 외에 연감, 티켓 판매나 축제 위탁 요청이 기자단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 지역 신문 제작 실장

“기자실은 ‘사외 홍보위원실’ 같다. 감시자가 아니라 홍보비 받기 위해 영업사원 파견하듯 하다. 선의의 취재 경쟁이 있는 것이 상식적인데 일부 지역에서는 기자들이 기자단 내에서 담합을 하면서 기사를 쓰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언론사 입장에서 해당 기업 출입처가 ‘상품을 사 주신 고객님’이 된다.” - 지역 독립언론 편집국장


기자단의 ‘엠바고’ 문화에 대해 기자들의 솔직한 생각도 들어봤다.

“엠바고 문화는 기자단 문화라기보다 매체들의 속보 경쟁을 완화하려는 조치로 생각한다. 출입처에서 보도참고자료가 쏟아지는데 스트레스가 많다. 특히 인력이 적은 중소매체의 경우 기자 혼자 하루에 10~20개의 자료를 처리해야 할 때도 많다. 기자가 적은 경우 다른 매체보다 몇 시간이나 기사가 늦어지는 거다. 그게 큰 스트레스다. 차라리 엠바고를 정해주면 좋겠다.” - 인터넷 매체 한 기자

“기사 가치 없는 자료를 기자들 일 편하게 하기 위해 나눠주는 개념이 되어버렸다. 엠바고가 필요한 뉴스가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출입하는 동안 그런 기사 없었다고 본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엠바고 자체가 불필요하다.” - 종합 일간지, 시청 출입 경험이 있는 기자


출입처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로 저널리즘의 질을 말하는 기자도 있었다. 기자단이기 때문에 쓰지 못하는 기사가 있고, 출입처 비판의 강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다.

“솔직히 말하면 비기자단일 때 장점도 있다. 정보 접근이 힘든 게 있지만 출입처와 관계가 없어지면 더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있다. 출입 기자면 기사 쓰면 어쩔 수 없이 항의받거나, 미리 그것을 의식해서 기사를 써야 한다. 오히려 비기자단일 때 그런 것들을 신경쓰지 않고 기사 쓸 수 있어서 편하다. 기관 출입을 하는 경우 고발 아이템을 두고 ‘나는 못써’ 이러면서 후배들에게 주거나 타사에 주기도 하는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 지역 인터넷 매체 기자

▲ 한 지자체 기자실의 모습.
▲ 한 지자체 기자실의 모습.

해외 기자들은 한국 기자들의 일상에 공감하기도, 공감하지 못하기도 했다.

“(한국의 출입기자들이 아침에 출입처로 출근하고 보도자료를 쓰고 전화를 통해 보도자료를 확인하는 일상 등을 나열하자) 우선, 일본도 대체로 똑같다. 한국의 출입 기자와 일본 기자의 일상이 너무 똑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 일본 종합 일간지 10년차 경력의 기자

“영국 기사를 보면 ‘익명의 관계자’라는 표현은 거의 없다. 특히 경찰이나 검찰 관련 기사에는 거의 대부분 실명이 등장한다. 그만큼 이름을 밝히거나 거론할 수 없는 확인되지 않는 정보로 기사를 쓰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고 봐야 할 것이다.” - 영국에서 활동하는 독립 PD

“독일의 경우 프리랜서 기자가 많다보니 저널리스트 오피스가 있다. 공유 오피스처럼 사용할 수 있는 오피스를 주변 기자들끼리 만들거나 이를 브랜딩하는 곳도 있다. 그곳에서 각자 일을 하거나 큰 프로젝트를 받아 함께 취재하기도 한다. 출입처 중심이 아니라 더 좋은 기사를 위해 기자들끼리 협력하는 개념이다.” - 독일에서 기자 생활을 했던 프리랜서 기자 


기자들의 생각이 각양각색인 만큼 변화를 바라는 방향도 다양했다. 기자단 개혁에 회의적인 기자들도 있었고, 기자 스스로 출입처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자단 해체는 마치 박근혜 정부 당시 ‘해경 해체’와 같이 거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단을 통으로 없애는 식이 아니라 피의사실을 인지해도 다각도로 확인해서 정확하게 보도하는 언론윤리 책임을 요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 종합 일간지, 법무부 출입 기자

“노무현 정부 때도 통합 브리핑룸처럼 기자단 개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실제로 꽤 높은 수준의 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기자들 인식은 거의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기자실에서 기자를 다 쫓아낸다, 취재를 못하게 한다는 인식이었다. 기자들의 반발심이 어마어마했고 매체 불문 다 똑같았다.” - 통신사 기자

“기자단은 유지한다 해도, 판결문 공개는 제발 입법화됐으면 좋겠다. 세상에 판결문을 서초동 컴퓨터 4대에 공개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 기자협회 등에서 한 목소리로 이를 요구하는 것은 어떨까.” - 종합편성채널, 법원 출입 경험이 있는 기자

“기자단, 한번 들어오면 끝이다. 퇴출이 없다. 분기별로 출입사가 기사는 얼마나 썼는지, 출석은 얼마나 했는지, 이런 계량 가능한 척도를 마련해서 기존에 있던 회사들도 성실하게 취재를 하는지 체크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시스템이 있어야 취재를 등한시하면 기자단에서 빠질 수 있고, 또 열심히 하겠다는 곳 있으면 넣어줄 수 있는 것 같다. 열려 있는 협의체처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 지상파, 법원 출입 기자

“사람들이 바라는 뉴스를 만들려면, 출입처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자들이 출입처 제도에 묶이면서 오히려 진짜 취재를 해야 할 이슈에 소홀해지기도 한다. 물론 권력 감시는 중요하고 나쁜 놈 혼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 흐름, 분위기, 정서를 읽는 것도 중요하다.” - 지역 방송사 기자

“출입처는 ‘누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다. 출입처를 가보면, 막상 기자가 되기 전 바라봤던 대상과는 다른 모습을 접한다. 기존의 내 생각보다 합리적으로 보이는 정치인, 검사, 고위 관료의 논리에 설득된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왜 기자가 되려고 했는지 자문해야 하지 않을까. ‘국회의원’ ‘검사’ ‘고위 관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면, 굳이 기자 말고 그 직업을 택하면 되니깐.” - 시사 주간지 기자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주영 2021-01-27 13:45:29
기레기, 기더기, 기발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