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해 12월 “주5일제 도입 16년이 지났다”며 주4일제 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노동시간 단축이 시대흐름이라는 공감 의견과 현재 주5일제도 제대로 안 지켜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조선일보는 연초 이틀에 걸쳐 ‘주52시간 신음하는 中企(중소기업)’을 주제로 노동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다룬 기획기사를 보도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노동시간을 줄이면 노동자들은 연장근무 수당이 줄어들어 생계에 위협이 되며 경영진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이 늘고 숙련공이 떠나는 등의 부담이 있다는 내용이다. 

이미 주4일제를 도입한 사업장이 있지만 여전히 노동시간 단축이나 주4일제에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미디어오늘은 21일 국회에서 주4일제를 화두로 꺼낸 조 의원을 만났다. 조 의원은 “주4일제는 도입되는데 시간문제일 것으로 본다”고 전제한 뒤 일단 주4일제 입장 차를 이해하기 위해 세 그룹으로 나눠보자고 말했다.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사진=조정훈 의원실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사진=조정훈 의원실

 

주4일제를 보는 세가지 시선

첫째 그룹은 신세계, SK, 에듀윌, 엔씨소프트 등 이미 주4일제를 시행해 본 기업들이다. 조 의원은 “지방의 중소기업에도 주4일제를 하는 곳이 적지 않다”며 “서울 거주자가 월요일 아침에 회사로 가 목요일 저녁에 퇴근하고 서울에 가면 지방에는 3일 있고 서울에 4일 머물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인사관리협회 2019년 통계를 보면 미국 전체기업 중 27%가 주4일제를 도입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일본지사에서 주4일제를 실시했더니 생산성이 약 40% 증가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두 번째 그룹은 주4일제를 고민하는 이들이다. 현재 주5일제를 안정적으로 시행하는 상당수 기업을 말한다. 조 의원은 “주4일제 좋은 건 알겠는데 생산성이 올라갈까, 인건비가 올라가는 거 아닐까 우려하는 기업들”이라며 “주6일제에서 주5일제로 갈 때 조직노동(양대노총 등)이 임금문제 등으로 반대했는데 이러한 경계심이 있는 중간그룹”이라고 말했다. 이미 주4일제를 겪어본 이들의 사례를 널리 알리는 게 필요한 이유다.

세 번째 그룹은 쉬는 것보다 돈을 더 버는 게 좋다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여기에는 노동법상 노동자로 간주되지 않는 플랫폼노동자, 특수고용종사자 등도 포함한다. 조선일보에서 집중해 다룬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 등 공장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시간을 늘릴수록 수당이 붙기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 

조 의원은 “조선일보 보도도 그렇고 주4일제 논의가 나올 때 반대논리도 대부분 이 세 번째 그룹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라며 “주5일제를 2004년부터 시행했지만 지금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선 주6일제가 많다”고 설명한 뒤 “주4일제를 말할 때 이 그룹에 대한 복지정책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지난 11일 조선일보 3면
▲ 지난 11일 조선일보 3면
▲ 지난 12일 조선일보 4면
▲ 지난 12일 조선일보 4면

 

주4일제 도입, 함께 필요한 과제들

주4일제 도입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주4일제를 하더라도 임금이 줄어들어선 안 된다고 정부가 메시지를 내고, 필요하다면 지원도 해야한다. 조 의원은 “기본소득과 같은 쿠션을 깔아주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그의 총선공약은 월 30만원 기본소득이다. 

근본적으로는 임금구조도 개편해야 한다. 조 의원은 “법적으로는 주5일제가 아니라 주40시간 노동인만큼 노동을 일(하루) 단위가 아니라 시간 단위로 해야 한다”며 “고용보험을 시간제로 바꾸는 것도 정부에서 논의 중인데 이를 위해 (고용보험을 많이 부담하는) 조직노동이 조금 양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본급+수당’으로 구성된 임금구성과도 연결된다. 기본급이 적고 추가노동시 수당을 주는 구조는 장시간 노동을 유도한다. 수당 비중이 큰 임금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조 의원은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동일노동 동일임금’도 함께 추진할 문제다. 조 의원은 “최근 울산시당 창당을 위해 울산 청년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들은 마치 사다리를 오르는 거 같았다”며 “제2하청업체로 취직해서 제1하청업체로 이직하고, 최종 원청으로 가고 싶어하는데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옮길 때마다 월급이 30~40%씩 뛴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고 공평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월급이 적은 이들은 결국 장시간 노동을 거부하기 어려워진다.

노동법상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플랫폼노동 역시 고민할 문제다. 조 의원은 “독일처럼 노동법으로 끌어들이든 프랑스처럼 제3의 노동개념을 만들든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만약 배민라이더에게 15% 내외 자사주로 보상하면 어떻겠느냐. 기업의 한 파트너, 이익창출의 공헌자라는 걸 증명하고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당 수수료로 연명하는 현행 구조는 장시간 노동을 유발한다. 

산업별노조 중심의 현행 노조체계도 변화가 필요하다. 지역노조 등 플랫폼 노동자를 받을 공간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공공서비스 비용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 쉬는 동안 다양한 활동을 해야하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노동강도·생산성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조 의원은 “민감한 문제인데 긴 시간 노동을 하면서 노동강도가 높지 않을 수 있다. 미국에서 나온 통계를 보면 주5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들은 노동에 대해 과대포장하는 경향이 있지만 모니터링하면 실질 노동시간은 주40시간을 넘지 않는다”라며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이에 익숙해져야 주4일제가 지속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사진=조정훈 의원실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사진=조정훈 의원실

 

주4일제 도입, 뭐가 좋을까? 

조 의원은 두 번째와 세 번째 그룹인 주4일제를 망설이거나 적극 반대하는 이들도 “냉정하게 보면 그분들도 객관적인 조건이 나빠질 건 없다”며 “최저임금을 낮추는 것도 아니고 외식 등이 늘면 소상공인들은 매출이 늘 거고 주5일제 도입 이후 벌어진 현상처럼 문화산업·레저산업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대적 박탈감이 큰 문제인데 이는 앞에서 말한 제도들로 보완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주4일제가 여성·청년·환경친화적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장시간 노동은 여성배제형”이라며 “한국 사회처럼 독박으로 육아를 하는 곳에선 장시간 (임금)노동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시간이 짧은 사회일수록 노동참여율도 높다”며 “여성운동하는 분들은 주4일제에 대해 ‘다른 모든 여성정책말고 이거 하나만 해도 좋겠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노동시간이 길면 임금노동 참여율이 높은 남성(아빠)들의 육아참여도 늘기 어렵다. 그는 “아빠가 육아에 적극 참여한 아이의 지적능력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실 주최로 ‘주4일제’ 연속 토론회를 진행중인데 이 토론에 참여하면서 미래당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 90% 이상이 주4일제에 찬성했다. 조 의원은 이를 인용하며 “주4일제 장점에 대해 직관적으로 오는 느낌이 있지 않나”라며 “휴일이 길어지면서 스포츠·레저·문화 등 틈새산업에 청년창업 기회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4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은 워라밸을 선호하는 인재채용에서도 유리하다. 

주4일제가 환경친화적인 이유는 최근 코로나19로 재택이 늘면서 많은 기업에서 확인하고 있다. 조 의원은 “출퇴근 시간도 줄고, 사무실에서 소비하는 것들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등이 조사한 출퇴근 시간을 보면 서울은 출퇴근에 평균 1시간36분(2018년 기준)을 소비했다. 주4일제로 매주 1시간반 이상을 아낄 수 있다. 최근 많은 기업에서 넓은 사무실을 유지하기 보단 재택근무·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직원수보다 적은 책상을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조 의원은 “주4일제는 도입되는데 다만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주6일에서 주5일로 올 때도 준비하는데 4~5년, 시행하는데 8년정도 걸렸으니 주4일제도 장기적인 과제로 보고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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